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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식품업체들의 e-라벨 도입, 디지털 취약계층은요?

오피니언 기자수첩

식품업체들의 e-라벨 도입, 디지털 취약계층은요?

등록 2023.02.10 16:44

김민지

  기자

reporter
지난주 'e-라벨'을 도입한다는 식품업체들의 보도자료가 눈에 띄었다. e-라벨은 QR코드를 통해 식품 정보를 전자정보로 대체하는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는 식품표시 간소화 시범 사업 중 하나다.

e-라벨은 제품 표시사항에 대한 소비자 편의성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필수정보는 크게 표시하고 상세정보는 QR코드로 표시한다. 여기서 필수정보는 제품명·내용량(열량)·업소명·소비기한·보관방법·주의사항·나트륨 함량 비교며, 나머지 정보는 원재료명·영양성분·업소 소재지·품목보고번호 등이다.

e-라벨의 도입으로 필수정보만 제품 포장재에 담게 되면서 정보의 글자 크기와 장평도 확대됐다. 업체들은 QR코드에 들어가는 식품 정보를 변경할 경우 포장재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포장재 폐기물 발생이 줄어든다는 점도 장점으로 소개했다.

소비자가 정보를 더욱 쉽게 알아보게 하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원재료명이나 영양성분이 필수정보가 아니라는 데는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특정 물질에 대해 면역거부반응이 있는, 그러니까 이른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소비자가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식약처는 한국인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선정해 식품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이 표시는 '한국인에게' 알레르기를 '많이' 일으키는 물질 22가지를 선정해 표시한 것일 뿐, 22가지가 아닌 물질에 대해서는 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선정하지 않은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은 제품에 포함된 원재료명 모두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게다가 QR코드로 적힌 정보는 스마트폰이 있어도 사용을 어려워하거나, 피쳐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확인할 수 없다.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 장소에서도 확인하기가 어렵다.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때는 이런 디지털 약자층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기술만 도입한 디지털 전환(DX)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저소득층 95.4% ▲장애인 81.7% ▲농어민 78.1% ▲고령층 69.1%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접근 지표는 93.1%로 높음에도 기본 이용 능력을 측정하는 '역량 지표', 활용 정도를 측정하는 '활용 지표'는 각각 53.9%, 72.3%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손쉽게 이용하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부와 지자체가 디지털 취약계층이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배움터'등 사업을 진행하며 정보 격차 해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인 판매기 도입 등으로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50여년 이상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커 온 이른바 '장수 기업'들이라면, 또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사명이라면 조금 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 빛 바라지 않게 개선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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