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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방향성 동의하지만"···'삼성생명법 처리' 꺼리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 은행

"방향성 동의하지만"···'삼성생명법 처리' 꺼리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록 2023.01.18 06:00

수정 2023.01.18 10:48

차재서

  기자

국회 삼성생명법 공방에도 뒷짐진 금융위 대안 없이 '소액주주 피해' 통상적 입장만 "금융당국 본연의 책임 이행해야" 지적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차 수출·투자 금융지원협의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차 수출·투자 금융지원협의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21대 국회의 최대 쟁점법안인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이 또 다시 폐기 위기에 내몰렸다. 국회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계속되는 여야 설전에 법안이 심사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키를 쥔 금융당국은 정치권의 거듭된 요청에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소극적 태도를 고수하는 모양새라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6일 삼성생명법 관련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은 보험회사·보험계약자·주주 등 이해관계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니 충분한 국회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라 변동함으로 개정안에 따른 장·단기 영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매각 시 주가변동성 발생과 이에 따른 주식시장, 소액주주 영향은 불가피하므로 이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 차원에서 법안을 분석해달라는 국회의 요구에 따른 조치다. 다만 그간의 입장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데다,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명분삼아 답을 회피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내놓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국내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법안 통과 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당국이 부담을 떠안길 꺼려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삼성생명법은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별칭이다.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과 주식 보유한도 산정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에서 보험사가 계열사 채권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데, 이를 원가로 계산함으로써 각종 리스크에 직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개정안에 삼성생명법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말 그대로 삼성생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아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71%(보통주 약 5억81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법안 개정 시 그 중 상당량을 처분해야 한다.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취득해 원가는 5400억원에 불과하나, 시가로 따지면 31조원(17일 종가 기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회사 총자산(314조원)의 10%를 웃도는 규모여서 삼성생명으로서는 산술적으로 최소 21조원어치의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를 놓고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안 취지대로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 이면엔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금융위는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된 2014년(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이후 9년간 통상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 외에 단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금융사의 보유 주식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어 해결방법을 고민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김소영 부위원장 역시 작년 11월 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참석해 "당장 준비한 대안은 없고, 토론 과정에서 의견이 있으면 제시하겠다"며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것 같아서, 그래도 입법 과정에서 논의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즉, 금융위로서는 삼성생명법과 관련해선 따로 검토하지 않았고 대안을 내놓을 계획도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금융위가 이처럼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금융사가 법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충격을 흡수하는 등의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당국의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용우 의원은 작년 법안소위 당시 "가령 자본시장법의 어떤 조항을 같이 바꾸고 경과 규정을 둠으로써 충격을 줄일 방안이 나올 수 있고, 그 충격이 얼마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충격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금융위의 올바른 업무 태도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 충격이 얼마이고, 이를 흡수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해야 되며, 주주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는 금융위가 논의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용우 의원은 삼성전자가 삼성생명 측이 보유한 전자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른 법률이나 규정의 제·개정으로 특정 주주의 지분매각이 강제되지만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면 주권상장법인이 금융위 승인 하에 이를 해당주주로부터 매입한 뒤 소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삼성생명법을 보완한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21대 국회 임기 내 삼성생명법을 처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금융당국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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