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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제로성장이 엄습한다···'압도적 지배력'을 구축하라

산업 재계 기업에 힘을!

제로성장이 엄습한다···'압도적 지배력'을 구축하라

등록 2024.01.02 07:07

수정 2024.01.02 07:41

차재서

  기자

반도체·이차전지 등 '킬러 산업' 확대했지만 후발국 거센 추격에 위협받는 '1%대 성장'24년 변곡점, '고부가·초격차 산업' 키워야

2020년 기준 한국의 수출시장 1위 품목은 77개로 중국(1798개), 독일(668개), 미국(479개), 일본(154개)에 크게 뒤처져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2020년 기준 한국의 수출시장 1위 품목은 77개로 중국(1798개), 독일(668개), 미국(479개), 일본(154개)에 크게 뒤처져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2024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가 불러온 경기침체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체력은 고갈됐다. 주력 산업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고,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체질 개선 노력에도 마땅한 구원투수가 없다. 이른바 '초격차 산업'의 부재. 뉴스웨이는 새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언한다. [편집자주]



2등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 기술력으로 경쟁사와 격차를 크게 벌리고 슈퍼사이클을 만든다. 삼성전자가 2000년 초반 꺼내든 '초격차'라는 화두는 지금도 유효한 경영의 핵심 원칙이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3%대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선제적 투자로 IT·반도체 원천 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탑 티어'로 도약하자 다른 기업도 서둘러 벤치마킹에 나섰고, 여러 산업군이 디지털화 조류를 타고 시장에 안착하면서 우리 경제도 '퀀텀 점프'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의 상승흐름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주요국 긴축에 수출은 정체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효자 업종도 중국의 추격에 힘을 쓰지 못하는 악재가 겹친 탓이다. 선도국에는 기술·품질 경쟁에서, 후발국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이른바 '넛 크래커'(호두까기 기계) 현상에 이젠 1% 성장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재도약과 중장기 저성장의 기로에 선 2024년은 정부 그리고 산업계 전반이 '초격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경기 반등 모멘텀 부족"···'완만한 회복' 아니면 '저성장 고착화'

산업계를 덮친 위기감은 우리나라가 자칫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소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올해도 경기 저점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진행한 '2024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 의견조사'에서 경제·경영 전문가 상당수는 국내 경기와 관련해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48.9%)와 'L자형의 상저하저'(26.7%)라는 두 가지 경로를 점쳤다. 완만한 회복 국면에 진입하거나 수출 부진과 소비 위축이 지속되면서 침체가 고착화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성장률에 대한 시선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의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 수준으로 내다봤다. 반면, 세계경제는 2.7% 성장할 것으로 예측함으로써 한국 성장률이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민간 연구소는 더 냉정하다. LG경영연구원의 경우 GDP 성장률을 1.8%로 제시하며 작년(한국은행 전망치 1.4%)에 이어 2년 연속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이는 경기 반등의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하반기 들어 수출이 회복될 수는 있지만, 곳곳에 산재한 위험 요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의 동시 불황 가능성, 고금리·고물가에 위축된 소비 심리, 수출경쟁 심화, 누적된 가계부채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기술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우리나라와 주요국의 기술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체질 개선' 더딘 걸음에 위협받는 韓제조업

우리의 가장 큰 숙제는 장차 경제를 지탱할 만큼의 뚜렷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 굴뚝 산업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했지만 그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흥국의 도전에 직면하며 위협받고 있어서다.

맥킨지코리아는 작년 발간한 '한국의 다음 S곡선'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제조업이 선도국에 비해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의 전환에 미진했다는 점을 조명했다. 과거엔 높은 공정 기술력과 양산 능력 중심의 제조 역량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으나, 선도국이 주도하는 질서 재편엔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력 제조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일례로 디스플레이 산업은 10년간 지킨 선두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집계 결과 중국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42.5%(2021년, 금액 기준)를 점유하며 한국(36.9%)을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고부가 영역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선 한국(스마트폰용 패널 점유율 57.6%)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나,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미국 등 기술 선도국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즉, 기술 개발이 아닌 대규모 제조와 양산·응용 기술력에 상대적으로 많은 역량을 쏟으면서 제조업 중심 경제에 머물러 있었다는 얘기다.

세부 지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한국의 수출시장 1위 품목은 77개로 ▲중국(1798개) ▲독일(668개) ▲미국(479개) ▲일본(154개)에 크게 뒤처진 상태다. 이 가운데 중국과의 기술 격차도 희미해지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1.9년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양국 간 차이는 사라졌다.

"'초격차 산업' 키워야 韓경제 재도약"···의식 전환 필요

이에 산업계 전반에선 단기성과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초격차 사업'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고부가제품·신사업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치권의 도움도 절실하다. 기업이 반도체·배터리·바이오·미래차 등 미래 전략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R&D를 독려하고 투자·상속세 등 규제 완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맥킨지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유지하는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의 대담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아직 경쟁력 우위에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의 산업은 '초격차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 경제의 관점에서 3차 산업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경제를 지탱한 전통 산업도 고부가가치 제품, 서비스, 솔루션 사업으로의 대전환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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