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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한수원 사장 돌연 사임···대체 왜?

이관섭 한수원 사장 돌연 사임···대체 왜?

등록 2018.01.18 15:36

수정 2018.01.18 15:39

주혜린

  기자

정부 탈원전 정책 비판에 ‘무언의 압박’ 있었나 의구심서부발전 채용비리 검찰조사도 부담 백운규, 미국 출장 동행에 재신임 무게 뒀으나···백 장관 돌연 취소

<제공=연합뉴스><제공=연합뉴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사임한다. 이 사장이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기고 돌연 사임하자, 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새 정부 들어 이 사장이 탈원전 정책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과 관련 무언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사장이 최근 사표 제출했고, 현재 수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19일께 퇴임식을 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2016년 11월 취임했고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임기가 1년10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물러난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표 수리는 이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원전 수출 등 본인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와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이 사장이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찬성 측 의견을 대표해 탈원전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뒤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탈원전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 사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정부 입장이 정해지면 공약 사항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의 입장은 한달여만에 돌변했다. 이 사장은 지난 7월17일과 18일 기자간담회와 주민간담회에서 “건설이 일시 중단된 신고리 원전 5·6호기가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중단으로 결론 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3개월간 이어질 공론화 기간에 국민에게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전적으로 찬성하지 않음을 표명한 것이다. 또 이 사장은 이날 영구 중단 결정은 한수원이 아닌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국무회의의 결정에 따라 공론화하기로 했고, 공정한 공론화를 위해 일시중단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렇게 의결했다”며 “책임을 누가 지는 것에 대한 부분은 한수원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틀 뒤인 19일 당시 백운규 장관 후부자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수원 이관섭 사장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 관련해) 특정한 결론을 유도하면 안 된다. 관리·감독을 하라”고 밝히자, “알겠다”라고 대답했다. 또 ‘일시중지에 따른 기업 배상을 누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수원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시중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에도 이관섭 사장은 정부의 탈원전에 반대하는 행보를 보였다. 한수원은 10월 12일 국회 산자위 국회 국정감사에서 원전 비용이 사회적 비용과 사후 처리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원가를 공개했다. 이미 사회적 비용 및 사후처리 비용을 반영한 원전의 발전원가를 다른 신재생발전보다 비싸다는 주장을 펴왔던 정부와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 사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이 끝난 후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차관 시절 서부발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일어난 채용비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산업부 서기관이 구속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당시 운영지원과장이었던 K국장까지 구속되면서 이 사장도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표는 이미 지난해 11월 쯤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UAE 원전 수출사업의 영향 등을 고려해 그동안 사표수리가 보류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사업권 인수가 최종 결정된 뒤 사임 시기를 저울질 했던 것으로 보고있다.

사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이번주 백 장관의 미국행에 동행할 경우 재신임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 판단했다. 한수원 사장은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산장관이 선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백 장관은 17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산업통상분야의 미국 측 고위인사들을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과 태양광, 세탁기 등과 관련한 세이프가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이 사장은 백 장관과 함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출장을 갈 예정이었다. NRC는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심사하고 있다. NRC 기준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심사를 통과하면 한국 원전의 수출이 더욱 용이해진다.

하지만 백 장관은 돌연 미국 출장을 취소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26일부터 12월2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백 장관과 함께 해외원전 수주를 위해 영국과 프랑스, 체코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 사장의 사임으로 한국전력(015760)과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사 6곳의 사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됐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2개월여 가량의 임기를 남기고 지난달 8일 중도 사임했다.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 정창길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산업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한국동서발전은 김용진 사장이 지난 6월9일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임명되면서 7개월 넘게 사장직무대행 체제다.

이 사장의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치인이나 한수원 OB출신이 올 것이라는 추측만 나오고 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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