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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무엇이 조선산업의 혁신적인 '기술'이고 누가 혁신적인 '인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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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소에 인력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9년 이후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빅3' 대형조선소는 LNG선, 컨테이너선 등 선가가 척당 1천억 원이 넘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수주했다. 3~4년이 걸리는 선박의 건조 일정을 고려할 때 설계가 끝나고 자재도 들어오고 조립, 의장작업과 도장작업 등 생산작업이 한참이어야 하는데 수행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인력이 절정이었던 시기는 2015~2016년이었다. 조선산업 전체에는 20만 명, 조선3사에는 '제대로' 등록된 인원만 15만 명이 일을 했다. 3만 명씩 일하던 각 조선소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인원이 6만 명을 오르내린 적도 있다. 그런데 현재는 절반인 10만 명가량이 일을 하고 있다. 같은 일감이라면 둘이 할 일을 한 명이 하는 셈이다.

물론 2015~2016년에 조선소에 인력이 많이 필요했던 이유는 선박이 아닌 해양플랜트 건조 때문이었다. 늘 조선소들이 '일상적'으로 수주하던 선박보다 모든 면에서 해양플랜트는 어려웠다. 설계가 복잡했고 낯설었다. 자재·부품·장비는 국산화가 되지 않아 전세계에서 조달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선박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조선3사는 제살깎기 경쟁으로 덤핑 수주까지 한 상황. 설계가 꼬이고 자재와 부품이 꼬이니 결국 그걸 '몸으로 때웠다'. 2배의 인력이 들어간 것은 순전히 단기 계약직인 '물량팀' 숫자가 늘어난 탓이었다. 2018년 이후 해양플랜트 물량이 해소되면서, 조선소를 찾아왔던 사람들은 대개 일자리를 잃었다. 중소조선소들은 중국과의 가격경쟁력 차이 때문에 도산했고, 대형조선소들은 정규직 사무직·생산직 노동자들을 몇 년간 구조조정했고, 일감이 줄어들자 해양플랜트 관련 협력업체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래서 '최소인원'으로 다운사이징한 채 5년 가까이 조선소를 운영해 왔다가, 이제 인력을 구하려니 조선소로 도무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며칠 전 다녀온 조선산업 일자리 토론회에서도 근심이 전해졌다. 위험하고 예전만큼 임금을 주지 않으니 청년들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이주노동자를 통해 인건비 삭감을 유도한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비에는 이미 책정된 인건비가 직접경비로 잡혀 있으니, 임금 총량을 갑자기 올리기는 쉽지 않다. 정규직과 사내하청의 인건비 조율의 문제가 따라온다. 임금 '동결'과 '삭감'을 체험한 조선소 정규직들이 임금 나누기에 동의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으니 안전에 대해 예전보다는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다. 허나 어떻게든 구역을 나눠서 산재책임을 하청기업에게 전가할 것 같은 예감이 사라지진 않았다. 같은 방식의 토론, 같은 방식의 결론. 어떻게 매듭을 풀 것인가?

흥미로운 것은 누구도 기술과 숙련, 그리고 혁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조선산업은 여전히 생산직 노동자들의 숙련에 기댄다. 용접 베테랑과 신참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고, 기계로 대체하기도 난감하다. 게다가 배는 빼빼로처럼 라인에서 나온 완성품을 고객이 사는 게 아니다. 영국의 기술혁신 연구자 마이클 홉데이에 따르면 조선산업은 '복잡 제품과 시스템(Complex Products and System)'의 전형이라 혁신의 주체도, 혁신의 방식도 다르다. 배를 짓는 과정에서 고객은 조선소에 상주하며 현장에서 계속 요구사항을 바꾸며 변덕을 부리고 거기에 대응하는 게 혁신이다. 기민하게 설계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엔지니어(대졸이상 공학도)와 그걸 블록조립, 선체용접, 배관설치, 도장 등 현장의 공정에서 직접 수행하는 생산직 테크니션간의 팀플레이가 있어야 혁신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쉽'등 ICT 기술이 장착되어 배가 거대한 슈퍼컴퓨터가 되어가면서 작업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단순해지는 작업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조선산업 생산직의 인재상도 단순한 작업을 해내는 노무직이 아니라, 현장에 대해 익숙한 전통적인 숙련과 기술에 대한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춘 기술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업계의 임금의 현실화, 안전한 작업장 논의는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고되지만 고숙련자로서의 보람과, 예전과 다르게 뭔가를 배워가면서 성취를 느끼는 작업장으로서의 조선소의 정체성 변화가 논점 속에 들어와야 한다. '배움'과 '성장'은 최소한 조선산업에서는 비단 대졸이상 엔지니어의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낙후되어 보이니 낙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낙후되게 푸는 것이 상황을 더욱 낙후시키는 것이다. 혁신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야 심지어 인건비와 안전 역시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력의 가치를 높이는 것,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장을 설계하는 것 역시 산업의 엔지니어링 역량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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