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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곽도원, 그렇게 종구가 되다

[인터뷰] ‘곡성’ 곽도원, 그렇게 종구가 되다

등록 2016.05.17 07:01

이이슬

  기자

곽도원, 영화 ‘곡성’ 주인공 종구 役첫 주연작으로 생애 첫 칸 영화제 밟는다

곽도원/ 사진=최신혜 기자곽도원/ 사진=최신혜 기자

“천 번을 해도 천 번 불편한 것 같습니다.”

배우 곽도원이 시사회를 마치고 다음날 가진 인터뷰에서 내뱉은 첫 마디였다.

곽도원은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곡성’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데뷔 13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영화 ‘곡성’이 세계적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올라가는 배우의 이름은 곽도원. 첫 주연작, 첫 번째 칸 영화제. ‘곡성’은 곽도원에게 떼레야 뗄 수 없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곡성’은 한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후 의문의 연쇄사건이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 ‘추격자’(2008), ‘황해’(2010) 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다. 극중 곽도원은 어리숙한 경찰 종구 역으로 분해 괴이한 증세를 보이는 어린 딸(김환희 분)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곽도원은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은 극단생활이었다.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기를 수차례. 그는 그렇게 정석대로 연기를 배웠다. 온 몸으로 연기를 배워냈다 표현하는 게 맞겠다. 곽도원은 ‘곡성’ 개봉을 앞두고 뜻밖에도 연기를 처음 시작했던 부산으로 시계를 되돌렸다.

몸과 어깨에 제법 힘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곽도원은 뜻밖에 퀴퀴한 무대 위 자신을 데려왔다. 그게 바로 곽도원이었다.

“연희단거리패에서 배우를 시작했어요. 매일 오전 7시반에 기상해 극단에 나가야 하는 생활을 했죠. 그런데 술을 마시다 늦기도 하고 자다가 못 가기도 하다가 퇴단을 당했어요. 다섯 번이나 쫓겨났어요. 아마 제가 최다 퇴단단원 일 거에요.(웃음) 그때 조영진 선배가 그러시더라고요. 사람이 한 번 실수는 눈감아 줘도 두 세번 실수는 만회하기 힘들다고. 너라는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 번의 실수조차 너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세상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도 참아라. 그럼 너는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 된다. 평생 도를 닦다 죽는거죠. 당시 가르침이 ‘곡성’에서 종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 ‘곡성’으로 생애 첫 주연

곽도원에 첫 주연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니 갑자기 세상 가장 소탈한 아재(아저씨)변신했다. 머리를 긁적이던 곽도원은 물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허허 웃으며 속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나요. 연극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행복했죠. 처음 영화판에 와서 작은 역할로 시작했어요. 어느날 갑자기 ‘내가 단역을 하려고 연기를 시작한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새로운 도전이 정말 맞나. 계속 생각했어요. 1년에 한두편씩 나왔지만 목숨을 부지하게 해준게 영화에요.”

 ‘곡성’ 곽도원, 그렇게 종구가 되다 기사의 사진

곽도원은 연기를 시작하던 순간으로 시계를 되돌려 천천히 복기했다. 종구와 만나던 순간 역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무게를 지닌 종구는 쉽지 않은 길을 돌아 곽도원에게 왔다.

“2014년에 쉬고 있을 때, 홀로 코스모스 축제를 걸으며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웃음) 그 때 나홍진 감독 전화를 받았고, 만났죠. 시나리오를 주며 여러 가지 물으시더라고요. 캐릭터마다 어땠냐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죠. 이후에 여러번 만났어요. 나홍진 감독이 캐스팅을 얼마나 지독하게 하는지 저는 알고 있었어요. ‘황해’ 당시 촬영이 1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대학로 배우 중 ‘황해’에 출연하는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로 나뉠 정도로 나 감독이 대학로를 샅샅이 뒤졌어요. 마지막에 만났을 때 나 감독이 무슨 역할인지 예상되느냐 묻더라고요. 속으로 조연도 철저하게 뽑는구나 했었는데 주인공인 종구 역할이라더군요.(웃음) ‘네? 주인공이요? 진짜? 왜?’하고 물었죠.”

