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 불법으로 몰때는 언제고···‘이랬다 저랬다’ 혼란 부추기는 금감원

최종수정 2020-01-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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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라임’ 알펜루트 환매 연기사태
TRS 증권사 유동성 회수 과정서 생겨
금감원 TRS 자금 조기회수 자제 주문
라임사태 때는 TRS를 원흉으로 지목

대규모 펀드환매 중단 사건을 일으킨 ‘라임사태’의 불통이 사모펀드업계 전체로 튀고 있는 모양새다. 라임 사태에 부담을 느낌 증권사들이 TRS(총수익스와프) 통해 운용사들에게 빌려줬던 자금을 잇달아 거둬들이면서 라임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투자자들에게 환매 중단을 알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투업계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펀드런(대량 환매)’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제 2의 라임사태’라고 볼 수 있는 알펜루트의 환매 중단 사건 논란의 핵심에는 증권사와 TRS 계약이 있다. TRS는 자산운용사가 모은 투자자 돈을 담보로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 주고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사실상 ‘대출’로 인식된다.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자금 회수를 요구하면 운용사는 TRS 자금을 먼저 갚아야 한다. 그러나 운용사가 당장 갚아야할 자금이 부족하면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환매 연기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최근에 일어난 알펜루트 사태가 이러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즉 라임 사태로 부담을 느낀 증권사들이 알펜루트 펀드에 빌려줬던 자금을 일제히 거둬들이면서 이러한 사단이 난 셈이다.
라임사태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 되자 금감원이 또다시 나섰다. 사모펀드에 TRS 계약을 통해 신용을 제공한 6개 증권사 담당 임원과 긴급회의를 열고, 갑작스럽게 TRS 증거금률을 인상하거나 계약을 조기 종료하지 않도록 당부한 것이다. 회의 참석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6곳이다.

금감원은 작년 라임운용 사태 이후 증권사들이 위험관리 차원에서 일부 운용사와 체결한 TRS 계약의 증거금률을 급격하게 올리거나 거래를 조기 종료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하자,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싸늘한 눈치다. 금감원은 라임사태가 터졌을 때 문제의 진원지로 TRS를 지목했다. TRS 계약을 맺은 일부 증권사들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TRS 공급자를 암묵적으로 ‘범법자’로 취급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말 라임운용과 TRS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가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이들에 대한 종합검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금감원의 행동들이 여타 증권사들에게도 차례대로 부담을 안겼다. TRS가 증권업계에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자 대형 증권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내부적으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영업부서를 축소하고, 관련 자금 대출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었다. PBS는 운용사에 돈을 빌려주는 곳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종합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다.

당시 한 증권사 관계자는 “TRS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레버리지효과를 볼 수 있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 흔하게 이뤄지는 계약이다”라며 “금감원이 이를 불법적인 분위기로 몰고 가니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라임 사태 이후부터 TRS를 제공한 증권사를 마치 불법적인 것 마냥 취급을 하니 증권사에서 차례대로 자금을 회수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결국 금감원으로부터 눈 밖에 나지 않게 위해 증권사들이 TRS 자금 회수 나서기를 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운용사들에게는 자금줄이 막히면서 이러다가는 자칫하면 존폐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TRS는 수수료 지급과 손실 보전 모두 운용사가 부담을 안는 구조로 돼 있다. 즉 증권사는 위험을 운용사에 넘기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비정상적으로 회수할 필요가 없다.

증권업계는 금감원이 TRS를 제공한 증권사들을 ‘범법자’로 몰아붙이다가 이제는 오히려 증권사들에게 TRS자금 조기회수를 자제하라고 주문하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사모펀드 시장을 키우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업계 전체에 대한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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