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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에 대한 시각 변화···‘富의 기준’서 ‘대중의 발’로

[포커스]수입차에 대한 시각 변화···‘富의 기준’서 ‘대중의 발’로

등록 2014.08.11 09:48

정백현

  기자

과거엔 유명인 재력 과시하는 상류층 필수 아이템車 가격 인하·디젤 열풍 덕 소비자 구매 장벽 붕괴국산차업계 성장에 자극···전체 車 시장 수준 높여

국내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인 폭스바겐 준중형 해치백 '골프'.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제공국내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인 폭스바겐 준중형 해치백 '골프'.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제공


개방 27년째를 맞은 국내 수입차 시장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수입차는 단순히 ‘재력 과시’를 위한 매개체였던 것이 이제는 일반 대중들의 이동을 돕고 자동차 기술과 문화를 바꾸는 혁신의 대상으로 진화했다.

과거 수입차는 ‘잘 나가는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당시 국내에서 이름값이 높고 수중에 돈이 많다고 자부하는 유명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입차를 구입했다. 대부분 연예활동을 통해 일확천금을 건진 연예인들이 수입차 시장 개방 초기의 단골 인사였다.

지금도 슈퍼스타지만 1980년대에는 더 범접할 수 없는 슈퍼스타 조용필 씨는 1980년대 초 가수왕을 연거푸 석권하면서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자 당시 1억원 안팎(현재 추정시세 약 10억원)의 찻값을 자랑하던 메르세데스-벤츠 280SE(현 S클래스)를 구입해 큰 화제가 됐다.

한때 국내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으로 알려졌던 ‘코미디의 황제’ 고 이주일(본명 정주일) 씨도 ‘왕관’이라는 뜻의 차명을 지닌 토요타자동차의 크라운을 몰고 다녔다. 그 당시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희극인은 이 씨가 유일할 정도로 위세가 어마어마했다.

수입차에 대한 사회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의 일이다. 국산 자동차의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시점에서 해외 각 나라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차의 가격이 점차 내려가자 일반 대중과 수입차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특히 과거 검은색 대형 세단 일색이던 차종도 소형차부터 SUV까지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국산차에 몰렸던 자동차 소비자들의 관심이 수입차로도 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입차를 단순히 ‘과시용 전시품’으로만 보지 않고 경제성을 강조한 실용적 이동수단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증거는 디젤 승용차의 열풍이다.

한동안 디젤 승용차는 시끄럽고 진동이 심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선진 첨단 기술의 탑재로 소음과 진동을 잡아내고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뽐내는 수입 디젤 승용차가 등장하면서 디젤 승용차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달라졌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부터 휘발유 가격의 폭등으로 차의 성능보다 연비를 중요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디젤 승용차의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결국 수입차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나아가 국산 자동차 시장에도 디젤 승용차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됐다.

더불어 2000만원대 중반부터 4000만원대 미만의 대중적 가격대에도 역동적 성능을 뽐내는 이른바 ‘보급형 수입차’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던 수입차 구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사실상 무너졌다.

물론 현재도 수입차를 ‘부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스타의 ‘애마’가 무슨 특징을 가졌고 얼마나 비싼 차인지를 궁금해 하는 대중의 관심은 아직도 매우 크다.

그러나 ‘평생 노력해도 구경 못하는 차’에서 ‘조금만 노력하고 머리를 쓰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차’로의 인식 변화는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시각이 변하면서 국산차업계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국산차 제조업체들은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그동안 수입차 시장의 성장에 대해 미온적 대응을 해왔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못 미치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러나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서고 연간 누적 판매량이 10만대 이상을 넘기자 수입차 시장의 고속 성장을 깨닫고 수입차 시장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는 그만큼 우리 자동차 시장의 수준이 진화했다는 증거”라며 “특히 수입차 시장의 성장이 국산차업계에도 자극을 줬다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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