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교통사고처리·변호사선임 비용 20% 가입자 부담한다

운전자보험 일부 담보에 가입자의 자기부담금 조건이 추가된다.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 교통사고처리비와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에 자기부담금 20% 항목을 신설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손해보험업계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업계 자율적인 제동 장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특정 담보가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이를 악용한 보험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기부담금 제도가 적용되면 앞으로는 교통사고처리비용과 변호사선임비용 보험금을 신청해도 20%는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변호사 선임 비용 500만원이 청구됐다면 100만원을 피보험자가 내야 한다는 의미다.

변호사 선임 비용은 자동차 사고 이후 분쟁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비용을, 교통사고처리비는 자동차 사고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피보험자가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한 금액을 보상하는 특약이다.

자기부담금이 신설되는 변호사 선임비와 교통사고 처리 비용 특약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모럴헤저드 우려가 제기된 항목이다. 특히 변호사선임비는 지난해 10월 DB손해보험이 보장 시점을 기존 '검찰 기소 후'에서 '경찰 조사' 단계로 앞당긴 상품으로 월 신규 가입자가 대폭 늘어나자 너도나도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롯데손보 등 손보사들는 변호사 선임비 보장을 7000만원까지 확대한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 유치에 나섰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보험사는 보장을 1억원까지 높여 판매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감독행정작용을 통해 '과거 지급된 최고 보험금 수준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등 실제 발생 가능성이 없는 수준으로 보험가입금액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보험료를 수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사들이 과거에 지급된 보험금은 최고 3000만원에 불과함에도,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보험가입금액을 5000만원에서 7000만원 또는 1억원으로 추가 증액하고 있다"는 구체적 사례까지 적시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이에 당시 손보사들은 변호사 선임비 보장은 최대 5000만원, 교통사고 처리 비용 한도는 1000만원까지 축소했다. 이번 자기부담금 신설은 담보 한도 설정에 이은 추가 조치인 셈이다.

자기부담금 신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서 영업 현장에선 운전자보험 절판마케팅이 성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절판마케팅은 보험 상품 혜택이 축소되는 시점 전에 고객들을 끌어모아 '지금 안 사면 후회한다'는 식의 화법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앞서 금융당국이 보험·카드상품 절판마케팅 영업규제를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우회적인 제재에 나선 만큼 영업현장도 당국 눈치를 볼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기부담금 신설로 모럴헤저드 우려는 감소할 것이나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점도 분명히 있다"며 "절판마케팅의 경우 제도 시행 전까지 일부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변호사 선임 비용을 앞세운 운전자보험은 이미 가입할 사람은 대부분 가입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