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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가짜 ESG 검증 기준 마련 시급···“‘그린워싱’이 판 친다”

금융 은행

[NW리포트]가짜 ESG 검증 기준 마련 시급···“‘그린워싱’이 판 친다”

등록 2021.10.14 10:08

수정 2021.10.14 11:11

임정혁

  기자

우리금융硏 <글로벌 금융사 그린워싱 사례> 보고서ESG경영 확산에도 평가기준 없어 ‘보여주기’ 전락일부 금융사 'ESG 펀드'로 화석연료에 파이낸싱도허위공시로 주가 폭락하고 기업가치 폭망‘’ 사례도ESG 측정 나서는 국내 금융사···“명확한 기준 필수”

가짜 ESG 검증 기준 마련 시급···“‘그린워싱’이 판 친다” 기사의 사진

‘친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사의 최근 경영 방침이 자칫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세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금융사에서도 핵심 의제로 떠올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명확한 평가 기준이나 규제가 미비해 기업 가치를 갉아먹는 가짜 ESG 경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2일 내놓은 ‘글로벌 금융회사의 그린워싱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가 글로벌 금융사의 그릇된 ESG 경영 사례를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멀지만 비슷한 것처럼 홍보하는 ‘친환경 이미지 세탁’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부적합한 펀드나 대출 등 금융상품을 ESG로 분류하거나 이름만 바꿔 고객에게 제시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 없이 ESG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이 금융사 그린워싱의 대표 사례다.

해당 보고서는 2025년 글로벌 ESG 금융상품 시장 규모를 2016년(23조달러) 대비 2배가 넘는 53조달러로 추산하며 전체 금융상품 중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금융사가 ESG 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관련 상품에 투입할 수 있는데 역설적으로 그린워싱 논란도 이 지점에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사의 그린워싱 사례도 제시됐다. 대표적으로 독일 도이치은행 계열 운용사 DWS는 기준에 부적합한 펀드를 ESG 상품으로 분류해 ESG 투자 규모를 허위로 공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독일과 미국 금융당국이 지난 8월 조사에 착수했다. DWS는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전체 운용자산(9천억유로)의 약 50%(4590억유로)가 ESG관련 자산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DWS의 전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DWS가 적절한 ESG 평가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실제 ESG 기준에 적합한 펀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 이 공시가 허위라고 폭로했다. DWS는 그린워싱 의혹을 부인했지만 조사가 시작되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14% 가까이 폭락하며 평판이 추락하고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미국 전문투자자문사인 뱅가드그룹은 자사가 운용하는 US ESG ETF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구글과 애플 등에 투자하면서 일반 테크핀 ETF를 명칭만 ESG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또 다른 미국 투자금융사인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는 역시 ESG 펀드를 운용하면서 ESG와 무관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투자대상 기업의 적극적인 ESG 경영을 촉구하는 투자자 행동주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영국 금융그룹 HSBC는 2050년 탄소 제로와 함께 2030년까지 약 1조달러의 기업 에너지 효율화 지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화석 연료 파이낸싱 중단 계획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HSBC의 2016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누적 파이낸싱 규모는 1108억달러로 글로벌 13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화석연료 중단 계획이 빠진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HSBC는 2030년까지 신흥국에서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고 2040년 이전엔 선진국에서도 같은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을 수습한 상태다. HSBC의 화석연료 파이낸싱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은 JP모건 체이스에서도 불거졌다. JP모건 체이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2조5000억원달러를 투자하고 전체 펀드의 47%가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기업금융자산 중 약 20%가 고탄소배출 업종이 차지하고 2016년 이후 화석연료 파이낸싱 누적금액도 3167억달러로 글로벌 화석연료 파이낸싱 은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처럼 금융사의 그린워싱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ESG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과 규제가 부족한 것이 첫손에 꼽힌다. 이는 금융사가 단기 성과주의 유혹에 빠져 홍보 활동을 위한 ESG 경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거를 수 없는 구조다. 나아가 외부기관의 기준과 규제가 미비하다보니 금융사는 내부 ESG를 직접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해 유럽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그린워싱 검증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펀드들은 최근 ESG 부적합 판정을 속속 받으면서 2018년 14조달러에 달하던 유럽 내 ESG 투자규모는 지난해 12조달러까지 급감했다.

이런 사례는 아직 국내 ESG 경영이 이제 막 걸음마 수준을 떼고 외부 평가기관 역시 검증 기틀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권에도 시사점을 준다.

실제로 하나금융이 지난 7월 ‘2020 하나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ESG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733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다고 발표하는 등 국내 금융사에서도 ESG 상품 판매에서 나아가 이를 측정하고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중 ESG 관련 공시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히는 신한금융은 ‘2020 신한금융그룹 ESG보고서’ 발간으로 금융사 최다 횟수인 16번째 ESG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한국거래소(KRX)에서 제시한 ‘ESG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권고 지표를 신규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ESG 측정을 위한 기준이 다르고 정확하게 어떤 성과 수치를 어떻게 평가에 반영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ESG 경영 전체를 종합하기보다는 아직은 단편적인 봉사활동 등을 포함한 사회적가치를 들여다보는 수준이라는 날 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의 ESG 측정 기준을 놓고 여러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금융사 특성상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쏠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다른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금융사의 ESG 경영 자체 평가도 아직은 외부에서 보기엔 일관된 기준이나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반론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보고서에서 “그린워싱은 금융사의 이미지 훼손에 따른 영업력 위축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엄격한 내부 검증과 예방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외부 평가체계가 완성되기 이전에라도 엄격한 내부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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