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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소비자도 점주도 라이더도 불만···배달 업체만 배불리는 '묶음배달'

유통·바이오 식음료

소비자도 점주도 라이더도 불만···배달 업체만 배불리는 '묶음배달'

등록 2023.08.02 12:01

수정 2023.08.02 14:21

김민지

  기자

점주·소비자 부담 배달비 회사가 책정···재량 없어 불만주문 단가 높아야 배달비 절약···한집배달보다 비싼 경우도점주 "수수료 높고 배차 안돼"·라이더 "단가 낮다" 불만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배달 중개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내놓은 '알뜰배달'에 대한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알뜰배달은 론칭 당시부터 점주와 라이더들의 우려가 컸는데, 라이더들이 받는 배달비 단가가 낮아지고 비효율적인 배차 사례가 나오며 점주와 소비자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점주들은 배달비 부담 완화 효과가 없다며 결국 "배민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토하고 있다.

알뜰배달은 배민이 올해 4월 출시한 묶음배달 서비스다. 알뜰배달은 기존 배민1 '한집배달'과 동일하게 배민 라이더가 직접 배달을 책임지면서 동선에 따라 묶음배달을 시행해 식당과 소비자의 배달 비용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알뜰배달의 주문 중개 이용료는 배민1 기본형·오픈리스트와 동일한 6.8%이다. 여기에 2500~3300원(부가세 별도) 수준의 배달비와 결제 정산 수수료 3%(부가세 별도)가 추가된다.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주문 금액과 거리, 주문 시간대, 지역에 따라 변동된다. 배민에 따르면 소비자 부담 배달비는 평균 2000원 안팎이다.

배민이 알뜰배달 서비스를 내놓으며 '점주와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 완화'를 내세웠다. 주문 한 건에 들어가는 배달비의 총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했다는 것이다. 한집배달은 말 그대로 한 집에 한 건씩 배달하기 때문에 빠르게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배달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배민은 알뜰배달이 단건배달의 장점은 살리고 높은 배달 비용이라는 단점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소비자에겐 주문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점주에겐 주문받을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나며 라이더 입장에서도 기존에 없던 배달 형태가 추가됨에 따라 새로운 수익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배민 관계자는 "알뜰배달은 업주의 배달비 부담을 높이고, 소비자의 부담은 줄이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민의 묶음배달은 업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체 배달비를 낮추면서 일반 배달 대비 배차 시스템을 컨트롤해 라이더가 훨씬 효율적으로 최적으로 배달을 수행할 수 있다"며 "업주 입장에서는 평균 배달비 부담은 낮추고 배달 품질에 대한 고객 불만에 따른 피로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체감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응이 많다. 소비자가 알뜰배달로 주문했을 때 한집배달과 배달비 차이가 1000원가량 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몇백 원 정도를 절약하는 수준이다. 알뜰배달로 주문했을 때 최대의 절약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주문 단가를 높여야 한다. 간혹 부담하는 배달비가 높은 경우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했을 때 한집배달은 배달비 1500원, 알뜰배달은 2100원의 배달비가 부과되는 식이다.

이는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가 주문 금액과 거리, 주문 시간대, 지역 등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비가 유연하게 거리나 상황, 지역별, 시간대에 따라 설정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은 조금 더 비싸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또 알뜰배달 배차가 2~3건 묶일 수도 있고 1건만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점 점주들은 알뜰배달 수수료가 높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집배달은 점주가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설정할 수 있었으나, 알뜰배달은 배민이 배달비를 정하기 때문에 점주가 배달비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 주문 금액별 배달비 또한 마찬가지다. 배달비를 배민이 통제하게 됨으로써 구간별로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설정하며 마진을 조정해왔던 점주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점주가 24000원어치의 음식을 판매한고 하면 이때 ▲중개이용료(음식값의 6.8%) 1632원 ▲결제수수료(3%) 720원 ▲배달비 3200원 ▲부가세(중개이용료+결제정산수수료+배달비의 10%) 555원으로 PG사에 돌아가는 결제 수수료를 제외하면 배민에 납입하는 비용은 총 5387원이 된다.

그렇게 되면 점주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1만7173원인데, 여기서 인건비와 재료비 등 제반비용을 포함하면 남는 돈은 더 줄어든다. 한집 배달료를 소비자가 더 많이 부담하는 식으로 책정했던 점주가 알뜰배달을 선택하면 마진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배차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계속해서 지적받고 있다. 알뜰배달은 배민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배차를 진행한다. 배민은 알뜰배달 출시 당시 "알뜰배달 역시 그동안 배민이 축적한 데이터 및 배달 효율화 기술을 바탕으로 최적의 경로를 제안한다"며 "특히 유사한 동선에 있는 배달 건들의 경우 주문 건을 묶어 최소한의 이동 거리로 배달이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라이더들은 이 같은 '최적 경로'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알뜰배달은 라이더가 동선을 바꿀 수 없고 AI가 정해주는 동선으로 움직여야 한다. 불거나 녹는 음식을 고려해서 자의적으로 배달을 수행할 수도 없고, 처음 받은 동선과 다르게 동선이 바뀔 때도 있어 오히려 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라이더들의 주장이다.

단가가 낮다는 것 또한 라이더들의 배차 수락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알뜰배달은 ▲픽업요금 서울 기준 1200원 ▲전달요금 1000원 ▲100m당 구간 요금 80원으로 책정된다. 이 때문에 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가 3000원에서 2200원으로 줄었다고 호소한다.

단가가 낮으면 배차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점주들과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1시간 이상 주문한 음식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생기면서 이에 대한 불만은 고스란히 점주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묶음 배달이 기본인 알뜰배달을 단건만 배차하는 이른바 '단뜰배달'도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알뜰배달이 단가가 저렴한 이유는 여러 건을 묶어서 배달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묶어서 배달할 음식이 없는 경우 단건으로 배차하고 구간배달(알뜰배달) 요금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라이더 입장에선 단건배달을 알뜰배달로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일반대행으로 잘 수행되고 있던 묶음배달을 알뜰배달로 론칭했을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라며 "론칭 이후 아직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있어 점주들과 라이더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민 관계자는 "알뜰배달 상품 이용 여부는 점주가 식당 경영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처럼 점주님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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