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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로 사옥 옮기는 형지그룹, 무리한 투자 ‘독’ 될까

송도로 사옥 옮기는 형지그룹, 무리한 투자 ‘독’ 될까

등록 2021.09.07 08:38

김다이

  기자

신사옥 건설에 2000억 투입 영업현금흐름 ‘적자’ 이어져당초 분양금으로 700억원 조달 계획 수포 5년간 자금 묶여인천경제청 상대로 토지매매계약 오류 문제 ‘손배소’ 검토

사진=패션그룹형지 제공사진=패션그룹형지 제공

패션그룹형지가 실적 부진으로 그룹 전체가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2000억원을 투자해 송도에 글로벌 패션복합센터를 세운다.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의 글로벌 확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전 계열사 송도 이전을 선택한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무리한 사옥 이전이 그룹의 재무 안정성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패션그룹형지(이하 형지)에 따르면 오는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완공 예정이다. 해당 센터는 대지면적 3782평, 건축연면적 1만9614평,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3층 규모로 오피스(지상17층), 오피스텔(지상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 동으로 구성된다.

형지는 송도 신사옥 건설 사업을 위해 만든 투자목적회사(SPC) 네오패션형지와 형지에스콰이아, 형지엘리트, 형지I&C, 까스텔바작 등 1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패션그룹이다. 형지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울 역삼동 본사를 글로벌 패션복합센터에 이전하고 임직원 1000여명을 비롯한 전 계열사와 연구개발센터, 패션 인재양성시설을 옮길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꿈을 안고 2018년 10월 첫 삽을 뜬 형지는 패션복합센터 설립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사업군인 의류 브랜드 경쟁 심화와 업황 부진 등으로 2016년부터 수익성 감소가 이어지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2016년 형지의 의류 브랜드 매출액은 4711억원에서 2017년 4051억원, 2018년 3806억원, 2019년 2175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2286억원으로 매출 감소 폭은 더욱 가팔라졌다.

게다가 형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의 계약상 문제까지 발생했다. 지식정보단지는 상업시설을 지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지에서 2019년 상업시설 분양 광고를 내면서 업계에서는 인천경제청의 특혜를 받은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형지의 사옥이 들어서는 부지는 ‘산업시설구역’으로 산업직접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라 센터 부지 내 상업시설을 처분하려면 공장설립 등의 완료 신고 후 5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형지와 인천경제청이 체결한 계약서상에는 판매시설 분양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형지는 계약서상 내용을 믿고 패션복합센터 홍보관을 통해 2차례 사전 분양자를 모집했다. 이후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형지 측은 인천경제청과 토지매매 계약 내용에 상업시설 분양 내용이 포함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인천경제청의 계약상 실수로 드러났다. 인천경제청은 행정적 오류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해당 부지는 준공 후 5년이 지나야 매각이나 분양을 할 수 있다고 계약 내용을 정정했고 ‘분양금 40% 선납, 5년 임대 후 소유권 이전’ 방식으로 승인했다.

이 문제로 형지는 공사비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형지는 공사비의 절반 수준인 730억원을 분양을 통해 충당하려 했지만, 5년간 분양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700억원 가량의 분양금이 묶이게 됐다. 결국 형지는 해당 비용을 금융기관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형지는 이러한 문제가 인천경제청의 계약상 실수 때문이라고 판단해 공사비 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 충당을 위한 손해배상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형지는 송도 신사옥 건설을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는데, 1260억원의 PF 자금조달로 공사비를 충당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형지는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2019년과 2020년 재고자산(미완성공사)이 각각 230 및 510억원 증가했으며, 2019~2020년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형지의 부채비율은 447.2%에 달하며,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이 쌓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사옥투자로 재무안정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그룹 지주사인 패션그룹형지의 신용등급전망은 ‘BB/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됐다.

형지는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들어갈 비용이 남아있다. 인천경제청과 토지매매계약상 내년 12월까지 그룹 전체를 송도로 이전해야 한다. 현재 형지엘리트와 네오패션형지만 송도로 사옥을 옮긴 상태다. 준공 이후에도 인테리어 등 회사 이전을 위한 공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만큼 형지는 향후 전 계열사가 이전할 때까지 자금을 더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패션 브랜드 실적 부진으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사를 단행하는 이유는 창업주인 최병오 회장의 확고한 본사 이전 의지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직원들의 만류에도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갖고 인천 송도로 터를 옮기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형지가 송도 이전을 강행하는 이유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분양을 통한 자금 조달을 전제로 공사를 진행했으나 못하게 되면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면서 “준공 이후에도 공사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비용, 취득세, 금융비용 등 제반 비용을 따지면 총 2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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