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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O 사업 뛰어든 쿠팡, 시장 판 흔드는 ‘메기’ 될까

MRO 사업 뛰어든 쿠팡, 시장 판 흔드는 ‘메기’ 될까

등록 2021.09.09 08:28

김민지

  기자

대규모 투자 없이 배송·구매 시스템이면 수익 보장직계약 위주 MRO 아닌 중소사업자 대상 ‘몰’ 형태막대한 협상력·물류센터 기반 배송 기존 사업자 위협

사진=쿠팡비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사진=쿠팡비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쿠팡이 ‘쿠팡비즈’를 통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 MRO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기존 업체들로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있는 쿠팡의 진입 자체가 긴장요소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부터 쿠팡비즈를 오픈하고 사업자 회원을 대상으로 소모성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MRO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사업자 회원이 사업자등록번호를 포함한 신청서를 작성하면, 고객센터 검토·승인을 거쳐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이 눈독을 들이는 MRO 사업은 사무용품, 공구 등 소모성 자재를 구매해 기업에 공급해 주는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필수 품목들을 공급하기 때문에 거래처가 문을 닫지만 않으면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알짜배기’ 역할을 한다. 업계 추산으로 지난해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MRO 사업은 공장 설립 등 대규모 투자가 없어도 배송, 구매 시스템만 잘 갖춰놓으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덕분에 2000년대 무렵 삼성, LG 등 대기업들의 진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들 대기업 MRO 업체가 계열사 소모성 자재뿐만 아니라 타 기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자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침범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납품 단가까지 후려쳐 동반성장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대기업 MRO 사업에는 제동이 걸렸다. 결국 삼성은 2011년 그룹 내 MRO 사업을 담당했던 아이마켓코리아를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SK의 MRO코리아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고, 한화 등도 MRO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서브원 MRO사업부는 2019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어갔다.

이처럼 MRO 사업은 ‘상생’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2017년에는 동반성장위원회와 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상생협약에 동참한 대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이나 매출액 3000억원 이상 기업만 신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약은 회사 간 대규모 구매대행을 진행하는 계약 형태에서만 효력이 있으며, 중소사업자를 위한 쇼핑몰을 운영하는 데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쿠팡의 MRO 사업은 대기업과 직접 계약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쿠팡비즈’ 브랜드를 통해 개인사업자나 중소법인사업자 회원 전용 페이지를 만들어 사업자등록번호로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인터파크의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도 대기업과 직접 계약을 하는 기존 MRO 사업 외에 중소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쇼핑몰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은 지난 2016년부터 각각 ‘위메프 비즈몰’, ‘티몬 비즈몰’을 운영 중이다. 이들 사이트 모두 현재 쿠팡비즈와 비슷한 형태다.

현재 쿠팡의 MRO 사업은 중소사업자 대상 쇼핑몰 형태에 국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을 MRO 사업 상생협약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쿠팡이 막대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몸집을 빠르게 불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직매입을 바탕으로 다양한 품목의 상품을 구비하고 전국 각지에 분포한 대규모 물류센터에서 ‘로켓배송’ 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는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현재 중소사업자 대상으로만 ‘쿠팡비즈’를 운영하고 있고 직접 거래 형태도 아니라 기존 MRO 시장보다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만약 쿠팡이 이를 기반으로 직계약 형태의 MRO 사업까지 확장한다면 당장의 수익을 신경 쓰지 않는 기업이 신규 플레이어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 기존 기업은 수익이 악화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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