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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의도 황소 동상은 저절로 빛나지 않는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백현의 골든크로스]여의도 황소 동상은 저절로 빛나지 않는다

등록 2021.12.17 16:01

정백현

  기자

reporter
기자가 매일 출입하는 서울 여의도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증권업의 메카이자 상하이, 홍콩, 도쿄 등과 함께 아시아 자본시장을 상징하는 곳이다.

여의도 증권타운은 옛 증권거래소가 지난 1979년 명동을 떠나 여의도 현재 터에 정착한 후 여러 증권사의 본사가 여의도로 건너왔거나 여의도에서 새롭게 생겨나면서 만들어졌다. 한때 방송가나 정치권을 통칭하던 ‘여의도’는 이제 자본시장을 상징하는 확실한 고유명사가 됐다.

현재 여의도에는 새로운 명물이 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신관 로비에 있던 황소 동상이 서울사무소 본관 앞마당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상 이전은 이미 12월 초에 끝났고 현재는 주변 땅을 고르는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동상 속 황소는 단단한 뿔로 작은 곰을 정면으로 쳐올려 들이받는 형상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황소는 상승장을 상징하고 곰은 하락장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동물이다. 황소가 곰을 쳐올려 들이받는 것은 자본시장 분위기가 상승장이 되길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1996년 최초 설치 후 25년간 신관 로비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던 황소가 따뜻한 실내 생활을 청산하고 풍찬노숙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국민의 증시 접근성을 높이고 한국 자본시장의 상징인 여의도를 경제 관광 명소로 발전시키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특히 ‘황소 동상 이전’은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의 아이디어라는 전언이다.

황소 동상을 옮겨서 여의도를 뉴욕 월스트리트와 같은 경제 관광 명소로 가꾸자는 아이디어는 매우 신선하다. 딱딱했던 자본시장의 이미지를 일신하자는 접근은 칭찬할 만하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동학개미들에게 친근감을 드러냈던 손병두 이사장의 아이디어는 매우 좋았다.

그러나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느끼는 바가 다르다. 황소 동상의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자본시장의 가치가 오르지 않는 만큼 거래소 스스로가 동학개미들을 위한 정책 대안 발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스스로 빛을 내기 어려운 황소 동상에도 빛이 필요한 만큼 거래소도 개미들을 위한 확실한 등대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왔고 각 당의 후보들도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 공약 대부분은 부동산과 관련돼 있거나 가상자산(암호화폐) 등과 연관됐을 뿐 증시,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정책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개미들이 안심하고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물론 거래소도 적극적인 역할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 대한 전방위적 감시 역량을 키우고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 후보와 정당들이 알아서 개미들을 위한 공약을 만들어주겠거니 하고 기다리기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후보와 정당에 깨끗한 자본시장 관리를 위한 공약 개발을 촉구하고 생산적인 대안을 내놓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거래소가 그동안 증시 활황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만큼 이제는 거래소의 이익 기반이 돼준 동학개미들을 위해 확실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 개미들을 위한 움직임이 선명해진다면 여의도 한복판에 새로 옮겨진 황소 동상도 스스로 더 빛나게 될 것이고 비로소 아시아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상징하게 해줄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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