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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조카의 난 3라운드' 박찬구 회장 '완승'···'밸류업' 변수에도 철벽 방어(종합)

산업 에너지·화학

'조카의 난 3라운드' 박찬구 회장 '완승'···'밸류업' 변수에도 철벽 방어(종합)

등록 2024.03.22 14:30

김다정

  기자

박 회장, '압도적 승리'로 경영권 방어···사측 안건 모두 가결박철완, 행동주의 펀드 손잡고도 완패···지지세력 약화'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이번에도 사측에 손···"이사회·주총간 권한 분배"

행동주의펀드와 손잡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세 번째 참패를 맛봤다. 그래픽=이찬희 기자행동주의펀드와 손잡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세 번째 참패를 맛봤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조카' 박철완 전 상무의 반란은 이번에도 '삼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철옹성을 뚫지 못했다. '3차 조카의 난'을 일으킨 박 전 상무는 자사주 100% 소각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결국 또다시 참패를 맛봤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 동관 4층 대강당에서 '제45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회는 오전 9시였으나, 양측이 확보한 주주 위임장 확인·검표 등이 과정이 길어져 실제 개회는 1시간 가량 지연된 10시 6분에 이뤄졌다.

밸류업 훈풍타고 행동주의펀드와 맞손···끝내 '부결'


이미 경영권 분쟁에서 두 차례 실패의 쓴 맛을 본 박 전 상무는 이번엔 '소액주주 보호' 명분을 내세워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운용자산과 손을 잡고 적극 공세에 나섰다.

이날 박찬구 회장과 차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맞붙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 실시된 금호석유화학과 OCI 간 자사주 상호 교환이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미 지난해부터 분쟁을 시사한 바 있다.

차파트너스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뿐만 아니라 주주총회만으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변경안과 자사주를 내년까지 전량 소각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에 대응하는 금호석유화학은 3년간 자사주 50%를 분할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사주 100% 소각' 승부수를 띄운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정관 변경안 표결 결과, 사측 안건은 참석주주 1709만9785주 가운데 74.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주총 결의로도 자사주 소각을 요구한 차파트너스 주주제안은 25.6%의 찬성표를 받는데 그쳤다. 자사주 전량 소각 안건은 사측의 정관 변경안이 가결되면서 자동적으로 폐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사측 안건만 통과됐다. 사측이 추천한 최도성 한동대학교 총장이 76.6%의 찬성표를 얻었다. 차파트너스가 내세운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23%의 찬성표를 얻어 선임안이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사측과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 간 날 선 신경전이 오고가기도 했다. 김 상무가 김경호 후보 추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도성 후보와 박찬구 회장, 박준경 사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주총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가 이를 제지하면서 작은 언쟁이 일어났다.

금호석유화학은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 동관 4층 대강당에서 '제4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김다정 기자금호석유화학은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 동관 4층 대강당에서 '제4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김다정 기자

3번째 도전도 '실패'···매년 지지세력 약화


2년 만에 경영권 재도전에 나선 박철완 상무는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3년을 제외하고 매년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한 바 없다

이번에는 재계에 퍼진 주주친화정책에 편승해 차파트너스와 연대하는 묘수까지 냈으나 주주들의 표심을 얻는데 실패했다.

당초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차파트너스는 "이번 주주제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닌 주주환원 강화 차원"이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밸류업' 흐름에 따라 주주환원 요구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성은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박준경·주형)이 15.7%, 박철완 전 상무 측이 10.8%다. 양측의 의결권 격차가 4.9%p로 크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 외인의 표심이 핵심이었다.

시기적절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박 전 상무를 지지하는 세력은 계속해서 약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두 번의 실패를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2021년 주총의 경우 박 전 상무 측 배당안은 35.6%의 찬성표를 얻었으나 2022년에는 31.9%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조금 더 가능성이 있는 자사주 소각안을 올렸으나 찬성률은 25.6%까지 위축됐다. 사외이사 선임안도 2021년 최고 찬성률 32.2%에서 올해는 23%에 그쳤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주제안이 거듭될수록 표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명분과 실리, 진정성 없는 주주제안에 대해 일반 주주들이 공감하지 못하면서 피로감이 점차 반영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잇따라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찬구 회장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지분 9.27%를 보유한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이 전날 늦게 사측 안건에 찬성하기로 결정하면서 무게추가 완전히 기울었다. 국민연금은 먼저 자사주 소각을 주주총회 권한으로 하는 정관변경안을 이사회와 주총간 권한 분배를 고려해 반대했다.

2021년과 2022년 두차례에 걸친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국민연금이 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결과에 대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현 상황에서 오히려 회사 미래 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 제안 내용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사실상 주주 박철완의 경영권 분쟁을 대리하는 소모적 행위를 지속하기보다는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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