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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영구채 부담'이 HMM 매각 암초···산업은행, 해법찾기 골몰

금융 금융일반

'영구채 부담'이 HMM 매각 암초···산업은행, 해법찾기 골몰

등록 2023.05.03 13:17

차재서

  기자

산업은행, 'HMM 민영화' 닻 올렸지만 10조원대 몸값에 시장 반응은 '미지근'2조7000억원 영구채 처리 방안 등 고민할 듯

산업은행이 매각 자문단과 함께 HMM 민영화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산업은행이 매각 자문단과 함께 HMM 민영화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산업은행이 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 찾기에 돌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10조원을 웃도는 높은 몸값에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주요 기업이 좀처럼 나서길 꺼리는 분위기다. 이에 업계에선 가격과 인수 방식을 포함한 거래 구조가 HMM 매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산업은행 측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매각 자문단'을 가동하며 HMM 민영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거래 대상은 ▲산업은행 20.7% ▲해양진흥공사 20% ▲신용보증기금 5% 등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 45.7%다.

삼성증권과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HMM에 대한 컨설팅에 착수했으며 수개월 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매각 대상과 방식, 일정 등 솔루션을 산은에 제안하기로 했다.

외부에선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어떤 형태의 거래를 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진 산업계 전반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탓이다.

일례로 현대글로비스 측은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MM 인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컨테이너 물류 운송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빌리티 운송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포스코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역시 연초 실적 발표 자리에서 중장기 사업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HMM 인수와 거리를 뒀다.

이는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HMM의 시가총액이 9조8000억원(2일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부 지분 45.7%를 모두 사들이는 데만 5조원을 들여야 해서다. 여기에 산업은행·해진공이 보유한 총 2조7000억원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그리고 기타 비용까지 더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HMM 인수에 적어도 10조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아무리 정상 기업으로 돌아왔고 지난 몇 년간 양호한 실적을 냈다고 해도 해운업황 등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10조원이란 가격은 고민을 불러오는 액수"라면서 "국내에 그 정도의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각 기업에서도 내부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겠지만, 산업은행 측에서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산업은행도 컨설팅 과정에서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내는 데 신경을 쓸 것으로 점쳐진다. 일정 기간 영구채를 처분하지 않는 조건을 담거나 앞선 예고처럼 주식 일부를 단계적으로 처분해 덩치를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단 HMM은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영구채 1조원을 조기상환해 이자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사례처럼 '전략적 투자유치' 시나리오까지 고려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인수자가 매각 기업의 '구주' 대신 '신주'를 사들이도록 함으로써 경영권을 확보토록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결합 승인을 받은 한화그롭도 이달 대우조선의 2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물론 HMM의 경우 정부가 보유한 지분이 적지 않아 구주 일부를 넘기는 등의 조율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 기업을 시장에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이 프로세스를 고수해왔다. 국책은행으로서 투자금 회수에 치중하지 않고 기업이 온전히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산업은행에 유익한 측면이 있다. 매각가를 낮춰 인수자를 찾는 시간을 줄인다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에도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다. 신규 자금을 경영에 활용할 뿐 아니라 거래 후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문단이 컨설팅을 진행 중인데, 아직 세부 내용이나 종료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해운업황에 대한 전망부터 매각 시기, 적정 가격, 거래구조까지 다방면으로 분석해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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