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패한 삼양의 불닭 실험···줄줄이 '단종'

삼양식품이 국내 시장에 내놓은 불닭 시리즈 라인업이 줄줄이 단종 수순을 밟는다. 삼양식품이 내수 판매량이 저조한 제품군을 해외 수출로 돌리는 식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나서며 국내에선 '불닭 만능주의'가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들어 '러블리핫', '크림 까르보', '할라피뇨치즈', '핵' 등 불닭볶음면 시리즈 4종의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불닭볶음면 매운맛 지표로 보면 러블리핫은 1단계, 크림 까르보는 2단계, 할라피뇨치즈와 핵불닭볶음면은 5단계 제품이다.

해당 시리즈 4종은 매운맛 양 극단의 소비층을 겨냥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들이다. 특히 러블리핫 불닭볶음면은 불닭볶음면 시리즈 중 유일하게 매운맛 지표 1단계 제품으로, 극단적인 매운맛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른바 '맵찔이' 소비층을 위해 내놓은 시리즈다.

그러나 러블리핫 불닭이 국내 시장에서 단종되며 삼양식품은 덜 매운 라인업 구축 '재수'에 실패했다. 앞서 삼양식품은 유탕면 대신 건면을 사용하고 매운맛을 40% 줄인 '라이트'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바 있다. 러블리핫은 라이트 불닭 단종에 대응하는 후속작이었다.

라이트 불닭볶음면은 건면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출시된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향후 건면 라인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으로 첫 제품인 라이트 불닭을 내놨으나 라이트 불닭은 출시 2년차에 국내 단종되고, 현재 해외 수출 제품으로만 생산되고 있다.

이어 삼양식품은 면을 다시 유탕면으로 바꾸고 매운맛을 50% 줄인 러블리핫 불닭을 2021년 내놨다. 러블리핫 불닭 역시 출시 2년차인 작년부터 편의점·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모습을 감추고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되다가 올해 들어 국내 유통이 중단됐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유통기한이 남은 재고를 소진하고 있는 물량이다.

할라피뇨치즈 불닭볶음면은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삼양식품은 작년 5월 멕시칸 풍미를 담아 할라피뇨치즈 불닭을 출시했으나 올해 국내 판매를 종료했다. 이국적인 맛에 대한 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했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핵불닭볶음면의 경우 지난 2017년 한정 출시됐다가 재출시 요청에 힘입어 이듬해 온라인 전용 제품으로 정식 출시했다. 핵불닭은 기존 불닭볶음면보다 2.5배 매운 제품으로, 당시 국내 출시된 라면 중 가장 높은 스코빌지수(매운 정도 측정 단위)를 기록한 라면이다.

이에 삼양식품의 '불닭 만능주의'는 국내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삼양식품이 불닭 브랜드의 기존 수요를 넘어 폭넓은 소비층을 아우르려는 시도를 매번 하고 있으나 번번이 좌절되고 있는 탓이다.

단종되는 과정 또한 유사하다. 이들 시리즈와 같이 판매량이 저조한 제품은 편의점 등 판매대가 한정적인 오프라인 채널에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온라인 판매로 전환되다가 서서히 단종된다. 이후 줄즐이 수출용 제품으로 전환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당 제품군은 모두 국내에서 단종되고 해외 수출 제품으로만 생산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불닭볶음면 시리즈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것"이라며 "불닭볶음면은 내수와 수출 제품으로 총 17~18개 불닭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