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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ARM에 베팅한 이재용 회장의 큰 그림

산업 전기·전자 투자의 '씬'

ARM에 베팅한 이재용 회장의 큰 그림

등록 2023.09.08 07:15

수정 2023.09.08 07:29

김현호

  기자

ARM 나스닥 상장 추진···삼성전자 등 초석투자자 참여시설투자 바쁜 삼성···돈 빌리고 지분 팔아 현금 확보"경영권 인수보다 주주로서 협력 지속하겠다는 의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33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33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ARM이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는 반도체 투자 재원을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며 현금 실탄을 쌓는 기존의 행보와 달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확보보다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일종의 '시그널'로 해석했다.

8일 블룸버그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미국의 엔비디아,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반도체 및 IT 기업들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ARM의 초석투자자로 참여한다. ARM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주식 공모가격 희망 범위를 주당 47∼51달러로 제시했다.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번 상장으로 최대 48억7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초석투자자는 비상장 기업의 안정된 상장을 돕기 위해 일정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한 핵심 투자자를 뜻한다. 이들 기업은 최대 7억3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ARM 주식을 최초 공모가격에 인수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 측은 ARM 상장 후에도 약 90%의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밝힌 만큼 초석투자자의 합산 지분율은 10%대로 추정된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설비,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기 위해 현금확보에 주력했던 점과 비교하면 이번 투자는 기존 행보와 엇갈린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한 이후 보유 주식을 매각하며 반도체 투자 재원을 끌어모으고 있다.

ARM에 베팅한 이재용 회장의 큰 그림 기사의 사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ASML 지분 1.6%를 보유했으나 상반기엔 0.7%로 감소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분 매각으로 약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 전기차업체 BYD와 국내 장비회사 에스에프에이 주식을 각각 238만100주, 154만4000주를 매각하며 약 1800억원을 추가 수혈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반도체 투자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매년 약 50조원을 벌어 대부분을 반도체 부문에 투자해왔다. 지난해 시설 투자 금액은 사상 최대인 53조1000억원이며 이 중 90%인 47조9000억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8조9400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23조2000억원에 달했다. 연구개발(R&D)에도 약 14조원이 투입됐다. 특히 2분기 R&D 투자는 2분기 영업이익(6685억원)의 10배가 넘는 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예상보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해 ARM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ARM은 반도체 아키텍처를 설계한 이후 이를 자체 칩을 개발하는 회사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애플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 시리즈를 비롯해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전자 엑시노스 등이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다. ARM 설계도로 만든 모바일 AP는 전체의 90%를 점유하고 있어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ARM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소수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기에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거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모바일 설계 시장에서 (ARM이) 강점을 보이는 만큼 주주로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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