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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행동주의펀드와 손잡은 '조카'···금호석화 '주주환원' 내세웠지만

산업 에너지·화학

행동주의펀드와 손잡은 '조카'···금호석화 '주주환원' 내세웠지만

등록 2024.02.16 14:02

수정 2024.02.16 14:25

김다정

  기자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와 동맹지분율 10.88%로 0.72%P 증가···또다시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발표 임박···주주환원 바람 변수 될까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행동주의펀드와 손을 잡고 올해도 주주 제안서를 발송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행동주의펀드와 손을 잡고 올해도 주주 제안서를 발송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최근 재계에 퍼진 주주 친화 정책의 바람을 타고 금호석유화학에 세 번째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살아났다. 개인 최대 주주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는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다시 한번 경영권에 도전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에 권리를 위임했다.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와 금호석유화학 공동보유자로서 특별관계가 형성됐다고 전날(15일) 공시했다.

차파트너스는 내달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자사 수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주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보호' 내세운 박 전 상무···"명분 없는 자사주 교환 반대"
박철완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다.

2021년 초부터 박 명예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을 제외하고 매년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한 바 없다. 그럼에도 차파트너스와의 연대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경영권 재도전에 나선 박 전 상무의 표면적인 명분은 '소액주주 보호'다. 2021년 실시된 금호석유화학과 OCI 간 자사주 상호 교환이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미 지난해부터 분쟁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금호석유화학그룹과 OCI그룹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자 이를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처분 무효소송을 내기도 했다. 법원이 금호석유화학 손을 들어줬지만, 곧바로 항소에 나섰다. 이후에도 "명분 없는 자사주 교환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강력 대응까지 예고했다.

박 전 상무는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미소각 자사주가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고 이들 자사주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독립성이 결여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 구성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저평가됐다는 문제점을 차파트너스와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박 전 상무가 2년 만에 재기를 노리는 것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주주환원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인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안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박 전 상무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환원 요구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전 상무는 "현재 정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반드시 도입돼야 하고, 금호석유화학이 그 대표 사례가 돼야 한다"며 "차파트너스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지금보다도 더욱더 활성화돼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분율 차이 5% 미만···국민연금·소액주주 표 '핵심'
주주총회 시즌마다 번번이 뜻을 이루지는 못했던 박철완 전 상무가 이번에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 구성은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박준경·주형)이 15.7%, 박철완 전 상무 측이 10.8%다. 이번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박 전 상무와 그 특별관계자 보유지분율은 기존 10.16%에서 0.72%P 증가했다.

양측의 의결권 격차는 4.9%P로 크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 외인의 표심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상향 조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여기에 지분 추가매입까지 나서면서 현재 지분율을 9.27%까지 늘린 상태다.

2021년과 2022년 두차례에 걸친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국민연금이 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주주환원이라는 훈풍을 타긴 했으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박 전 상무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박 전 상무가 명분으로 내세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석유화학업계 전체를 덮친 불황으로 지지부진한 주가가 이어지고 있으나, ESG경영 측면에서 금호석유화학의 지배구조는 가장 빠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전문경영인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면서 하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한층 더 강화했다. 동시에 이사회 내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 내 다양한 위원회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ESG 위원회와 경영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위원회는 100%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현금배당,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의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며 주주들의 권익 향상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박준경 사장이 이사회 진입 당시 약속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철완 전 상무가 시기적절하게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으나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이사회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금호석유화학의 지배구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가운데 최근 재계 내 잇단 행동주의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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