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0일 금요일

  • 서울 21℃

  • 인천 21℃

  • 백령 16℃

  • 춘천 22℃

  • 강릉 26℃

  • 청주 22℃

  • 수원 22℃

  • 안동 22℃

  • 울릉도 17℃

  • 독도 17℃

  • 대전 22℃

  • 전주 22℃

  • 광주 23℃

  • 목포 21℃

  • 여수 22℃

  • 대구 24℃

  • 울산 24℃

  • 창원 25℃

  • 부산 25℃

  • 제주 21℃

쪽방에서 부르는 공시생의 ‘非歌’

[포커스]쪽방에서 부르는 공시생의 ‘非歌’

등록 2013.06.26 08:58

수정 2013.06.27 08:22

성동규

  기자

청년들의 주거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주거비 부담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시대가 낳은 수많은 공시생에게 집이란 그야말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투쟁’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이들의 눈물겨운 주거 실태를 들여다봤다.

쪽방에서 부르는 공시생의 ‘非歌’ 기사의 사진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인근 한 고시원 2층 좁은 복도 사이로 빽빽하게 들어찬 방 중 207호가 김선주씨(24)의 방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책상과 옷장,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 샤워부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이 방에서 지낸 지는 4개월, 경찰 공무원을 준비한 지는 1년째라고 했다.

김씨는 지금 지내는 방이 노량진에서 좋은 편에 속한다며 자랑을 늘어놨다. 노량진에서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할 당시 지냈던 고시원은 정말 최악이었다고 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으로 쓰고 벽이 너무 얇아 휴대전화는 아예 밖으로 나가서 받아야 했다. 방안에선 개인 컴퓨터는 소음 때문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방은 너무 좁아 옷장이 출입문을 가려 드나들기에도 쉽지 않았고 한다. 창문도 없어 계절과 시간관념마저 무뎌지고 환기가 안돼 벽지엔 원래 무늬인양 곰팡이가 가득한 방이었다고 했다.

쪽방에서 부르는 공시생의 ‘非歌’ 기사의 사진


김씨가 현재 거주하는 방의 월세는 50만원. 앞서 거주했던 방은 40만원이라고 했다. 학원비와 월세 등을 모두 합하면 매달 약 100만원이 필요하다. 그 중 방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차지했다.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 꿈을 좇아 경제적 부담을 부모에게 떠안기는 것이 문득 죄송스럽다고 느낄 때면 한없이 초라하고 우울해져 꿈을 향한 열망마저 꺾일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부모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친구 중에는 3.3㎡ 남짓한 방에 책상 하나, 2층 침대를 놓고 2명이 함께 거주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월세는 30만원으로 다른 방과 큰 가격 차가 나지는 않았다. 2명이 한방을 쓰는 걸 고려하면 3.3㎡당 60만원 셈이다. 3.3㎡당 12만원 선인 도곡동 타워팰리스보다 5배나 높다.

식비가 포함됐고 보증금이 없다고 하지만 공시생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이런 탓에 실제 공시생들은 주거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친구 또는 룸메이트를 모집, 불편을 감수하면서 함께 거주했다.


노량진에서 2년째 교원 임용고시 준비를 한다는 박은지씨(26)는 대방동 한 원룸에서 언니 2명과 함께 산다. 그녀들과 함께 살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이였다고 했다.

대전이 고향이라는 박씨는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노량진으로 오기 전부터 평소 자주 이용하던 인터넷 임용고시 카페에서 룸메이트를 모집했다.

선배들로부터 룸메이트를 구해 학원과 조금 떨어진 원룸을 얻는 게 생활여건이나 치안상 좋다는 조언을 들어서다. 2명의 룸메이트를 구하기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큰 창문과 깨끗한 화장실 확실히 고시원과는 차이를 느낄 수 있었지만 3명이 거주하기에는 역시 비좁았다. 3개의 책상을 놓을 공간이 없어 각자 작은 상을 펼치고 자습을 한다고 했다.

박씨가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하는 원룸은 보증금 4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다. 이를 3명이 똑같이 나눠낸다. 학자금 대출 이자와 통신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박씨는 이마저도 빠듯하다.

그녀는 수도 없이 꿈을 포기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지금 포기하면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 매번 마음을 다잡고 합격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