◆ 나홍진 감독, 곽도원 믿었다

곽도원의 말처럼 나홍진 감독은 캐스팅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다. 절대 허투루 배우를 뽑지 않으며, 소신있게 섭외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곽도원을 ‘곡성’의 주인공으로 점찍은 것이다. 나홍진은 누구보다 곽도원을 믿었다.

“나 감독과 이야기를 해보니 ‘황해’ 끝나고 제가 출연한 작품을 계속 봤더라고요. 인터뷰 한 것도 다 딝고. 곽도원이라는 배우는 다른 어떤 역할, 종구 역할도 해낼 수 있을거라고 하더라고요. 감동이었죠. 누군가 저를 믿어주고 희망을 주고. 더군다나 그게 정말 잘하는 감독이고. 기뻤어요. 나에게 뭔가 발견했다면 현장에서 그걸 끌어내달라고 말했어요.”

 ‘곡성’ 곽도원, 그렇게 종구가 되다 기사의 사진

그 다음부터는 오롯이 곽도원의 몫이었다. 왜 자신이 종구에 적임자였으며, 어떻게 그를 그려갈지 곽도원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곽도원은 많은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저한테 종구, ‘곡성’은 큰 숙제였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든 생각은 범인지 누구고 귀신이 누구인지. 또 누구한테 종구가 속은 것인지 아닌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차마 어렵다는 말은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세 번 읽으니 알겠더라고요. 나 감독이 굳이 알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군요. 종구에게 필요한 모습을 곽도원이라는 배우에게 다 봤으니 할 수 있을거라고 용기를 주셨죠.”

곽도원이 가장 갈등한 지점은 아빠로써, 또 한 인간으로써 어떤 존재와 마주하는 지점. 얼만큼 어디까지 감정을 열고 봐야할 지 고민했다. 미혼인 곽도원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감정적인 숙제이기도 했다.

“종구는 가정과 딸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데 아직 미혼인 제가 그 감정을 헤아리기 힘들었어요. 또 얼만큼 찌질해야하는지, 강렬한 아비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죠. 자신의 연기에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겠지만 잘하고 싶었어요. 내 안에 작은 무언가를 끄집어 내보자 생각했죠. 물론 나 감독한테 기대간 부분도 있습니다.(웃음)”

◆ 종구, 곽도원의 도전이자 또 다른 시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를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곽도원은 이후 ‘변호인’(2013), ‘타짜-신의 손’(2014)을 통해 충무로에 안착, 자리잡았다. 특히 ‘변호인’은 그에게 첫 1000만 영화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준다. ‘곡성’은 ‘변호인’ 촬영 이후 합류했다. 곽도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변호인’ 촬영을 끝내고 ‘곡성’ 촬영에 돌입했는데 나홍진 감독이 ‘눈빛이 날카롭다’고 지적했어요. ‘변호인’에서 날카로운 눈빛이 저도 모르게 나온거죠. 종구는 그런 눈빛을 쓰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한 달동안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완전히 몰입되지 않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 때 나홍진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종구는 세상을 맑은 눈으로 살아야 한다고요. 사람이 나쁘게 생각하기는 참 쉽죠. 촬영 내내 마음을 늘 아름답게 가지고 일상에서도 캐릭터로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죠.”

 ‘곡성’ 곽도원, 그렇게 종구가 되다 기사의 사진

인터뷰 말미, 곽도원은 관객들에게 종구로서 말하고 싶은게 있다고 했다.

“종구는 나약하고 지질하고 순박하지만 자식 사랑이 극진한 캐릭터에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상이지요. 직장을 가진 직장인이 오늘만 무사히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게 종구입니다. ‘곡성’은 그런 종구가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것에 대한 영화 같아요. 그래서 더욱 긴장감 넘치고 스릴있죠. 누가 귀신일까요? 그건 관객 스스로가 정해도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곡성’이 더 재밌지요. 우리는 삶을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해야해요. 삶은 열심히 산 사람한테만 스펙터클한 삶이 주어지게 아닐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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