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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내놓고 취득률 0%···‘꼼수’ 자사주 매입, 문제 없나

[팩트체크]공시 내놓고 취득률 0%···‘꼼수’ 자사주 매입, 문제 없나

등록 2021.10.20 16:34

수정 2021.10.25 09:39

허지은

  기자

자사주 매입률 50%도 안 되는데···올해 20곳 신탁계약 해지기업 자율 맡긴 신탁계약, 직접취득과 달리 강제성은 없어불성실공시 ‘사각지대’ 논란···“공시 후 실제 현황 확인해야”

공시 내놓고 취득률 0%···‘꼼수’ 자사주 매입, 문제 없나 기사의 사진

자사주 매입은 주식 투자자들에겐 익숙한 호재성 뉴스다.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여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주체별로 매입의 강제성이 달라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기업은 최초 공시 후 실제 취득률이 0%에 그쳐 투자자 기대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떄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한 상장사는 총 166곳이다. 이중 최초 신탁계약 체결 공시 이후 실제 취득률이 50%도 되지 않는데 계약을 해지한 곳은 20곳에 달했다. 전체 신탁계약 해지 상장사 10곳 중 1곳은 당초 계획했던 자사주 매입 규모를 다 채우지 않은 것이다.

정밀화학 및 기초화학 기업 휴켐스는 지난달 2일 KB증권과 맺은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했다. 작년 9월 계약 이후 실제 취득률은 0%로, 자사주를 1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사 싸이맥스와 옵티시스 역시 10억원 규모 신탁계약을 체결한 뒤 각각 1.02%, 1.89%만 취득한 뒤 계약을 해지했다. 세아베스틸(4.36%)과 티피씨글로벌(15.90%), 아이원스(25.15%) 등은 계약기간 내 취득과 처분을 반복했다.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방법은 매입 주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회사가 직접 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직접 취득’과 증권사와 계약을 맺어 간접적으로 매수하는 ‘신탁 취득’이 있다. 직접 취득은 기간 내에 목표한 주식 매입을 반드시 마쳐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공시 번복이나 변경 사항에 해당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반면 신탁계약의 경우 직접 취득과 달리 계약기간 내에 매입의 강제성이 없다. 증권사에 돈을 맡겨 계약기간 동안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탁계약 기간을 연장하거나 사들인 주식을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기에 직접 취득 방식보다는 주가 상승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신탁계약에는 매입 강제성이 없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설 수 있지만 주가 상승시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직접 취득과 달리 신탁계약에 공시 제도 상의 별도의 제재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올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한 포스코와 프럼파스트, 우리금융캐피탈, 맘스터치, 락앤락, 덕산테코피아 등 7개사는 실제 취득률이 100%에 달했다. 현대약품(254.32%)과 조이시티(247.92%)는 당초 목표치를 초과해 자사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거나 하락할 때에도 신탁계약에 따라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작년 9월 이후 1년간 자사주를 한 주도 매입하지 않은 휴켐스 주가는 이 기간 2만1000원~2만7000원대에서 횡보했다. 휴켐스 주가가 연고점을 경신한 건 신탁계약이 해지된 이후인 9월 28일(장중 3만200원)이었다.

자동차 부품회사 두올 역시 지난해 9월 20억원 규모 자사주 신탁계약을 대신증권과 체결했으나 지난달 27일 해지 당시 취득한 금액은 496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달 8일 6800원을 넘었던 주가는 신탁계약 해지일 5400원으로 떨어졌고, 10월 6일엔 장중 3205원까지 밀려났다. 소액 주주들은 회사 측이 자사주 매입 공시에서 밝힌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 공시가 발생했을 경우 실제 취득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자사주 취득 요건이 완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전례없이 증가했다”며 “자사주 취득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외부 주주 입장에서는 실제 취득 여부를 추적하거나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경제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일시적 효과가 아닌 장기적 주주환원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공시 이후 기업의 실제 취득 현황과 재처분 여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사주 신탁계약은 계약 체결 기간 동안 한도 내에서 운영을 하겠다는 의미일 뿐, 반드시 한도를 채울 의무는 없다”며 “신탁계약 운영 현황은 거래소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직접취득과 신탁계약 모두 회사가 낸 주문에 따라 일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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