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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에 업계 1위 노리던 ‘여기어때’ 몰락

[유통 흑역사]오너리스크에 업계 1위 노리던 ‘여기어때’ 몰락

등록 2021.10.06 10:15

김민지

  기자

‘야놀자 독주’ 숙박 플랫폼 시장서 후발주자로 매섭게 추격개인정보 유출·오너리스크 등 연이은 악재에 성장 적신호야놀자와는 출혈 경쟁···특허권 침해·크롤링 법적공방까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여기어때는 스타트업 위드이노베이션이 2014년 선보인 숙박 예약 온라인 플랫폼이다. 당시 야놀자가 독식하고 있던 시장에 후발주자로 발을 들였는데, 초기 광고료를 받지 않는 전략을 펴면서 가맹점 수를 대폭 확대했다. 여기어때는 압도적 1위 자리에 있던 야놀자를 빠르게 추격하며 몸집을 불렸다. 두 업체는 줄곧 제휴 점포 수와 월간 앱 실이용자 수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현재 여기어때의 입지는 ‘전성기’라고 불렸던 2016~2017년대와는 사뭇 다르다. 야놀자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체급 차이가 점점 벌어진 것. 여기에 여기어때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창업자의 배임증재와 웹하드 카르텔 관련 혐의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며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최근에는 보수적인 경영 기조로 소극적 투자를 일관하면서 성장 발판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위 야놀자 턱밑 추격했지만···개인정보 유출로 신뢰도 ‘뚝’ = 여기어때는 심명섭 전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설립한 웹하드 업체 ‘위드웹’을 모태로 출발했다. 심 전 대표는 위드웹의 일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에 위드이노베이션(현 여기어때컴퍼니)을 설립해 위드이노베이션이 여기어때를 운영해왔다. 여기어때는 고객 편의성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에 중점을 두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한때는 업계 1위 야놀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여기어때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7년 3월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악재의 시작이었다. 이 사고는 여기어때 서비스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약 5000여건의 협박성 음란문자(SMS)가 발송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민간 합동조사 결과 해킹을 통해 모두 99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확인되면서 업계는 충격에 빠졌고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유출된 정보의 수위가 상당히 높았던 탓이다.

개인정보 유출만 해도 이름, 이메일,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 그런데 여기어때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에 더해 언제, 누가 예약해서 어느 객실에 머물렀는지 또 결제 수단은 무엇이었고 예약자는 누구였는지 등 숙박과 관련된 정보까지 대거 유출됐다. 당시 여기어때 회원 수는 약 300만명으로 가입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새나간 셈이었다.

이에 방통위는 여기어때에 과징금 3억100만원과 과태료 2500만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가운데 최초로 책임자 징계 권고도 내려졌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부과된 벌금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같은 해 창업자인 심명섭 전 위드이노베이션 대표는 위드웹 시절 배임증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미지에 연이어 타격을 입었다. 심 전 대표는 2012년 웹하드 업체인 위드웹을 운영하면서 필터링 업체 대표에게 필터링 기본사용료, 검색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게 해달라며 1억300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에서 심 전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의 양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에 불복한 심 전 대표는 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이는 기각됐다. 다만 심 전 대표의 정산자료 조작 여부는 증명되지 않아 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창업자 심명섭 ‘웹하드 카르텔’ 연루 의혹까지 악재 겹쳐 = 이듬해 여기어때는 또 한 번의 오너리스크에 휘말리며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심 전 대표가 웹하드 관련 성범죄 동영상 등 불법촬영물을 유통한 혐의로 형사 입건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그간 여기어때는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친근한 광고로 중소 숙박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인지도를 쌓아왔지만,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는 조직적으로 음란물과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웹하드 카르텔’ 수사가 업계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불거졌다.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사업자가 불법음란물이나 성범죄 동영상 등 불법 영상물과 관련해 업로더·웹하드·필터링 업체·디지털 장의사 간 유착 관계를 맺고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는 업로더와 이를 차단해야 하는 필터링 업체가 모두 웹하드 업체와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심 전 대표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웹하드 회사를 운영하면서 불법음란물 427만건을 유통하고 52억원의 부당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여기에는 아동 및 청소년 관련 음란물 172건과 불법촬영물도 40건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드웹은 웹하드 업체 운영사인 뱅크미디어 지분을 모두 처분해 관련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당시 심 전 대표도 “과거 지분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반박했고 지분만 보유했을 뿐 실질적으로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심 전 대표는 “이번 사안과 상관없는 회사에 누를 끼칠 수 없다”면서 위드이노베이션 대표이사직에서도 내려왔다.

심 전 대표가 혐의를 부인하며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지만, 여기어때는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숙박 예약 플랫폼인 여기어때의 주요 사업과 불법촬영물 유통의 연관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 전 대표가 앞서 2012년 위드웹을 운영하면서 필터링 업체에 부정청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점도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의 신뢰도를 떨어트렸다.

2019년 검찰은 심 전 대표가 웹하드 회사 지분을 보유했던 것은 맞지만, 경영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심 전 대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여러가지 논란 끝에 심 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위드이노베이션 지분 전체(약 50%)를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여기어때를 넘겼다. 심 대표는 여러 리스크로 회사 이미지를 갉아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팔아 1500억원이나 손에 쥐어 이득을 챙기게 됐다.

◇야놀자와 ‘진흙탕 싸움’ 법적공방 지속···더 벌어진 기업가치 = 여기어때는 야놀자와의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법적공방을 지속했는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게 됐다. 두 회사는 거의 동일한 모델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비스명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나 애플리케이션의 색상까지 상당히 유사했다. 심지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나 광고까지 비슷했다.

1위 자리를 두고 싸우던 두 업체의 경쟁은 특허권 소송 등 법적공방으로 번졌다. 2016년 여기어때는 제휴점 확보 경쟁 과정에서 야놀자 직원이 마케팅 스티커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야놀자에 내용 증명서를 발송했다. 벤처업체들이 성장하면서 단골처럼 따라붙는 ‘진흙탕 싸움’이 숙박앱 업계까지 번진 것이다.

두 업체의 갈등은 악성 댓글과 크롤링 의혹으로 서로를 고발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크롤링은 분산 저장된 데이터를 수집해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이다. 당시 여기어때 전·현직 임원들과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은 야놀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무단으로 크롤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여기어때는 야놀자의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전용 프로그램까지 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어때 직원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제휴 숙박업소 업체명, 주소, 방 이름, 금액, 업체 주소, 입실·퇴실 시간, 날짜 등을 무단으로 복제했다. 1심에서 법원은 여기어때는 경쟁사 정보를 무단으로 빼돌려 손해를 끼쳤다며 야놀자 측에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는데, 여기어때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던 두 기업은 최근 몇 년 새 야놀자의 성장으로 체급 차이가 커지고 있다. 여기어때는 사모펀드 CVC캐피탈 손에 넘어가면서 야놀자와의 격차가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2017년 1위 야놀자와 2위 여기어때의 매출액 차이는 2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둘의 차이는 633억원에 달했다.

지금까지 여기어때가 CVC캐피탈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은 100억원이 전부다. 여기어때가 투자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동안 야놀자는 사업을 세분화해 전문 경영인을 세우고 이수진 대표는 총괄대표에 오르면서 회사를 키웠다. 최근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1조원을 투자받아 10조원의 몸값을 인정받는 ‘데카콘’에 등극했다.

여기어때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야놀자와 비슷한 몸값을 인정받았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3000억원 수준으로 유니콘 대열에도 한참 못 미친다. 최근 여기어때는 이커머스 플랫폼 인터파크 인수전에서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야놀자를 역전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마지막 기회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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