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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7만전자 1년···‘장투개미’는 웁니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허지은의 주식잡담]7만전자 1년···‘장투개미’는 웁니다

등록 2021.12.01 16:14

허지은

  기자

변동성·테마주 장세에서 고군분투하는 장기투자자에게

“솔직히 한국 증시에서 장투하면 바보 아닌가요? 삼성전자를 보세요. 장투하다 잘못하면 삼전개미 꼴 나요”

얼마전 식사 자리에서 지인이 던진 말에 기자는 한동안 말을 잃고 말았다. 기자는 올해 1월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반강제로 장투 중인 ‘삼전개미(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이기 때문이다. 당시 10만원대를 향해 내달리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8만원대로 미끄러졌다. 주가가 미끄러질 때마다 부지런히 추매에 나섰지만 삼성전자 주가와 기자의 평단은 좀처럼 맞춰지지 않았다. 얼마 전 받은 배당금이 주가보다 더 많았으니. 지인의 말은 비수가 돼 날아왔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기자와 같은 ‘장투족’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장기투자는 6년 이상 투자를 일컫지만, 일단위·분단위로 투자하는 단타에 비해 긴 흐름의 투자를 의미한다. 작년 주식투자로 재미를 본 동학개미들은 올해도 비슷한 상승세를 기대했을 터다. 하지만 장투개미들의 ‘존버’에도 코스피는 지난 6월 기록한 3316을 끝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반기 들어 테마주 장세가 뚜렷해지면서 단타우세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달 11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8% 감소했지만, 같은날 발표한 메타버스 신사업 진출 소식에 주가는 60만5000원에서 78만600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연초 97만8000원에 출발해 지난 10월 55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만약 엔씨소프트 주식을 연초에 매수해 10개월동안 갖고 있던 투자자라면 상한가 달성 당시 수익률은 여전히 –19.6%에 그친다. 하지만 11일 당일 매매에 나섰다면 최대 29.9%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한글과컴퓨터, 플래티어, 드래곤플라이 등 상한가로 직행한 메타버스 테마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증시에서 장투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단타가 반드시 장투보다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진 않는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고객 93만명의 주식회전율(매매 빈도)를 분석한 결과 주식회전율 300% 이상 고객 21만명의 1년 수익률은 17.5%에 그쳤다. 반면 회전율 50% 미만 고객 33만명의 1년 수익률은 47.8%로 단타족의 3배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주식 시장의 특성상 주가가 급등하는 기간은 통계적으로 10%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87%가 오른 나스닥 지수 역시 코로나19 급락장 이전에는 1년간 20% 정도 수익률에 그쳤다. 대부분 기간동안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시장에서 흐름을 잘못 읽으면 단타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추세매매의 창시자이자 1920년대 주식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제시 리버모어는 단타의 귀재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이런 말을 남겼다. “개별 주식에서 특정한 기회에 돈을 벌 수는 있을지언정, 누구도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주식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월스트리트에는 항상 거래를 해야 한다고 믿는 바보들이 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매일 주식을 사고팔아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그렇게 한다”

결국 중요한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리버모어는 시장이 상승장일 때만 주식을 매수하고, 하락장일 때는 공매도를 하거나 하락장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를 땐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스권에 갇힌 장기투자자에게 지금은 인내가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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