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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통큰 결단’···‘조카’ 박철완 분쟁 명분 없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통큰 결단’···‘조카’ 박철완 분쟁 명분 없다

등록 2021.05.06 15:36

이세정

  기자

박 회장, 대표이사·사내이사 스스로 물러나견고한 경영기반 구축, 전문경영인체제 전환 사내이사 겸직 피앤비화학 대표도 동반 사임새인물로 공석 메울 계획, 이사회 70% 물갈이폐쇄적 오너경영 해소, 금호리조트로 공격할듯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통큰 결단’···‘조카’ 박철완 분쟁 명분 없다 기사의 사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대표이사 용퇴 결단을 내렸지만, 경영권은 더욱 안정화될 전망이다.

이에 박 회장의 폐쇄적인 조직 운영 등을 문제 삼아온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분쟁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 전 상무가 유용하게 써먹을 만한 공격 수단은 금호리조트에 불과해 보인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4일 금호석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등기임원)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은 내년 3월까지 약 1년의 임기가 남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자진 사임했다.

회사 측은 “금호석화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에 대해 경영기반이 견고해졌다고 판단한 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금호석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은 공식적으로 1993년 이후 28년 만이다.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갈등으로 금호석화 대표이사 자리에서 강제 해임된 2009년 당시에도 사내이사직만은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용퇴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금호석화는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배 성장한 2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은 5배 가까이 확대된 6125억원을 달성했다.

박 회장이 미등기 회장으로 남은 것은 경영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하는 특정 사안을 제외한 모든 업무집행을 담당한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면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사회 막후경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금호석화 사내이사 전원을 물갈이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는 2022년까지인 임기를 남겨두고 박 회장과 함께 사임했다. 신 대표는 글로벌 화학업체 바스프의 한국지사 한국바스프에서 회장을 역임한 전문가로 꼽힌다. 하지만 금호피앤비화학이 금호석화 100% 자회사라는 이유로 신 대표의 독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박 전 상무도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분쟁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금호피앤비화학의 금호리조트 인수 참여는 금호석화의 의사결정으로 이뤄졌다”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자회사의 이사회가 같은 인물(박 회장, 신 대표)로 구성된 모회사 이사회의 영향 아래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금호석화는 사내이사 2인의 공석을 다음달 15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채울 계획이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고영훈 중앙연구소장 부사장과 고영도 관리본부장 전무가 올랐다. 고 부사장은 국내 합성고무 연구의 권위자이고, 고 전무는 재무·회계·구매·자금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유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선출된 백종훈 대표이사 부사장을 포함해 총 3인의 사내이사진이 새롭게 꾸려진다. 영업본부장 출신인 백 대표는 금호석화의 실적개선을 이끈 인물이다.

사외이사 7인 중 과반인 4인은 올해 새롭게 선임됐다. 특히 박 전 상무 측 후보들과 치열한 표결을 벌인 끝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독립성과 전문성 등이 담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관 변경에 따른 이사회 내 다양한 위원회 설치도 완료됐다. 금호석화는 기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2개에서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가 추가됐다. 각 위원회 위원장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박 회장의 이 같은 선제적인 행보는 박 전 상무의 경영권 공격 명분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전 상무가 반란 이유로 꼽은 문제점들이 대거 해소됐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폐쇄적인 이사회를 견제·감독하기 위한 거버넌스의 전면 개혁을 주장했다. 또 기존 오너경영을 탈피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회장의 개선 조치로 대립 구실이 마땅치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가 임시 주총에서 박 회장의 측근이라는 이유 등으로 사내이사 후보들의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지난 4일 기준 박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14.90%이고, 박 전 상무 측은 10.16%로 4.7%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또 기존 주주들이 지난 주총에서 박 회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준 점은 상당한 부담이다.

대신 박 전 상무는 금호리조트를 지속적인 공격 빌미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연관성이 적고 이익창출력이 열악한 금호리조트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앞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호석화와 금호피앤비화학이 최근 350억원 규모의 금호리조트 출자를 결정한 것도 압박 구실이 될 수 있다. 금호석화와 금호피앤비화학은 보유 지분율에 따라 이달 11일 금호리조트가 단행하는 유상증자에 각각 234억원, 11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마련한 대금은 시설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자금 유출이 이뤄질 경우 재무건정성 타격 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선임 예정인 전문경영인들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7명의 사외이사들과 협력해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거버넌스 전환은 최근에 강조되는 지속가능경영과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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