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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을 안기는 권력

박영주의 chronique

참담을 안기는 권력

 참담을 안기는 권력 기사의 사진

토론한다고 나오면서 손바닥에 王 자를 쓰고 나타나서는 지지자가 써 준 것을 지운다고 했는데 잘 지워지지 않았다고 했던가. 누가 해준 것이든 아니든 얼마나 권력을 갖고 싶으면 '풍채'에 어울리지 않게 별짓을 다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5월 10일 이후 현재까지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그 유치찬란해 보였던 짓이 나름으로 고도의 심리적? 주술적? 전략이었나 싶은 생각에 어이없다. 어찌 되었든 그 짓을 본 적지 않은 투표권자들의 무의식이 작동한 결과일까 싶게 0.7% 포인트 차이로 권력을 얻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긴 올랐으니 말이다.

현 권력의 두 번째 해외 순방 후 적지 않은 국민은 청력 테스트를 선물로 받은 것 같다. 도대체 얼굴마저 화끈거리게 하는 이런 낯 뜨거운 일이 왜 생기나. 그것도 모자라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까지 문제 삼고 게다가 아나바다는 현장에 가기 전 해당 부서의 자료를 읽어봤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지 않았을까.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해 본 적 없는 대통령에 덜컥! 되었으면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배우고, 알아보고 또 익히면서 잘못하거나 실수했으면 어퍼컷 날렸던 그 기세로 사과하고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물며 몇 해 전 자신의 책에서 '돼지 발정제'를 언급해 적지 않은 국민의 입에 오르내렸던 그 정치인도 "늦었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할 것은 수습해야"라고 조언(?)하였던가. 그런데 인정하고 수습하는 대신 남의 탓, 언론 탓을 고수한다. 자존심 때문에? 아니면 열등감 때문일까? 보고 있는 국민은 그저 참담할 뿐이다.

고려 시대 성군으로 현종이 있다. 최고의 권력이 우리에게 참담함을 안기고 있는 요즘 고려 시대 8대 왕인 현종의 인물됨이 몇몇 지면에 소개되고 있다. 고려사에 기록되고 있는 현종의 어떤 점이 다른 왕들에 비해 남달랐을까. 요나라 성종의 침범으로 나주 땅으로 피신해야 했고 개경의 함락을 지켜봐야 했지만 항복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잘못된 일이 발생해도 결코 신하들의 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 무지와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절치부심하여 나라를 잘 다스리기에 이른 왕이었다. 비록 강조의 정변에 의해 꼭두각시로 왕위에 올라 갖은 고초를 겪고 심지어 하급 관리들에게까지 비웃음을 받았지만 참칭하며 권력만을 누리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 미흡함을 성찰하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면서 '與民樂' 적인 정치를 한 왕이었기에 오늘날까지 성군으로 회자 되는 것은 아닐까!

세계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다, 이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남미 등 여러 나라에서는 생활고로 인한 시위가 일어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은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 데 겨울은 다가오고 있다. 2021년 매출 하락으로 78.8%의 소상공인이 폐업하였고, 가스와 전기세 인상에다 우리의 시장바구니는 빈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만으로도 국민의 일상은 충분히 버거운 데 눈 뜨면 일어나는 권력의 불협화음, 실수 그리고 나와 내 집단보다는 남의 탓, 본인이 한 발언을 두고 기억이 안 난다, 진상 규명하자고 운운하는 현실까지 더하지 마시라.

누구나 실수, 실패를 할 수 있고 여기엔 왕, 최고 권력자도 예외는 아니다. 나라를 다스릴 역량이 미력하여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권력을 얻었음에도 분골쇄신의 마음가짐보다는 이탓저탓만을 하는 순간에도 세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권력의 실수는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심지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국민에게는 하지 마라, 거짓말은 나쁘다고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는 제나라 영공이 자기 애첩은 당시 사회적으로 금지되었던 남장을 해도 되지만 다른 궁중 여인들에게는 금하려 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입만 열면 겉만 그럴싸하게 공정, 법대로라고 하지 말고 부족함을 인정하고 무엇이,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인지 공부하고 실천하면 될 일이다. 거짓말하면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가 어떻게 해서 더 이상 길어지지 않았는지 굳이 동화를 다시 읽어봐야만 알겠는가!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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