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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양유업에 ‘배신’ 낙인까지 찍은 홍원식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혜인의 유통만사]남양유업에 ‘배신’ 낙인까지 찍은 홍원식

등록 2021.09.06 16:19

정혜인

  기자

사퇴·매각 약속 안 지키고 한앤코에 ‘신뢰 훼손’ 비난홍원식, 소비자 신뢰·회사 이미지 훼손 책임 져야

지난 5월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현장에서 직접 그의 사과를 지켜봤다. 이미 ‘불가리스’ 논란이 발생한지 2주나 흘렀으나 여론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었던 때였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예고된 전날부터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수년째 남양유업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었고 홍 회장 역시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그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70대 노인이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울먹이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좋은 경험일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날 테니 직원들은 믿어 달라는 홍 회장의 말과 눈물이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때의 약속과 달리 현재까지도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그가 여전히 회사에 매일 같이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매각 과정의 잡음이 계속됐고 지난 1일에는 매각 자체가 사실상 무산됐다. 홍 회장은 매각 계약 해제를 발표하면서 또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거듭했는데 이제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남양이 남양했다’는 조소까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홍 회장은 매각 계약 해제를 발표하면서 한앤컴퍼니가 부도덕한 사모펀드이며 진정성이 없고 상호간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것도, 신뢰를 훼손한 것도 홍 회장이다. 회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뒤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것도, 7월 30일로 예정돼있던 주주총회와 매매계약 마무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도, 결국 경영 정상화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홍 회장이다.

홍 회장 측과 한앤컴퍼니의 신뢰 관계가 깨진 책임만이 문제가 아니다. 홍 회장의 ‘오락가락 행보’에 완전히 사라져버린 소비자 신뢰를 생각해야 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경쟁사 비방과 마약 사건 등 오너일가의 일탈로 이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심지어 이번 홍 회장의 매각 계약 일방 해제 사태는 남양유업에게 ‘배신자’ 낙인까지 찍었다.

이제 신뢰를 훼손한 것은 정말 누구인지 홍 회장에게 묻고 싶다. 남양유업은 지난 수 년간 잘못된 경영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홍 회장의 ‘변심’으로 남양유업은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신뢰를 또 훼손 당했다.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부터 매각 결렬 입장문에서까지 낙농업계과 직원들의 피해를 내세웠는데 그들의 피해가 누구에서 시작했는지 알아야 한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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