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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에 멍드는 K-증시···시장 체질 개선·공시책임 강화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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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관련주 롤러코스터···곡물가 인상·청와대 이전도 테마로
조회공시 요구 등 예방조치 있지만 불공정거래 미리 막긴 어려워
'박스피'에 지친 투자자들 단타에 집중···장기투자 여건 구축 필요
전문가 "건전 투자문화 확산 노력 필요···당국 제도개선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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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

올해 들어서 국내 증시가 단기 테마주로 얼룩지고 있다. 연초부터 시장을 달군 대통령선거에 이어 쌍용자동차 인수 경쟁을 넘어 이번에는 곡물가격 인상 등이 증시를 뒤흔든 테마로 등장했다.

이처럼 테마주가 유독 시장을 뒤흔드는 요인으로는 상반기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펀더멘털을 고려한 장기투자보다 묻지마식 단타가 투자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근거 없는 테마주를 사전에 막긴 어려운 만큼 안정적 가치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경고종목이었던 쌍방울과 광림이 이날 투자주의종목에 다시 지정됐다. 이외에도 비비안, 아이오케이, 나노스 등 쌍방울그룹 관련주들은 모두 '쌍용차' 테마로 묶이면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 이들 종목은 쌍용차 인수 기대감만으로 몸집이 부풀려진 만큼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크다는 평가다.

쌍방울그룹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 계약 해지 이후 뜬금없이 등장하며 주가를 크게 띄웠다. 600원대의 동전주였던 쌍방울은 3월 31일부터 4월 5일까지 4거래일 간 '2연상'을 포함해 109.8%나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12일엔 KB증권이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 만에 16.42%나 떨어졌다.

쌍방울그룹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이번엔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KG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KG케미칼은 인수계획을 밝힌 지난 6일 이후 이틀 만에 61.5%나 상승했고 KG스틸우도 최근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성했다.

쌍용차 인수 관련주들이 들끓기 직전에는 국무총리 테마주들이 시장을 빨갛게 물들였다. 안랩은 최대주주(지분율 18.57%)이자 창업주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내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호재로 작용하며 5거래일 간 두 배 넘게 뛰었다.

대선 테마주의 열기는 식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련 '용산 테마주'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이브, LS네트웍스, 아모레퍼시픽, 크라운해태홀딩스 등은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할 서울 용산구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이다. 원전·건설주는 윤 당선인의 '정책 수혜주'라는 근거라도 있지만 용산 테마주들은 뚜렷한 호재나 근거가 없는 상태다.

현대사료와 한일사료 등 사료주도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힘입어 2개월 만에 주가가 3배 올랐다. 하지만 약한 펀더멘털 등을 감안하면 단순 테마주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최근에는 오파스넷과 부방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급등 사유는 사외이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동기‧동문이라는 점이 유일했다.

통상 테마주들은 경제 상황과 사회적 트렌드 등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때문에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뒤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테마주로 거론되는 종목들은 영업능력과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지배구조도 튼튼하지 못해 주가가 지속 횡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테마주들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 한국거래소는 풍문이나 언론보도, 주가나 거래량이 급변할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당 기업에 조회공시를 요청하고 있다.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기업은 요구받은 날로부터 1일 이내에 직접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신속히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호재 관련 공시가 이행되지 않거나 번복된다면 거래소는 상장사를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한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이 넘을 경우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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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테마주를 사전에 예방할 방법은 없다고 보고 있다. 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미리 무단횡단 과태료를 매길 순 없다는 이야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주가조작으로 밝혀질 경우 강력한 사후처벌을 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테마주의 호재거리가 현실성이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투자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며 설명했다.

일각에선 테마주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국내증시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펀더멘털이 강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도 박스권에 갇혀있어 투자자들이 단타 수익을 쫓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몸집이 큰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사상 최대 실적(1분기)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연일 하락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국내 상장사들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배당 성향을 보이고 있고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도 드문 편이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나친 공매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 밖에도 작전 세력의 자전거래와 통정거래, 임직원의 각종 횡령‧배임이나 내부정보 이용, 대주주의 일방적인 물적분할과 무리한 메자닌 발행 등도 국내주식 저평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가가 우상향한다면 장기투자가 당연할 테지만 코스피는 14년 동안 박스피 장세에 머물러 있었다"며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가 별로 없다보니 중독성 강한 도박인 테마주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테마주는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기관과 외국인 등 상위 포식자들이 수익을 가져갈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며 "테마주가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과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테마주를 근절하려면 공시에 대한 대표이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시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해지면 테마성 종목에 투자자들이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테마주가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펀드에 투자할 때 보수적인 인덱스와 공격적인 액티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처럼 투자전략의 하나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테마주는 장기로 보유했을 때 수익을 내기 어렵고, 추격매수 시 대부분 고점이라 손실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며 "회계문제를 CEO가 책임지도록 한 미국처럼 공시에 대한 대표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면 테마주의 불공정거래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박경보 기자 pkb@
신호철 기자 shin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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