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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리포트|늪에 빠진 실손보험①]가입자 절반이 보험료 청구 포기하는 데 ‘年 2.5조 적자’ 미스터리

지난해 실손보험 영업손실 2조5008억원
신한·미래에셋생명 등 상품 판매 중단해
의료이용 상위 10%가 보험금 60% 수령
가입자 2명 중 1명은 보험금 청구 포기
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수년째 지지부진
소비자단체 “하루 빨리 법안 통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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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영업손익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지난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내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약 39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모두 보험금을 청구해 혜택을 본 결과가 아니다.

실손보험 가입자 중 의료 이용량이 많은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60%가량을 수령하는 가운데 가입자 2명 중 1명은 소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가 불편하다며 청구를 포기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별도의 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시급한 이유다.

◇위기의 실손보험, 5년 연속 적자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의 영업손실은 2조5008억원이었다.

실손보험 영업손실은 2019년 2조5133억원에 비해 125억원(0.5%) 축소됐으나, 2016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권별로 생명보험사는 1588억원에서 1314억원으로 274억원(17.3%) 영업손실이 축소된 반면, 손해보험사는 2조3545억원에서 2조3694억원으로 149억원(0.6%)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실손보험 상품별로는 지난 2009년 10월 실손보험 상품 표준화 이전 판매된 구(舊)실손보험(1세대)의 영업손실이 1조283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과 신(新)실손보험(3세대)의 영업손실은 각각 1조1417억원, 176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은 지난해 11조7907억원으로 전년 11조191억원에 비해 7716억원(7%) 증가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지난해 123.7%로 손실 기준인 100%를 초과했다. 특히 손보사의 합산비율은 127.3%로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잇따라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제2의 국민건강보험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는 생보사 8개 생보사, 손보사 3개 등 11개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신한생명이 판매를 중단한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미래에셋생명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년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합산비율이 적정 수준을 초과함에 따라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는 상품 구조상 과잉의료에 대한 통제장치 부족과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일부 계층의 도덕적 해이 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소수는 과잉진료, 다수는 청구포기 = 실손보험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일부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급여 과잉진료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지급보험금은 크게 건강보험의 요양급여 중 본인 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으로 구성된다.

2017년 이후 비급여 중 초음파, 상급병실료 등이 단계적으로 급여로 전환되고 있으나, 항목 증가와 가격 인상 등으로 비급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금액 중 상위 질병 항목군은 허리디스크, 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과 백내장 질환 등 안과질환이다. 비급여 비중이 높은 병·의원의 주요 비급여 항목은 도수치료, 조절성 인공수정체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2018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중 의료 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았다.

반면 무사고자를 포함해 전체 가입자의 93.2%는 평균 보험금인 62만원 미만을 수령했다.

의료 이용량 상위 10%의 평균 보험금은 354만원에 달했지만, 하위 10%의 평균 보험은 1만7000원 수준이었다.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소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가 불편해 청구를 포기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소비자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공동 의뢰해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만 20세 이상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보험금 청구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최근 2년 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47.2%였다.

청구 포기 사유는 ‘진료금액이 적어서’가 51.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병원 방문 시간 부족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응답자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이 전체의 95.2%로 대부분이었다. ‘1만원 초과~3만원 이하’(36.4%), ‘3만원 초과~10만원 이하’(25.6%) 등의 순으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이는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이 적은 금액의 보험금 청구는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현재의 실손보험 청구 절차가 편리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6.3%에 불과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지지부진 =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다 편리하게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청구 전산화가 필요하지만, 관련 법안은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9년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의 불편을 해소하라는 개선 권고를 내렸다.

실손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가입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일일이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보험사는 서류 전산 입력 수작업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반대하는 의료계는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과 민감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등 법안소위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비급여 진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들은 “지금도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 중 47.2%는 청구 절차의 불편 때문에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며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의료계나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실손보험에 가입한 3900만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더 이상 이익단체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 되지 말고 하루 빨리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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