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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부분재개 1년, '기울어진 운동장' 시각차 못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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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공매도 금지 때 역사적 고점 기록 후 뚜렷한 하락세
동학개미 "공매도와 주가하락 연관 커···순기능 증명하라"
금투업계 "공매도는 단순 투자기법···전면 재개 검토해야"
'공매도 개혁' 논란 재차 도마 위에···고민 깊어지는 尹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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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딱 1년이 흘렀다.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 연관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정식 출범을 일주일 앞둔 윤석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2020년 3월 16일부터 지난해 5월 3일까지 14개월 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증시 급락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1456.64까지 내려갔던 코스피 지수는 공매도 금지 이후 역사적 고점인 3305.21p(지난해 7월 6일)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 개인투자자들의 수급 확대, 공매도 금지까지 맞물리면서 코스피 지수는 11년 만에 '박스피' 오명을 벗었다.

◇공매도 재개 이후 '박스피' 재현…호실적에도 주가 '시들시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박스피'가 재현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1월 7일 30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그 해 7월 고점을 찍은 이후 급전직하하더니 최근엔 2600선까지 내려온 상태다. 공매도 금지 기간과 증시 활황 기간이 일치하는 셈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투자기법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탓에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 수익을 위해 주가를 눌러왔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해왔다. 없는 주식을 내다팔면 호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제도개선 요구에 무차입 공매도 처벌 강화‧개인 공매도 접근성 확대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급등했을 때 과열을 막는 순기능이 있다. 또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증시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금융 선진국과 달리 우리 증시에선 이 같은 '순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공매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공매도 부분재개를 앞두고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되면 주문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과태료만 부과했던 불법 공매도에 형사처벌과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만든 게 핵심이다.

금융당국인 불공정한 룰을 개선하겠다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상환기간도 기존 6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공매도에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해소되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동학개미 "제도개선 지지부진…상환기간‧담보비율 공정하게 맞춰라"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1년 동안 의미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변경 ▲외국인‧기관의 증거금 도입 법제화 ▲외국인‧기관의 담보비율을 현행 105%에서 140%로 상향 ▲공매도 총량제 도입 등 핵심 요구사항들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코스피 지수는 공매도가 금지됐을 때 3000선을 돌파했지만 다시 2600선으로 내려온 상태"라며 "금리인상 등으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국가 대비 지나친 조정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후진국형 자본시장을 갖고 있어 일방적으로 공매도 세력에 의해 주가가 좌지우지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새 정부는 지난 10년간 공매도 수익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피해액을 산정한 뒤 공매도 제도를 대수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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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가들의 시각도 개인투자자들과 비슷하다. 지난 1년 간 공매도와 주가하락 간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금융당국의 노력이 부족했고, 제도개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담보비율과 상환기간 등 공매도 제도의 불공정성이 아직 개선이 안됐다"며 "삼성전자 등 실적이 좋은 우량주들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공청회와 연구용역 등을 통해 공매도와 주가하락 간 무연관성을 증명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담보비율과 주식 상환기간은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의 위험수준과 수익률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에 제도개선으로 투자여건을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며 "외국인의 공매도를 제한하는데 한계가 있는 업틱룰 규정을 손보고, 공매도 잔고비중의 상한선을 두는 공매도 총량제 시행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투업계 "공매도는 증시 방향성 못 바꿔…전면재개 할 때 됐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이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공매도는 단순 투자기법일 뿐, 증시의 방향성을 바꾸진 못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도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공매도 비율과 주가 등락률 간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매도 비판 여론에 선을 그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공매도 관련 보고서를 내고 "공매도는 하락을 예상해 미리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하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헤지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매도 거래대금 자체가 크지 않고 증시가 상승하는 구간이나 고점 영역에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5월 이후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일평균 4480억원 수준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3.5% 수준에 불과했다"며 "공매도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3월 7~14일과 증시 저점인 1월 27~28일에도 다량의 공매도가 출회됐다"고 설명했다. 공매도가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공매도로 손해를 본 기관‧외국인 투자자들도 상당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전에 비해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고,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쓰는 '신용융자 제도'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더라도 시장이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며 "공매도에 대해 업계와 학계, 투자자들의 시각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융자 거래가 주가 상승에 대한 투자라면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대한 투자"라며 "양쪽 모두 주가 상승‧하락 시 반대매매·반대매수가 나오고, 개인투자자의 담보비율(140%) 역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신용융자 거래를 선호하는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같은 성격인 공매도에 색안경을 낄 이유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HMM 등이 호실적에도 주가가 떨어진 건 공매도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실적 전망 때문"이라며 "거래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무차입 공매도 처벌규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미국의 공매도 담보비율도 우리와 비슷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기관‧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간 신용도 차이가 큰 만큼 리스크 관리장치도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尹정부, 공매도 제도개선 추진 유력…금투업계 반발 예상
개인투자자와 금융투자업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공매도 제도개선에 대한 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 모양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매도 전면재개를 위해 기존 제도에 메스를 댈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공매도 감시 전담조직 신설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 하향 조정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인수위는 우수 국민제안 2위로 뽑힌 '공매도 개혁'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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