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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00대1'도 우스워진 공모시장···'과열방지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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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신기록 홍수' IPO 시장, 이면은 씁쓸
기관이 만든 신기루 납입액 속에 시장만 과열
책임질 수 있는 공모가 제시하는 노력 필요해

reporter
"114조원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LG에너지솔루션 일반청약 마감날, 친한 후배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을 모은 공모주 소식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비단 LG에너지솔루션 뿐만이 아니다. 연초부터 공모주 시장은 역대급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한때 '꿈의 숫자'로 불렸던 1000대1의 경쟁률은 더 이상 낯선 기록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상장 이전 뜨거웠던 열기는 증시 문턱을 넘으면서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뱅크는 58조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으고 지난해 8월 기대 속에 상장했지만 현재는 바닥을 맴돌고 있다. 비슷한 시기 상장한 현대중공업과 카카오페이 역시 비슷한 처지다. 크래프톤(공모가 49만8000원) 주가는 공모가의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IPO 대어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개인투자자들만 괴롭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등장에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등 여러 공모주의 성공을 지켜본 동학개미들에게 공모주 투자는 곧 성공 신화와도 같았다. 옥석가리기보다는 가용자금을 '영끌'해 넣어야 한다는 맹신론이 확산됐다. 공모주 열풍이 광풍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과열 양상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기관들은 더 높은 공모가를 제시할수록 더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기에 '오버베팅'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 작년 초부터 9월말까지 상장한 기업 중 27개 기업이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올해 역시 오토앤,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등이 희망밴드 위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사상 최초로 '경(京)단위' 수요예측 기록을 세운 LG에너지솔루션도 과열 사례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5203억원의 주문액을 모았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2023대1로 코스피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운용사들이 보유 펀드수탁고(NAV)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결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소규모 기관들마저 물리적으로 납입이 불가능한 금액을 적어내면서 만들어진 '신기루'라는 지적이다.

제도적 변화도 수요예측 경쟁 심화를 부추기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IPO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투자자문사와 부동산신탁회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허용했다. 2019년부터는 자산운용사의 자기자본 요건을 낮춰 소규모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가 급증했다. 이들의 수요예측 참여가 경쟁률 심화, 오버베팅 현상을 가져왔고 공모가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뒤늦게 제도 보완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IPO 수요예측 참여 기관의 기준을 강화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개정안은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이 경과하고 ▲투자일임 규모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간 투자자문사가 자기자본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때는 별도의 요건이 없었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다 경쟁 문제가 지적되면서 기준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협은 "IPO 시장 과열에 따른 불성실 수요예측과 편법 행위 등을 방지하고 수요예측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투신자판'의 격언은 공모주에도 적용된다. '투자는 신중하게, 자기가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보 접근성이 낮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기업의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청약에 앞서 진행하는 수요예측 단계에서 기관투자자가 책임질 수 있는 공모가를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모주 시장의 '과열방지턱'이 필요한 때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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