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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끝났다는데, 하이트진로는···

ㅇㅇㅇ그 후

화물연대 총파업 끝났다는데, 하이트진로는···

등록 2022.06.28 17:46

김민지

  기자

총파업 종료 2주···하이트진로 이천공장 파업은 '진행형'화물연대 "운송료 인상 10여년간 없어···오비와 4배 차이"하이트진로 "해결 바라지만 협상 개입 시 하도급법 위반"운송사 수양물류 '100% 자회사'···"제 식구 감싸기" 지적도

화물연대 총파업 끝났다는데, 하이트진로는··· 기사의 사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종료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하이트진로는 여전히 일부 화물차주들과 대치하고 있는데요. 급기야 지난 21일에는 하이트진로 측이 "'불법 집회'에 적극 가담한 화물차주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 소송을 접수했다"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와 함께 하이트진로는 "적극 가담자에 대한 가압류 처분은 물론, 불법집회 금지의 내용을 담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진행 중"이라며 "이번 손해배상청구를 시작으로 이후 추가적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지속 취합하고 손해배상청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죠.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는 24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청담사옥 앞에서 집단해고와 손해배상·가압류를 규탄하고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갈등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중 130여명은 지난 3월 말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은 이천·청주공장에서 총 26차례 파업 집회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요소수 대란 등으로 요소수 가격이 크게 올랐고 기름값까지 폭등해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운송 노동자들은 생계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운송산업의 모든 비용과 책임을 화물운송 노동자가 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단기적 대책인 유류세 인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운송료 인상을 주장했죠.

특히 이들은 1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운송료 인상이 거의 없었다며 하이트진로 본사가 운송료 협의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6월 7일에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동참했고요. 이때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은 이천공장 도로 점거를 시도해 사측과 충돌을 빚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화물연대는 국토부와 '안전운임제 연장' 협상이 타결되면서 총파업을 종료했는데요. 이와 별개로 하이트진로 지부 소속 화물차주들은 기름값 폭등에 따른 운송료 인상과 광고비 지급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화물연대 측이 밝힌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의 현재 운반비는 성남 기준 10만6920원입니다. 18~21톤가량의 화물차가 소주가 든 파렛트 22개를 싣고 왕복 69㎞를 이동하면 이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공병을 수거하면 추가로 2만8829원을 받게 됩니다. 가장 먼 부천(203㎞) 왕복 운반비는 16만7175원, 공병을 싣고 오면 총 21만577원을 받습니다. 기름값과 톨비, 기타 경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주장입니다.

같은 이천에 있는 오비맥주 이천공장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오비맥주 이천공장의 운반비는 하이트진로와 3~4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또 오비맥주의 경우 공병 운송비도 6만원에서 8만원 이상을 지급하고요. 만약 공병이 없어 공병을 운송하지 않아도 일부 금액은 '보전'을 해줍니다. 똑같은 차량에 똑같은 무게를 싣고 같은 거리를 운송하지만, 순이익 차이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이야깁니다.

왜 이렇게 두 공장의 운임이 차이가 날까요? 화물연대의 주장을 바탕으로 보면 그간 화주인 하이트진로나 운송사인 수양물류가 운임을 올리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게 됩니다. 실제 화물연대 측도 "2008년 이래로 운송료를 인상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죠.

또 주류업계에서 파업이라 하면 오비맥주의 파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비맥주는 생산 외에 물류에서도 지난 수년간 몇 차례의 파업이 진행됐었는데요. 이때 운송사와 화물차주 간의 운임 인상 협상이 타결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물류 파업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지는 않았었습니다.

오비맥주의 물류 파업에서도, 이번 하이트진로의 물류 파업에서도 화주인 두 회사는 차주들과의 직접적인 협상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최근 파업이 한창인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의 경우, 하이트진로는 화주이자 원청입니다. 운송사인 수양물류는 하청사고요. 이 운송사와 차주들 간의 문제기 때문에 하이트진로가 협상에 개입하면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하이트진로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없는 이유죠.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화물연대는 운송사 수양물류가 하이트진로의 자회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수양물류의 지분 100%는 하이트진로가 보유하고 있고 현재 수양물류의 대표이사는 정일석 하이트진로 상무입니다. 사내이사에도 홍성암 하이트진로 전무가 포함돼 있고요. 감사로는 장인섭 하이트진로 전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을 하이트진로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경우 물류 자회사 없이 동원로지스틱스, 한익스프레스와 계약을 맺고 물류를 진행하고 있고요. 롯데칠성은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물류를 맡기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개별 운송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도 하이트진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곤 있지만, 직접적인 협상 상대는 운송사인 수양물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는 지난 24일 보도자료에서 '수양물류가 지금까지 화물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쓴 대목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수양물류는 화물연대 총파업 다음 날인 6월 8일 파업에 동참한 화물차주들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운송을 거부하거나 지체하고 있고, 거듭된 최고(재촉·독촉 통지)에도 의무불이행을 시행하지 않고 있어 위수탁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울러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적 조치와 의무불이행으로 인해 당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가압류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를 양지하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화물차주들에게 직접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내용증명까지는 수양물류가 보냈는데, 소송은 '하이트진로가 직접 화물차주에게' 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화주사가 운송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가압류를 진행한다"면서 "파업 중단 압박 카드로 소송을 걸 수 있지만, 이 또한 운송사에 거는 것이 대부분이지 않느냐"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개 절차적으로 운송사에게 소송을 걸고 운송사가 화물차주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수양물류가 하이트진로의 자회사라는 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데요. 하이트진로가 수양물류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수양물류 측은 지난 24일 처음으로 화물연대와 접촉했습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24일 1차 상견례식으로 수양물류 측과 한 차례 만났다"면서 "하지만 수양물류 측과 이야기가 진전된 것은 없다. 큰 의지나 권한이 없는 듯하다"고 귀띔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수양물류 측이 화물연대와 만남을 시도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했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습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파업'이 생존과 직결되는 처우개선을 관철하는 수단인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익을 추구해야만 하는 사측의 입장도 머리로는 이해가 가죠. 첨예한 갈등과 여러 논란 속에서 하이트진로와 수양물류, 화물차주들이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일단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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