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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급등이 정책과 무관하다니?”···금융당국 해명에 ‘싸늘한 여론’

“대출금리 급등이 정책과 무관하다니?”···금융당국 해명에 ‘싸늘한 여론’

등록 2021.11.19 07:32

차재서

  기자

금융위 “대출금리 급등은 ‘준거금리’ 탓”“우대금리 축소 등 영향 제한적” 해명도소비자 불만↑···“현실 외면한 親은행 발언”“기준금리 인상 등 감안해 책임감 보여야”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금융당국이 최근의 은행권 대출금리 급등세가 가계부채 총량 규제와 무관하다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비록 충분한 근거를 들었으나, 당국이 은행을 지나치게 두둔하면서 소비자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대출 준거금리인 국채·은행채 등 금리가 글로벌 동반긴축·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하반기부터 크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시중 대출금리 상승은 각종 대출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즉, 최근의 금리상승은 글로벌 신용팽창이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란 게 주장의 요지다.

또 당국은 일부 언론에서 짚은 주택담보대출 금리(3.31∼4.84%)의 신용대출 금리(3.39∼4.76%) 추월 현상을 놓고는 “비교대상이 적절치 않고, 현실과도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비교대상이 된 주담대 상단금리는 신용등급 3등급의 장기(35년) 주담대 상품인데, 이를 신용등급 1등급에 주로 단기(1년)로 취급되는 신용대출 금리 상단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당국은 “제시금리가 아니라 차주가 실제로 받아간 취급금리를 봐도 여전히 주담대가 신용대출보다 크게 낮다”고 일축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9월 신규 취급액 평균금리는 은행의 경우 ▲주담대 3.01% ▲신용 4.15%, 상호금융은 ▲주담대 3.05% ▲신용 3.84%로 집계됐다. 모두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높다.

아울러 당국은 은행권 금리(4.15%)가 2금융권(상호금융) 금리(3.84%)보다 높아진 것을 두고는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부채 총량관리의 결과로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은행권과 2금융권(상호금융)간 자금 조달비용 격차가 축소된 점, 제2금융권 규제가 상대적으로 완화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이번 해명은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불만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보완대책 발표 전후로 시중은행의 대출 취급이 급감하고, 금리도 급격히 오르자 정책 실패를 꼬집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당국이 가계부채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나머지 현실을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현장의 화를 키운 것은 은행을 바라보는 당국의 태도다. 규제의 취지와 달리 은행이 가계부채 정책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당국은 “가산금리·우대금리 등도 은행 자체적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차주에게 불리하게 변경(유리한 부분 축소)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대출 예대마진이 급증한 것을 놓고도 “코로나19 이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됐지만, 올 들어 9월까지 예대금리차는 2%p 내외”라면서 “2019년 이후 은행이 유동성 과잉으로 예금금리를 크게 낮춘 데 기인하며 대출금리 상승이 나타난 6월말∼9월 중 대출금리(26bp)·예금금리(23bp) 상승폭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은행권이 올 들어 이자이익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쪽은 당국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3분기까지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총 23조769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량 늘어난 수치다. 공모주 투자 열풍과 부동산 수요 증가로 대출 신청이 급증한 가운데 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대책 예고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이 와중에도 은행은 정부 정책에 따라 대출을 관리한다는 미명 아래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깎는 등 실속을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친시장 정책을 펴겠다며 줄곧 은행권으로 기울어진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당국이 대출금리를 조율해달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있다. 4년전 당국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당시 금융위와 금감원은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자 현장 점검에 착수하고 무분별하게 금리를 산정한 저축은행에도 제재를 내린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장에선 당국이 지금 상황을 안이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상당하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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