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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人和'와 LG, 그리고 29년 만의 우승···세 모녀 이제 멈춰야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김정훈의 인더스트리

'人和'와 LG, 그리고 29년 만의 우승···세 모녀 이제 멈춰야

등록 2023.11.16 13:30

김정훈

  기자

reporter
올해 2월 말 터져 나온 LG 오너일가의 재산 상속 분쟁은 그야말로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소송 건을 제외하면 LG그룹은 올 한해 희소식이 많았다. LG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큰 기업들 실적이 휘청거릴 때도 생활가전, 전장, 이차전지 등 주요 사업 부문이 호실적을 거뒀다. 1994년 우승을 끝으로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도 거머쥐었다.

특히 '야구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LG 가문에 LG트윈스의 우승은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한해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구광모 회장은 잠실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신구 조화를 이뤄낸 우승이란 점에서, 주장 오지환의 포부처럼 2020년대를 대표하는 'LG 왕조' 건설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그러나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가족들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LG그룹 구씨 가문은 불화가 없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뜻의 '인화(人和)'는 LG의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GS, LX 등 다른 기업으로 계열분리를 할 때도 형제간 다툼이 없었다.

오늘(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선 세 모녀(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린다. 소송이 시작된 지 어느덧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5일에는 1차 재판이 있었다.

LG그룹은 가족 전통에 따라 장자 승계 원칙이 정해져 있다. 구 회장 모친과 여동생들은 재산분할 합의를 마친 지 4년이 지나 법정 비율에 따라 지분을 다시 나누자고 뒤늦게 소송에 나섰다. 재계에선 '뜬금없는 소송'이란 의견이 대체적이다. 상속 협의 과정에서 유족 간 충분한 동의가 있었는데, 뒤늦은 재산 분할 주장이 궁금증을 키운다.

구 선대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 등 총 2조원에 달했다. 구 회장은 양아버지로부터 지분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자녀는 ㈜LG 주식 일부(연경씨 2.01%, 연수씨 0.51%)와 구 선대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받았다.

현재 구 회장 측은 선대 회장 유지에 따라 가족 간 합의를 거쳐 적법하게 상속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2018년 12월 분할에 따른 재산 이전 및 등기이전, 명의 이전까지 이뤄졌고 재산 분할 협의서도 작성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증거로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사장(경영지원부문장)의 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 사장은 변론에서 총수 지분을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있었다는 걸 세 모녀가 인지했다고 증언했다. "구 선대 회장의 뜻이 담긴 메모에는 개인재산 및 경영 재산을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이 적혀 있었다"는 게 하 사장의 주장이다. 하 사장은 구 선대 회장이 뇌종양 판정으로 승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료를 직접 준비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LG 재경팀장 출신으로 LG 오너일가의 주식 매입 등을 담당한 적 있다.

LG는 14만명의 임직원이 동행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수많은 주주와 함께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LG 가전, 배터리, OLED 등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곳곳에서 LG와 협력하는 고객사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기업 리스크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득이 될 게 없다. 가족 간 불화는 기업 경영에 방해만 될 뿐이다. 재판이 길어지면 구 회장이나 세 모녀 양측 모두 상처뿐인 싸움이 될 수 있다. 가족 간 오해가 있었다면 바로잡으면 된다.

LG 집안을 대표해 온 '인화' 정신을 되새겨보자. 다시 강조하고 싶다. 가족 간 법정 다툼은 빨리 멈춰야 한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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