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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재시동 걸었지만 공회전만 시키는 롯데

M&A 재시동 걸었지만 공회전만 시키는 롯데

등록 2021.09.02 16:38

수정 2021.09.02 18:14

정혜인

  기자

롯데, 2010년대 초반 수조원대 '빅딜' 성사시키며 성장2015년 경영권분쟁 후 정중동 최근 M&A 단골 후보로중고나라 외에 성사된 딜 없어 성장동력 마련 실패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올 들어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들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로 멈춰 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M&A 승부사’ 기질이 깨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M&A 매물마다 롯데의 이름이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달리 실제 인수까지 이어진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이런 신중한 태도에 대해 ‘주저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 마련의 때마저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한샘 인수자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하는 투자목적회사(SPC)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가 한샘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1위로 성장하는 가구 시장에 뛰어들 수 있으며, 롯데건설, 롯데하이마트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샘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어 검토하는 단계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올해 M&A 시장에서 이름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다나와 등 이커머스와 배달애플리케이션 요기요 등 올해 M&A 시장에 매물이 나올 때마다 롯데가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롯데그룹의 M&A DNA가 다시 살아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체제 하에 대규모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롯데그룹은 초창기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의 영향으로 ‘두드려 본 돌다리도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다. 반면 신 회장은 해외 유학과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서구적인 경영 방식을 롯데에 도입하고 M&A를 그룹 사업을 대폭 확장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M&A 다수가 2010년대 전후에 집중돼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06년 4667억원에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을 인수를 성사시켰다. 2008년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3526억원), 2008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5030억원), 2009년 중국타임스(7300억원)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2010년 이후에는 1조원대 대형 딜이 잇따랐다. 2010년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인수(1조3000억원),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회사 타이탄(1조5000억원), 2012년 롯데하이마트(1조248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15년에는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인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분 및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BP화학)을 약 3조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롯데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M&A였다. 올해 상장에 성공한 롯데렌탈도 2015년 당시 시장 예상의 2배에 가까운 1조원에 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2015년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롯데그룹의 공격적인 M&A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오너 부재, 일본 불매 운동,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경제 보복, 한일 관계 악화와 일본 불매 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투자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년간 ‘정중동’ 행보를 보인 롯데가 올해 들어 다시 M&A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수성’만으로는 위기를 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 회장은 올 1월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회의)에서 사장단에게 ‘생존에 급급해하지 말고 혁신 성장에 주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신성장동력의 마련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M&A 시장에 좋은 매물이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처럼 롯데그룹이 M&A 시장의 ‘단골 인수후보’로 이름을 올리고는 있으나 실제 인수까지 이어진 사례는 거의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롯데가 올해 인수하는 데 성공한 것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하나뿐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중고나라 지분 93.9%(1000억 원)을 인수하는 사모펀드 유진-코리아오메가에 약 300억원을 투자해 공동 인수했다.

이외에는 모두 인수 후보로 거론된 것이 전부다. 최근 진행된 인터파크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W컨셉, 다나와, 요기요 등 모두 인수 후보로만 거론됐다. 그나마 ‘세기의 딜’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까지는 참여했으나 이마저도 신세계그룹에 밀려 헛물만 켰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에 4조원이 넘는 돈을 베팅한 것과 달리 롯데그룹이 써낸 금액은 3조원 수준에 그쳤다. 이미 3조원을 써낼 정도의 자금력이 있었으나 그 이상을 적어낼 만큼의 ‘인수 의지’는 부족했다는 말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자체 이커머스 롯데온(ON)을 키운다는 구상이지만 경쟁사인 신세계그룹과의 이커머스 격차가 한순간에 크게 벌어졌다.

바이오 사업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등 바이오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5개월 이상 흐른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엔지켐생명과학의 신약 후보물질이 코로나19 임상에 실패하면서 투자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다른 재계 그룹사들과 상당히 다른 행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이베이코리아는 물론 야구단, W컨셉 등까지 인수했다. CJ그룹 역시 바이오기업 투자를 발빠르게 단행하며 신약 사업 재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GS그룹 역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시키고 이커머스 사업에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중고나라’ 이후 투자를 멈춘 롯데그룹이 한샘을 계기로 적극적인 태도로 변할지 주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한샘 외에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 후보로도 거론되는 중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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