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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나 마나 한 ‘연동제’

오피니언 기자수첩

[주혜린의 응답하라 세종]하나 마나 한 ‘연동제’

등록 2021.09.07 16:35

주혜린

  기자

소비량 줄었는데 원유 가격은 인상 ‘아이러니’연료 가격 상승세 지속하는데···전기요금 동결

reporter
정부가 최근 우윳값 인상 원인으로 지목되는 원유(原乳) 가격 결정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 가격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결정돼 수요와 공급이 괴리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원유 가격은 정부, 소비자, 낙농업계 등이 참여하는 낙농진흥회에서 결정되는데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된다. 생산비 연동제로 결정되는 원유 가격은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생산비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구조로, 수요 변화 등과는 상관없이 원유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은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를 근거로 조정된다.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유 가격을 리터당 947원으로 21원 인상하기로 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지만, 유럽(EU)과 미국의 인상률은 각각 19.6%, 11.8%에 그쳤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와 커피, 과자, 빵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오를 땐 즉각 반영되지만, 가격이 내릴 땐 나 몰라라 하는 일부 식품업체들의 얌채 상술도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국산 원유 가격이 수입산보다 큰 폭으로 높아져 국내 유제품 소비 확대가 수입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농식품부는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낙농가에 수요량 이상의 생산을 보장해주는 쿼터제는 공급이 줄지 않는 문제를 낳았다. 쿼터제가 원유 가격 결정제도와 합쳐 운영되면서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는 대신 오히려 값이 오르는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

연동제는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낙농가들이 타격을 입자 정부가 최소 비용을 보전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좋은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성급히 도입한 연동제는 제도적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며 되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정부는 부랴부랴 손을 본다고 나서고 있지만, 연동제의 오작동은 결국 소비자와 우유 제조업체들의 부담만 키운 꼴이 됐다.

전기요금에 전력생산원가 상승·하락분을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부터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고 주장하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전기요금 동결의 근거로 내세운 ‘1분기 조정 단가 결정 시 발생한 미조정액’은 2·3분기 연속 요금 동결로 효과가 모두 상쇄된 상태다. 당시에도 전기를 생산할때 사용되는 원유,LNG 등의 연료비가 상승함에 따라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여파와 서민 물가 오름세 등의 이유로 동결을 결정했다.

한전은 올해 4조 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 자회사 실적을 뺀 한전만의 적자 규모는 4조 3845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적자 규모(연결 기준 2조 7981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많은 수준이며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4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기료가 오르면 가뜩이나 오르고 있는 소비자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내년 3월 대선도 전기료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도입한 연료비 및 전기 요금 연동제가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이 떠안게 됐다. 일각에선 과거처럼 연동제가 도입됐다가 제대로 시행도 되지 못하고 폐지되는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원칙과 현실 사이 정부의 ‘딜레마’도 이해는 간다. 다만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정책이라도 원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다면 ‘유명무실’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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