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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흑역사]‘횡령’에 ‘남매 싸움’까지···삼양식품, 끊이지 않는 오너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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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식량난 해결한 기업서 우지파동·IMF로 화의 절차
북미사업권 두고 몸살···수십억원대 횡령으로 오너家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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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양식품은 1961년 설립 이래 여러 우여곡절에도 업계 3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대표 라면업체다.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국민 식량 자급 해결을 위해 1963년 국내 최초 라면을 선보인 이후 60년간 서민 먹거리를 책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오너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한 이후 삼양식품은 여러 오너 리스크에 겪었다. 전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회장과 그의 부인 김정수 총괄사장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고 오너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논란도 나왔다.

◇국내 첫 라면 생산기업…우지 파동·IMF 겪으며 화의 절차까지 = 삼양식품의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은 동방생명보험 부사장, 제일생명보험 사장 등 금융인으로 재직하다 식품 제조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그는 남대문 시장을 지나다가 꿀꿀이죽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식량난을 해결해야겠다며 ‘라면’을 생각해냈다. 1961년 삼양식품을 설립했으며 1963년에는 국내 첫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1969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라면을 수출하며 수출 시장에도 진출했고 1973년 대관령목장, 1975년 삼양식품체인, 1978년 의료법인 대화의원 등을 설립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 삼양식품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위기는 1989년 ‘우지파동’이다.

삼양식품은 식용이 아닌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논란으로 라면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8년이나 흐른 1997년에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회사가 크게 흔들리면서 업계 1위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회장이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 이 즈음이었다. 전 명예회장은 이계순 여사와의 슬하에 2남5녀의 자녀를 뒀는데, 전인장 회장은 이 중 장남으로 일찌감치부터 후계자로 낙점돼 있었다. 그는 1992년 삼양식품 영업담당 이사로 입사해 경영관리실, 기획조정실 등을 거쳐 1996년 사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당시 삼양식품은 이미 우지파동으로 회사가 크게 흔들리던 중이었다. 삼양식품은 경영난 끝에 결국 1998년 화의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전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총괄사장은 이때 경영일선에 합류했다. 김 총괄사장은 전 회장과 1994년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았으나 1998년 회사가 회의 절차에 돌입한 후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당시 라면 포장지를 디자인 하고 제품 이름을 짓는 것을 돕다가 2000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으로 정식 입사했다. 전인장 회장은 2003년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과 함께 사장직을 내려놨으나, 삼양식품이 화의를 졸업한 2005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0년 부친 전중윤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회장에 취임했다.

◇오너일가 횡령으로 도덕성 흠집 = 2010년대 들어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총괄사장의 부부 경영 체제가 본격화 했으나 경영이 크게 악화해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여러 오너 리스크와 잡음까지 잇따랐다.

전 회장과 김 총괄사장의 일감 몰아주기와 횡령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 회장과 김 총괄사장은 2017년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박스와 식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 받은 것처럼 꾸며 4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이들은 이 돈을 부부의 주택 수리비, 개인 신용카드 대금, 전 회장의 자동차 리스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회장은 지난해 초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김 총괄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받았다.

오너일가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삼양식품의 ‘백기사’였던 HDC산업개발마저 반기를 들기도 했다. HDC산업개발은 2005년 삼양식품 오너일가가 화의를 마치고 경영권을 되찾을 당시 오너일가의 부족한 자금을 메꿔주는 역할을 하며 삼양식품 지분 16.9%를 보유했다. 전중윤 명예회장과 고(故) 정세영 HDC 명예회장이 동향으로 인연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삼양식품 정기주주총회에서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자격을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당시 재판 중이던 전인장 회장 부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HDC산업개발은 2019년 말 삼양식품 지분을 처분했다.

뿐만 아니라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총괄사장 부부는 퇴직금을 명목으로 지난해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이 올해 초 확인되면서 또 논란이 일었다. 전 회장은 141억75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고, 김 총괄사장 역시 퇴직소득 41억원을 포함해 44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나홀로’ 담합 인정…누나와 북미 사업권 두고도 다툼 = 또 삼양식품은 2012년 시작된 라면가격 담합 논란에서 유일하게 담합을 인정했지만, 2015년 대법원이 담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7월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제조업체 상위 4개사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6차례에 걸쳐 각 사의 라면 제품 가격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고 적발했다. 삼양식품은 2011년 1월 리니언시를 신청했지만 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2년 2월에 다시 리니언시를 신청해 과징금 납부를 면제받았다.

리니언시는 담합 사실을 신고한 업체에 과징금 전액을 면제해주고, 2순위 신고자에게는 과징금의 절반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반면 농심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는 과징금 부과 최소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했다. 삼양식품은 두 번에 걸쳐 담합 사실을 인정했는데, 대법원은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 회장은 2017년에는 누나 전문경 삼양USA 대표와 북미 경영권을 두고 다툼까지 벌였다. 삼양식품은 1997년 전중윤 명예회장의 둘째 딸인 전문경 대표에게 북미사업을 담당하는 삼양USA를 넘기며, 삼양USA가 북미 라면 공급권을 100년간 독점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2010년대 들어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삼양USA와의 계약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계약 조건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삼양USA가 계약 조건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삼양식품은 2013년부터 다른 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삼양USA가 삼양식품을 계약위반으로 고소했고 1조원대 규모의 소송전까지 벌였다. 양측은 2018년 합의를 통해 소송전을 마무리했다. 이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에도 그간 현지업체를 통해서만 공급을 하다 지난 8월 현지법인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영업망 강화에 나섰다.

오너일가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삼양식품은 경영 정상화와 승계를 모두 서두르는 모양새다.

김정수 총괄사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경영일선에 복귀했고 올 3월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에도 복귀했다. 경영 공백 우려로 법무부에 취업제한 예외 승인을 받으면서다. 횡령 유죄 판결을 받은 오너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오너의 전횡’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전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이사 역시 삼양식품 경영 일선에 참여 중이다. 전 이사는 1994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후 2019년 5월 부장급으로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입사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6월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승진했다. 식품업계 오너 중 최연소 임원이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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