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금감원 사이렌에도 변호사선임비 '1억'까지 ↑

KB손해보험이 변호사선임비를 1억원(1~3급)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운전자보험 시장 과열에 감독당국이 경고등을 켰음에도 선두권 손보사가 다시 한 번 경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KB손보는 2일 변호사선임비용(경찰조사포함)을 최대 1억원까지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판매를 개시했다. 영업 시장에서 자사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최상위 부상등급 보장액(7000만원) 상한을 한 번 더 끌어 올린 것이다. 부상등급 4~7급 보장 한도도 3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높였다.

변호사선임비 보장의 인기몰이는 DB손해보험에서 시작됐다. DB손보는 지난해 10월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보장 시점을 기존 '검찰 기소 후'에서 '경찰 조사' 단계로 앞당긴 상품을 내놨다.

출시 후 해당 상품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협회로부터 3개월 배타적사용권을 부여 받았다. DB손보는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배타적사용권 발효 기간 동안 운전자보험 월 신규 가입자를 평균 70%가량 늘리는 데 성공했다. 당시 DB손보가 보장하는 변호사선임비는 5000만원이었다.

해당 상품이 인기를 끌자 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롯데손보 등 손보사들는 변호사선임비 보장을 7000만원까지 확대한 상품을 출시해 업셀링에 나섰다. 기존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보장에서 경찰조사 시에도 지급하는 조건을 추가해 보장액을 확대하는 동시에 보험료도 높여 받는 식이다.

비슷한 시기 운전자보험 등 장기인보험에 대한 시책도 높아졌다. 손보사들은 설계사들에게 장기인보험(자녀보험·운전자보험·간편보험 등) 기본 300%라는 높은 시책을 걸고 유지 기간에 따른 추가 보상을 약속하는 등 판매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 가운데 금감원은 지난달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경쟁 과열 현상을 주시하고 '소비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운전자보험은 의무보험이 아니며 보험금 지급조건을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는 게 골자이지만 사실상 손보업계에 과당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KB손보는 곧바로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자사 보장을 1억원으로 올리고 영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롯데손보의 경우 업계 누적한도가 1억원이지만 KB손보는 자사 단독 한도가 1억원이라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금감원의 동향에 따라 과당경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각사 마다 업계 누적한도를 정했다. 각사의 변호사선임비 업계 누적한도는 현대해상·DB손보·메리츠화재의 업계 한도 7000만원이며 KB손보·롯데손보는 1억원이다.

KB손보는 동시에 운전자보험 핵심 보장인 교통사고처리보장액도 진단 주수 1~3주의 경우 기존 500만원에서 700만원, 4~5주는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늘렸다. 3월 기준 장기인보험 시책도 강화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운전자보험과 자녀보험에만 내년도 시상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해보험업계는 포화된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KB손해보험의 경우 운전자보험과 자녀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보업계 역시 과당 경쟁으로 제 살 깍아먹기식 영업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