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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양산형 MMORPG' 한계 도달···수익성만 바라보다 직격탄

IT 게임 위기의 K게임

'양산형 MMORPG' 한계 도달···수익성만 바라보다 직격탄

등록 2023.08.31 10:01

수정 2023.08.31 13:51

배태용

  기자

상반기 넥슨·그라비티 제외 일제히 부진⋯약발 다한 MMO불호 아는데도 못 놓는 리니지라이크⋯"구조적 한계 때문"MMO 치트키 시대 저물어⋯"장기 성장 요인 찾아야 할 때"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이뤄온 국내 게임가가 올해 들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이뤄온 국내 게임가가 올해 들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이뤄온 국내 게임가가 올해 들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신작들은 반짝 흥행에 그쳤고, 대다수 게임사의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은 그간 먹혀들었던 '리니지라이크' 류 게임의 약발이 더는 시장에 먹히지 않게 된 데 따른 결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신작 풍년이었던 상반기⋯성적표는 '낙제점'

한국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중견, 중소 게임사를 막론하고 MMORPG 장르를 내놓을 정도로 수많은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정보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국내 MMORPG 장르의 점유율은 21.8%로 RTS(실시간 전략 게임, 45.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RTS 장르는 부동의 1위 '리그 오브 레전드' 가 차지하고 만큼, 국내 게임사들은 MMORPG, FPS 등 장르를 개척하며 성장해왔다.

올해 역시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다수의 신작 MMORPG가 출시됐다. 3월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를 시작으로 ▲4월 넥슨 '프라시아 전기' ▲4월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6월 컴투스홀딩스 '제노니아' 등이 출시됐다. 앞서 출시됐던 MMORPG 게임들은 유저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하는 등 올 상반기는 그야말로 MMORPG 풍년이었다.

신작, 업데이트 등으로 게임사들이 일제히 대대적인 마케팅을 단행, 유저몰이에 나섰던 만큼 올 상반기 실적 기대감은 높았다. 지난해 결산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게임사 대표들이 내년 신작을 통해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던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실적을 들여다 본 결과 넥슨, 그라비티를 제외한 대다수의 게임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특히 MMORPG 신작 출시와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컴투스, 컴투스홀딩스 등 주요 게임사들의 실적이 크게 하락하며 충격을 줬다.

게임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을 맞은 것에 관해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양산형 MMORPG'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양산형 MMORPG란 흔히 지나친 과금 유도, 그래픽만 바꾼 똑같은 콘텐츠, 조작이 필요 없는 자동사냥을 특징으로 한 모바일 MMORPG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는 "올해 게임 시장이 약화한 것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면서 "러시아 전쟁, 코로나 19 종료, 고금리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각종 악재가 쌓여가면서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를 뽑으라고 한다면 양산형 MMORPG의 대거 등장을 들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니지라이크라 불리는 이러한 게임들은 스토리보다 육성하고 적을 죽이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나오는 것마다 더욱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피로도가 수년간 쌓여 쉽게 이탈하고 반짝 흥행에 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양산형 MMORPG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엔 최고 사업 방식이었다"라며 "스토리, 세계관, 조작법 등에 크게 투자하지 않고 그래픽만 살짝 바꾸어서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어느 정도 흥행했기 때문이다. 홍보가 크게 이뤄지다 보니 유저들이 대거 유입됐고, 자연히 헤비유저들도 많아지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게임들이 최근 몇 년간 너무 많이 나왔고, 유저들도 경험이 쌓이면서 과거처럼 돈과 시간을 쏟지 않게 됐다"라며 "한 번이라도 리니지라이크 류 게임을 해본 유저들은 이제 '찍 먹' 해보고 게임을 떠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게임판 시류가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상반기 게임 매출 상위 15개 사 성적표. 그래픽=이찬희 기자2023년 상반기 게임 매출 상위 15개 사 성적표. 그래픽=이찬희 기자

불호 알지만 못 놓는 리니지라이크⋯시발점은 '포괄임금제 폐지'

주목되는 사실은 게임사들도 양산형 MMORPG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는 있지만, 게임업계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바꿀 수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저들의 비판도 크고 해외 선호가 낮다는 것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놓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대다수 게임사가 게임 개발에 허덕이고 있고, 성과 압박을 받다 보니 결국 리니지라이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현재 리니지라이크가 대거 양산된 시발점은 '포괄임금제 폐지'에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포괄임금제란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에게 시간당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봉에 포함해 주는 제도로, 과거 게임업계에 만연해왔던 고용 방식이다.

포괄임금제 적용 당시 게임사엔 '크런치 모드'라고 불리는 과도한 야근 문화가 만연했다.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 전에 개발자들이 몰아서 일하는 현상으로, 일주일에 80~100시간 이상까지 일하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크런치 모드는 개발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해했지만, 게임 완성도를 올리는 데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펄어비스가 2017년 시간당 임금제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NHN, 컴투스 등 대다수 게임사가 약발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전처럼 개발에 힘을 쏟기 어려워졌고, 결국 쉽게 가는 길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게임사들은 개발 인력의 부족과 비용 증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라며 "개발자들은 과거처럼 야근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기 시작했고, 전처럼 질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들이 펼쳐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게임만 만들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에 만들어진 구조적인 문제에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이제 '리니지라이크'의 효과가 사라진 만큼, 보다 체계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이재홍 교수는 "게임도 유행을 타기 마련인데, 최근 모바일 MMORPG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더는 '리니지라이크'가 치트키가 아닌 상황이 됐다"라며 "우리나라는 다년 간 게임을 개발, 출시 후에 한 방에 터뜨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는데 이러한 방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장르의 다양화, 글로벌 시장 등으로 전략을 재편,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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