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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문 닫고 직원 정리해 본사에 고배당한 디아지오

공장 문 닫고 직원 정리해 본사에 고배당한 디아지오

등록 2021.10.06 15:29

정혜인

  기자

이천공장 생산중단 및 직원 급여 감소로 이익 급증순이익 321억원 전액 배당으로 책정···잉여금 ‘0’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1위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가 2021회계연도(2020년 7월~2021년 6월) 희망퇴직과 공장 운영 종료 등 구조조정을 통해 ‘반짝’ 이익을 내면서 또 본사에 고배당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쥐어짜낸 이익을 모두 본사에 보내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의 2021회계연도 매출액은 19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0억원, 당기순이익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5.0%, 237.2%나 급증했다.

위스키 소비 감소로 국내 위스키 시장과 업체들의 성장세가 10년째 둔화하고 있다는 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류 유흥시장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은 고강도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20회계연도 202억원었던 제품제조원가가 2021회계연도 ‘0’이 됐다. 지난해 6월 국내 유일 생산공장인 이천공장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09년 이 공장을 매각한 후에도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20년간 장기 임차해 사용해왔으나, 실적 악화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 생산을 중단하면서 비용이 감소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판관비에 포함되는 직원 급여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이익 증가에 영향을 줬다. 디아지오코리아의 2021회계연도 급여는 직전 회계연도와 비교해 17.8%나 줄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6월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영업이익이 늘자 배당 재원이 되는 순이익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2020회계연도 이천공장 운영 종료 관련 손상차손을 인식했는데 이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었다.

문제는 디아지오코리아가 늘어난 순이익을 고스란히 본사에 배당했다는 점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지분 100%는 디아지오 애틀란틱(Diageo Atlantic B.V.)이 보유하고 있어 배당 전액이 본사로 흘러가는 구조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6월 30일을 기준으로 총 321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6.3%나 늘어난 수치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14년부터 거액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실적이 지속 악화하면서 배당 규모는 줄여왔다. 그러나 2021회계연도에 처음으로 직전 회계연도보다 배당 규모를 키운 것이다.

앞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수년째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에서도 회사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악성 배당’을 실시해 논란이 돼 왔다. 2015회계연도 1919억원, 2016회계연도 1354억원, 2017회계연도 572억원, 2018회계연도 506억원, 2019회계연도 328억원, 2020회계연도 220억원 등 6년간 누적 배당금만 4899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배당성향은 적게는 101.8%에서 많게는 1425.3%까지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그 회계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이상의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20회계연도 말 기준 디아지오코리아의 이익잉여금은 이미 76만원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디아지오코리아가 2021회계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321억원 전액을 배당으로 책정하면서 디아지오코리아의 이익잉여금은 지난달 말 기준 ‘0’까지 하락했다. 이익잉여금이 0이라는 것은 그 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소진했다는 의미다. 디아지오코리아가 본사에 보낸 누적 배당금도 5200억원을 넘어섰다.

그간 디아지오코리아 안팎에서는 국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억원을 외국 본사로 보낸 것에 대한 비판이 거셌는데, 올해는 사업 축소 및 인력 구조조정으로 쥐어짜낸 이익마저 전액 본사로 유출한 만큼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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