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비율 공시제 4년···증권사 리포트 여전히 ‘매수’ 일색

최종수정 2019-11-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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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리포트 비율 대부분 ‘0’
괴리율 공시제, 효과는 ‘미미’
구조상 ‘매도’ 내기 쉽지 않아
외국계 10~30%···한국과 대조

금융당국이 투자의견 '매수'라는 증권사 기업분석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여전히 ‘매수’ 일색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시장 상황 악화와 오너 리스크, 관련 종목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수’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매수와 매도 의견 비율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해보려고 이 같은 제도를 시행했다.

28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1년간 국내 32곳의 (한국계)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의 ‘매수’ 투자의견 비중은 89.8%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투자의견 ‘중립’은 10.2%였으며 가장 주목하고 있는 ‘매도’ 의견 비중은 단 0.1%에 그쳤다. 또 2017년 9월부터 작년 9월까지 같은 한 해 동안 ‘매도’ 의견 비중은 2%였는데 이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지난 1년 간의 매도 의견을 낸 한국계 증권사는 신영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단 4곳에 그쳤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의 매도 비율은 여전히 ‘0’이었다. 오히려 중대형사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그나마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매도 의견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국내 리서치센터로서는 당시 이들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내자 업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실제 신영증권은 연초(1월9일) 한진중공업에 대해 필리핀 수빅조선소 회생절차 신청 건으로 매도 리포트를 내며 금투업계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2007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당 1000원 아래로 추락하며 동전주 신세로 전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리포트의 과도한 매수의견 비중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2017년부터 ‘괴리율 공시제’를 시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이전부터도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0.1~2%를 넘지 않았었고, 투자의견이 매수에서 ‘중립’으로만 조정돼도 업계가 주목할 정도로 매도 의견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던 것이다.

어찌됐던 현재 금투협 통계를 보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문제라고 보기만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독립성이 확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경우, 해당 기업의 항의를 받고 기업탐방 등에서 제약을 받기도 한다. 또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항의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7월 키움증권은 솔브레인에 대해 최근의 주가 급등세가 과도하다며 부정적 의견 ‘매도’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에 주주들이 키움증권을 상대로 소송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커지기도 했다. 당시 솔브레인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이후 수혜주로 떠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리서치센터-기업-투자자’와의 이해관계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독립 리서치 기관 설립이 가장 최적의 대안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은 많게는 30%대를 차지해 한국계 증권사와 여전히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외국계 증권사는 15곳인데, 이들의 지난 1년 간의 매수 비중은 57%, 중립 비중은 28.3%, 매도 비중은 14.7%였다.

이 중 매도 의견을 가장 많이 낸 외국계 증권사는 씨엘에스에이(CLSA)코리아증권으로 비중은 31.1%였으며, 다음으로는 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으로 27.2%, 노무라금융투자로 23.5%로 국내보다 훨씬 더 많은 매도 의견을 냈다.

이 중 CLSA 보고서는 이전부터 엔씨소프트, LG전자, 삼성SDS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내면서 이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업계에서는 ‘주가 저승사자’라고 불리기도 한 증권사다.

또 메릴린치증권의 경우에는 연초 삼성SDI에 대해 실적 부진을 예상하며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최근 들어서는 골드만삭스가 헬릭스미스의 목표가를 후려친데 이어 투자의견을 매도로 바꾸면서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통상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는 매도 의견이 잘 나오지 않는 와중에 골드만삭스 같은 외국계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이 나온 만큼, 반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금투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리서치센터의 경우 IB딜이 대부분 없어 해당 애널리스트가 기업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며, 또 보고서가 유료로 돼 있어 접근성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직접 항의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반면 국내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경우, 누구나 다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종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는 것조차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는 외국계의 매도 보고서를 두고 공매도와 결탁한 세력이라고 의심을 품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 2017년 모건스탠리가 셀트리온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 종목 공매도 잔액 가운데 0.5%를 이상을 보유한 상위 5개사에 모건스탠리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서 공매도 세력으로 인해 셀트리온이 외국계 투자은행의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는 잠정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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