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정책제안]기업 어려움 외면하고 ‘투자’만 외치는 정부

최종수정 2016-05-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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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 상황 고려 없이 ‘투자만 늘려라’ 압박
현장 목소리 담은 지원책으로 기업사기 재고 필요
전문가들 ‘체감 높은 규제완화와 실질적 세제지원’ 주문

기업이 투자를 두고 난감해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게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규제완화는 체감할 수 없을 정도고, 투자지원은 미흡하다.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신산업을 선정하지도 못한 가운데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신산업 지원책도 문턱이 높아 기업들의 활용이 저조한 것도 있다.

기업의 현장 상황을 외면한 채 지금 당장 지원책과 성과가 불분명한 분야에 투자를 늘리라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 “기업 투자 늘려라” 유인책 쏟아내
최근 정부는 각종 투자활성화 대책을 꺼내들면서 기업들에게 투자를 촉진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대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박 대통령이 주재한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확정돼 발표된 투자활성화대책은 ▲바이오 ▲공유경제 ▲헬스케어 등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라는 게 골자다.
지난 2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 결과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기재부)
바이오 세계시장은 2013년 330조원에서 2020년 635조원으로, 공유경제는 2013년 51억 달러에서 2025년 3350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규제해소를 위해 규제심사를 허용분야를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분야만 제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두 달 후 정부는 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에너지신산업 등 신산업에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에 나선 기업에 대해 최대 30%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의 신산업 투자비중도 4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신성장 분야에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80조원이 공급된다.

정부는 기존 4대 구조개혁에 신산업 육성과 구조조정 가속화를 핵심으로 한 산업개혁을 추가,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투자 유인책은 있는데 기업현장 목소리는 없다
문제는 기업이 투자를 해도 정부는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다는 데 있다.

30%의 세제혜택을 받기 위한 신산업은 아직 선정되지도 않았다. 정부가 추진해 오고 있는 19대 미래성장동력, 민간주도 5대 신산업, 7대 서비스유망산업 등과의 차별점도 찾기 어렵다.

특히 기업의 55%는 현재 정부가 시행중인 신성장동력 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 세액공제를 이용하지 않았다. 신성장동력 산업 12개, 원천기술 18개 분야가 대상으로 대부분의 신산업이 포함돼 있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존 지원책마저 실효성일 떨어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조건을 기업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도 기업이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과감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한 기업은 6%에 불과했다. 불만족하다는 응답은 30.6%로 5배 이상 높았다.

이 가운데, 투자를 위한 세제지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는 아예 폐지됐다. R&D 투자세액공제는 축소됐다. 2009년 14%였던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17%로 인상돼 지난해 60% 이상의 기업들의 법인세 신고액은 더 늘었다.

규제는 풀리지 않고, 시행 중인 지원책은 실효성이 낮으며, 오히려 기존 투자 관련 지원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규제개선·세제지원으로 기업 사기 재고가 투자확대 지름길
지난해 기업의 투자는 3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 29.1%로 1976년(26.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기업의 투자가 정체됐다는 의미다. 총고정자본형성은 기업이 생산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한 액수다.

정부가 기업을 규제와 세제지원 축소 등으로 옥죈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과감하게 규제를 걷어내고, 기업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사기를 높여 투자를 유도하면 내수와 수출 부문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정부는 기업이 새 품목을 개발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과감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친화적 분위기 조성과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경제선순환 고리형성의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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