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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키로나 유럽 승인권고에 셀트리온 주주들은 식약처 때렸다

[Why]렉키로나 유럽 승인권고에 셀트리온 주주들은 식약처 때렸다

등록 2021.11.12 15:01

박경보

  기자

국산 치료제 유럽 판매길 열렸는데 정부는 ‘수입산’ 선구매 주주들 “먹는 치료제 부작용 우려···비싸고 치료기간도 길어”증권가는 여전히 목표가 하향···“렉키로나 기대감 낮아졌다”

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에서 승인권고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수출길이 열렸다. 렉키로나의 수출 기대감에 힘입어 셀트리온의 주가가 치솟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식약처를 성토하고 나섰다. 유럽 규제기관도 인정한 국산 치료제를 외면하고 수입제품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셀트리온은 12일 오전 “코로나19 감염환자 치료제(렉키로나)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승인 권고를 획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CHMP는 인공호흡이 필요하지 않지만 중증으로 전환할 위험이 있는 성인(만 18세 이상) 코로나19 감염환자를 대상으로 렉키로나를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향후 1~2개월 이내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최종허가를 받고 렉키로나를 판매하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유럽의약품청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단일클론 항체약물의 승인을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국산 항체신약의 유럽시장 진출 사례도 렉키로나가 최초다.

이날 셀트리온의 주가는 개장 직후 9% 넘게 급등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셀트리온이 장중 23만원 위로 거래된 건 지난 10월 5일 이후 28거래일 만이다.

올해 내내 부진하던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셀트리온 소액주주들도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렉키로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코로나19 치료제이지만 그간 해외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나 진딘키트 개발보다 본질적인 실적과 기존제품의 내재가치를 참고해 투자를 결정해달라”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셑트리온 소액주주들은 “3사합병과 대주주 승계 문제로 주가가 눌려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주주행동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렉키로나의 유럽 수출길이 뚫리자 회사로 쏠렸던 화살은 다시 보건당국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EMA의 렉키로나 승인권고 소식을 접한 직후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보건당국이 국산 항체치료제 대신 머크와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에만 관심이 있다는 게 이유다.

앞서 지난 7일 정부는 미국 머크(MSD)와 화이자, 로슈 등이 개발 중인 먹는 형태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선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40만4000명분의 경구용 치료제를 확보할 계획이며, 머크 20만명분과 화이자 7만명분에 대한 구매 약관을 이미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주주 A씨는 이날 주주 커뮤니티 게시판(씽크풀)에 글을 올리고 “외국제품을 수입하는 것만 좋아하는 식약처는 렉키로나 10만명분을 모두 사용하면 유럽에서 수입해 사용하라”며 “안전성 확인이 안된 경구용 치료제를 선구매할 정도면 EMA에서 승인을 권고한 렉키로나를 당연히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셀트리온의 주주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치료제 확보 계획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제약 업계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먹는 치료제에 비해 투약기간이 짧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렉키로나의 가격과 치료기간은 각각 40만원, 90분 이내이지만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는 80만원에 달하고 치료기간도 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주주 B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고 머크 치료제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B씨는 “충분한 검증 없이 무작정 치료제를 수입하는 건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암과 기형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계약을 당장 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액주주들은 머크사가 앞서 관절염 진통제 ‘바이옥스’가 FDA 승인을 받은 뒤 집단소송으로 자진회수를 결정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옥스 부작용으로 수만 명이 사망한 사례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특히 최근 위중증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자 일부 주주들은 보건당국이 렉키로나를 제대로 처방한 게 맞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셀트리온의 임상 결과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50대 이상 중증 환자 발생을 68% 낮추는 효과가 있다.

보건당국은 앞서 지난 6월에도 셀트리온 주주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세포주 수준의 렉키로나 효능평가 결과 델타형 변이에 대한 중화능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발표했고,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67%나 급락했다.

한편 증권가는 셀트리온의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는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셀트리온 목표주가는 28~30만원으로, 상승여력(11일 종가기준)은 41.1% 수준이다. 올해 초 내놓은 목표주가(36만~43만원)보다 7~8만원 가량 내려와 있는 상태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4분기 영업이익은 지연된 매출이 반영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54.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셀트리온이 빠르게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신약에 대한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선진국 규제당국의 승인 지연과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으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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