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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맥도날드의 보성녹돈버거, 지역 불균형과 상생 사이

오피니언 기자수첩

맥도날드의 보성녹돈버거, 지역 불균형과 상생 사이

등록 2022.07.08 15:41

김민지

  기자

reporter
"스르르 스르르 육즙이 스르르 녹돈이 스르르." 버거가 평생 처음이신 전남 보성의 할아버지께서 맥도날드 보성녹돈버거의 맛을 표현한 소리입니다.

한국맥도날드가 최근 '한국의 맛' 시리즈로 보성녹돈버거를 출시하면서 선보인 광고다. 한국맥도날드는 푸른 녹차 밭을 배경으로 실제 보성 지역 농부들을 출연시켜 '한국의 맛, 보성녹돈'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농부들의 모습이 어쩐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연상돼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버거가 평생 처음이신'이라는 문구가 자꾸 떠올랐다. 출연하신 분들의 나이가 많으시더라도 버거를 한 번도 못 드셔봤다니. 버거를 썩 좋아하지 않으셨나 싶었다.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보성에는 맥도날드가 없다고 한다. 그들이 그간 버거를 먹어보지 못한 이유도 어쩌면 이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보성 특산물로 만든 제품을 정작 보성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먹지 못하는 셈인 것이다.

그럼 광고에 등장하는 보성녹돈버거는 대체 어디서 사온 것일까? 보성에서 원재료를 가지고 간 한국맥도날드 푸드팀이 직접 만들어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 광고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었다. "광고가 좋다. 버거를 꼭 먹어보고 싶다"는 의견부터 지역 특산물로 만든 제품을 정작 그 지역민들은 맛볼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을 비판하는 이들도 많았다.

더불어 한국의 맛 1탄이었던 '창녕갈릭버거'도 소환됐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8월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첫 제품으로 창녕갈릭버거를 선보였는데, 이때도 창녕군에는 맥도날드가 없다는 것이 새삼 화제였다.

한국은 지역 불균형이 심한 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문화 시설이 집중돼 있다. 서울에서는 다양한 먹거리, 현대에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오죽하면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옛말이 있을까.

창녕군의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5만9424명, 보성군의 인구는 3만9031명이다. 보성의 경우 군청이 있는 보성읍의 인구마저도 1만명에 못 미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만 보면 매장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을 가능성이 크다.

보성녹돈버거 광고의 전원적, 목가적인 분위기 뒤로 지역 불균형이란 단어와 위화감이 피어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비단 '맥도날드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한국맥도날드의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고품질의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의 메뉴를 제공하고자 시작된 것이다. '상생'이 특히 강조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창녕갈릭버거는 출시 후 한 달간 약 158만개 이상 판매되는 등 지난해 한정 판매 메뉴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판매 기간 총 42톤의 창녕 마늘을 수급했다. 보성녹돈버거를 통해서는 약 140톤의 녹돈을 수급해 녹차 잎을 생산하는 전남 지역의 농가와 녹돈이 사육되는 충청 홍성·예산·보령·청주 4개 지역 축산농가에 활력을 불어넣겠단 계획이다.

또 한국맥도날드는 보성 주민들도 보성녹돈버거를 맛볼 수 있게 조만간 보성에 팝업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막상 보성에는 맥도날드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내린 결정인 것이다.

한국맥도날드도 창녕갈릭버거 당시엔 팝업스토어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한국맥도날드가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더욱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맛 프로젝트나 보성 팝업스토어는 기획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의 더욱 세심해지는 행보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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