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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떠나니 잘 나가는 포스코·KT

낙하산 떠나니 잘 나가는 포스코·KT

등록 2016.11.02 11:32

강길홍

,  

한재희

  기자

권오준·황창규, 2013년 비슷한 시기 회장 취임낙하산 전임자들 전횡에 곪은 회사 뒷수습 책임문어발식 확장된 계열사 정리 끝내고 본업 집중임기 마지막해 호실적 결실 권력 낙하산에 경종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황창규 KT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실적 고공행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포스코·KT 제공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황창규 KT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실적 고공행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포스코·KT 제공

포스코와 KT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권 회장과 황 회장은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전임 회장들의 전횡을 수습하느라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걸으면서 마침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의 올 3분기 실적은 2012년 3분기 이후 4년만에 연결기준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 3월 취임한 권 회장에게도 취임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의 재임기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2010년 5조552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3년에는 2조9961억원으로 떨어졌다. 순이익의 추락세는 더욱 극명하다. 2010년 4조1856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2013년에는 1조3552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포스코의 이같은 추락은 문어발 확장에 열을 올린 탓도 크다. 정 전 회장은 철강업과 관계없는 인수합병(M&A)을 계속해서 추진하며 부채를 14조원대까지 늘렸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인수한 기업 대부분은 인수 이후 형편없는 실적을 이어가며 포스코의 짐이 됐다.

정 전 회장의 마구잡이 경영은 권 회장 취임 이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의 지난 2년간의 성적표는 형편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영업이익은 2014년 3조2135억원, 2015년 2조4100억원으로 추락했다. 순이익은 2014년에는 5566억원으로 1조원도 넘지 못해고 2015년에는 급기야 9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 창업 47년만에 기록한 첫 순손실이다.

권 회장이 정 전 회장이 무리하게 벌려 놓은 사업들을 정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은 불가피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권 회장이 과감하게 총대를 멨다.

‘철강 본업의 경쟁력 회복’을 취임 일성으로 내건 권 회장은 철강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54개 계열사와 44건의 자산을 정리 또는 매각하는 등 총 98건의 구조조정을 마쳤다.

권 회장은 부실 계열사 정리와 함께 본업인 철강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활동에도 집중했다. 특히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확대와 솔루션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WP는 세계에서 포스코가 단독으로 생산하거나 상위 몇몇 업체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술력이 중요하다. 솔루션마케팅은 새로운 철강 제품과 함께 적용기술까지 제시하는 통합 마케팅 전략이다. 올 3분기 기준으로 포스코의 WP 제품 판매 비중은 48.1%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영업이익률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대비 2.1%p 상승한 14.0%에 달했다. 2011년 3분기 이래 20분기만에 최고 수준이다. 연결 부채비율은 70.4%로 연결 회계 기준을 도입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황창규 회장도 가시밭길에서 시작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황의 매직’을 선보이며 KT의 비상을 이끌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에서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을 넘어섰고 3분기에도 4000억원을 돌파했다. 3분기 만에 연간 누적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총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전임인 이석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KT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취임 이후 추진한 ‘기가 전략’과 미래 사업 추진, 그룹사간 협력 노력 등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처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KT는 KT SAT의 ‘무궁화 3호 위성’ 임의 매각과 총 56개에 달하는 문어발식 계열사 늘리기로 그룹 전체가 위태로운 가운데 통신시장 점유율마저 30% 이하로 떨어지며 최악의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3월 회원 98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며 황 회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황 회장은 먼저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하며 조직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룹사에 대한 정리도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통신 및 융합 서비스를 중심으로 그룹사를 조정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또 취임 초부터 강조한 ‘기가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황 회장은 ‘1등 DNA’를 강조하며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전략으로 ‘기가 인터넷’ 세상을 꼽았다. 더 빠른 속도의 인터넷인 ‘기가 인터넷’ 상용화에 집중 투자한 결과 지난 9월 기준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올 3분기 유선사업에서 유선전화는 가입자와 통화량 감소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하락했지만 기가인터넷 가입자와 접속 수익 신규 반영 등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앞으로 기가인터넷 사업이 유선전화 사업 수익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와 KT의 정상화에 성공한 권 회장과 황 회장은 내년 3월 나란히 임기를 마무리한다. 포스코와 KT 모두 아직 연임 문제를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두사람 모두 연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강길홍 기자 slize@
한재희 기자 han324@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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