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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대형마트 첫 평일 휴무날 서초 골목상권 '한산'..."주말이 더 붐볐다"

유통·바이오 채널 르포

대형마트 첫 평일 휴무날 서초 골목상권 '한산'..."주말이 더 붐볐다"

등록 2024.02.01 11:01

수정 2024.02.02 07:49

김제영

  기자

서초구 대형마트 5km 이내 도곡시장과 양재시장 방문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방문 목적 달라···"휴업 영향 없다"

평일 오후 12시 한산한 도곡 시장 거리.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보다 유동인구가 많았다. 사진=김제영 기자평일 오후 12시 한산한 도곡 시장 거리.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보다 유동인구가 많았다. 사진=김제영 기자

"글쎄요. 그동안 주말에 (대기업)마트나 슈퍼가 쉰다고 해서 (매출에)딱히 영향이 있던 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주말에 (대기업 마트나 슈퍼가)문을 여니 골목이 더 활기를 띄는 것 같기도 해요."

지난달 31일 오후 12시께, 서울시 강남구 한티역 인근에 위치한 도곡 시장 내 한 상인은 지난 일요일을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은 서초구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전환한 이후 처음으로 문을 닫는 날이었다.

도곡시장 입구 초입. 입구를 따라 도곡시장의 상점이 일렬로 마련돼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도곡시장 입구 초입. 입구를 따라 도곡시장의 상점이 일렬로 마련돼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

이날 서초구 내 대형마트에서 반경 5km 이내에 위치한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을 둘러봤다. 이마트 양재점과 롯데마트 서초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도곡 시장에는 장을 보는 사람보다 이동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길 건너로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문을 열었고, 강남구 한티역 인근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도곡점과 GS더프레시 도곡렉슬점이 운영 중이었다.

도곡 시장에서 딸기를 구매한 노부부는 "(도곡 시장이) 가격이 싸고 가까워서 샀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비해 품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며칠 전에도 이 시장에서 과일을 구매했다"며 "근처 시장에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으면 마트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곡 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평일 장사는 저녁이나 돼 봐야 (매출을) 안다. 아무래도 주말에는 가족 고객이 많이 나와서 평일보다 사람도 많고 많이 판다"며 "오늘은 사람이 없는 거다. 주말에는 (매출이) 2배는 더 된다. 대형마트가 처음 문을 연 지난주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고 답했다.

평일 오후 1시 GS더프레시 도곡렉슬점에서 고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평일 오후 1시 GS더프레시 도곡렉슬점에서 고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

GS더프레시 도곡렉슬점이 위치한 강남구의 한 건물에는 같은 층에 소형 슈퍼와 편의점, 반찬가게와 정육점, 과일 가게 등이 입점해 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장을 보러 나온 고객이 적지 않았다. 한때 일부 매장의 경우 계산을 위한 줄이 늘어지기도 했다.

해당 건물에 입점한 한 가게 근무자는 GS더프레시가 문을 닫으면 손님이 더 많으냐는 질문에 "문을 닫는 것에 전혀 영향이 없는 거 같다. 시간대나 요일별로 다르다"고 했다.

서초구는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지난 28일 일요일부터 해당 제도를 시행했다. 당일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은 주말 장을 보러 나온 고객이 몰리며 혼잡했다. 인근 대형마트가 모두 문을 닫는 넷째주 일요일인 만큼 서초구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양재 말죽거리 골목 상점가. 사진=김제영 기자양재 말죽거리 골목 상점가. 사진=김제영 기자

양재 말죽거리 안 쪽에 위치한 양재 수퍼. 말죽거리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양재 말죽거리 안 쪽에 위치한 양재 수퍼. 말죽거리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

이 덕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었다. 지난달 28일 이마트 양재점에서 3km 이내에 위치한 서초구 말죽거리 양재시장도 주말 인파가 몰렸다. 양재시장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 30여개가 밀집한 골목 상점가다. 말죽거리에서 마트와 유사하게 과일과 야채 등 신선품목을 취급하는 가게는 '양재 수퍼'가 유일했다.

이날도 지난달 28일과 동일한 오후 시간대에 양재시장을 방문했다. 주말과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보다 이동하는 사람과 차량이 더 많았다. 양재 수퍼를 5분 정도 둘러보는 사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두 명, 계산대를 거치는 고객은 한 명뿐이었다.

양재 수퍼 근무자는 이날 인근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데 대해 "(오늘 손님이 얼마나 올지) 모른다. 저녁이 돼봐야 안다"면서도 "(평일 휴업이) 얼마나 영향이 있겠냐. 평일보다는 보통 주말 손님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반문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대형마트 영업일 규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히려 규제가 완화하면 소비자 편익이 개선되고 인근 상권의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다만 마트의 의무휴업일이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되며 보완점도 뒤따른다. 마트 노동자의 근무 처우가 악화된다는 문제다. 이들은 그동안 둘째·넷째주 일요일마다 쉴 수 있었지만, 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되면 주말에는 반드시 휴무를 내고 쉬어야 한다.

이에 마트 노조는 노동자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입장은 내세워 의무휴업일의 평일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마트산업노조는 지난해 2월 전국에서 처음 의무 휴일을 평일로 전환한 대구시에 대해 의무휴업일 변경 지정고시처분 취소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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