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나서는 금융권]40대 은행원도 ‘집으로’···고강도 몸집 줄이기 본격화

최종수정 2020-01-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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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판매 환경 변화, 경영 악화 직격탄
입행 10여년차 40대 초반 직원도 퇴직 대상
시중은행, 매년 1조원대 퇴직금 줄이기 총력
임직원 1인당 퇴직금 액수도 예년보다 급감

국내 은행권의 공통된 새해 키워드는 ‘생존을 향한 체질 개선’이다. 군살을 빼고 효율적 수준의 인력과 조직 구성을 통해 나빠진 업황 속에서 생존을 꾀하자는 것이 은행들의 움직임이다. 다른 해의 체질 개선 작업과 비교할 때 올해의 체질 개선 강도는 상당히 세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과 오프라인 영업점 통폐합 등의 형태로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한 인력·조직 감축 작업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사실 은행들이 체질 개선을 위해 인력과 조직 규모를 조정하는 것은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일반은행의 국내외 점포 수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분기 말 기준 총 점포수는 5141개였으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점포수는 5.5% 감소한 4857개로 집계됐다.

직원의 숫자도 통계 기준의 변경과 정부가 추진해 온 일자리 정책 등의 영향으로 일부 늘어나기는 했지만 새로 뽑는 인원의 수만큼 매년 상당한 인원이 은행을 떠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체질 개선의 목적에 ‘생존’이라는 절박한 어감의 수식어가 붙었다. 이미 은행 대내외 경영 여건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인 데다 지금 군살을 빼지 않으면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나는 임직원의 숫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퇴직자들의 연령대도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퇴직을 해도 은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챙겨가는 퇴직금의 규모도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2019년 말과 2020년 초 기준으로 은행권에서 퇴직 대상으로 꼽히는 연령대는 50대 중·후반이 된 이들이다. KB국민은행은 1964~1967년생, KEB하나은행은 1964~1965년생, 우리은행은 1964년생을 퇴직 대상자로 잡았다.

심지어 농협은행은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40대 초반 직원들까지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지난해 은행에서 떠나보냈다.

50대 은행 직원들의 퇴직은 결코 낯선 장면이 아니다. 그러나 입행 후 길어봐야 10여년 안팎의 40대 초반 직원까지도 은행을 떠나야 하는 상황은 현재 은행권이 마주하고 있는 경영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퇴직 은행원이 손에 쥐는 퇴직금 규모는 이전보다 확 줄었다. 보통 희망퇴직의 형태로 은행을 떠날 때 은행이 주는 급여는 적게는 2년 7개월(31개월)분에서 많게는 3년 3개월분(39개월) 정도였다.

이들이 받는 퇴직급여에는 급여와 근무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기본 퇴직금에 은행 측이 산정한 특별퇴직금과 자녀학자금, 재취업지원금, 건강검진비 등 각종 복리후생 비용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억대 퇴직금을 손에 쥐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매년 각 금융지주와 은행이 반기마다 발표하는 사업보고서의 임원 보수 수령 현황을 보면 임원이 아닌 신분에서 퇴직한 직원이 CEO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챙겨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면 최소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퇴직금 산정 기간 최소 계산치가 21개월로 줄었다. 최대 계산치도 35개월 정도로 감소했다. 급여 산정 기한이 줄어든 만큼 돈의 액수도 줄었다. 여전히 산술적 금액은 많지만 과거 10억원대를 호가하던 고액 퇴직금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은행이 이처럼 퇴직금까지도 줄이는 이유는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퇴직 관련 급여 총액은 매년 1조원대 중반대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지급액도 6335억원에 이른다.

희망퇴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이 지출하는 일반관리비의 규모도 늘어난다. 순이익이 계속 늘어도 인력 문제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이 많아지면 경영 효율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앞으로는 금리가 낮아지고 가계대출의 비중도 줄어드는 데다 파생금융상품의 판매도 제한이 생기면서 이자가 아닌 방법으로 은행이 챙길 수 있는 이익도 줄게 됐다. 결국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가 은행의 퇴직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은행의 체질 개선은 단순히 직원 수를 줄이고 퇴직금을 줄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부터 각 은행들은 본점의 인력과 조직을 대폭 줄이며 효율성 높은 조직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조직 효율화’와 ‘현장 중심 경영’ 기조가 맞물리면서 본점에서 일하던 인력이 현장 영업점으로 대거 발령됐고 영업지역이 중첩되는 곳의 영업본부는 빠르게 통폐합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된 영업점의 통폐합 속도와 규모는 갈수록 더 빠르고 커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의 제한된 사업 여건에서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가능한 한 많이 줄여 나빠진 업황에서도 안정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조직 변화는 사업 여건 변화는 물론 업무 환경의 직접적 변화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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