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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내 시총 3위 쿠팡의 궁색한 변명

오피니언 기자수첩

[김다이의 DIY유통]국내 시총 3위 쿠팡의 궁색한 변명

등록 2021.08.23 16:23

김다이

  기자

쿠팡, 과거 우월적 지위 없는 ‘신생 유통업체’ 일축2015년 소프트뱅크로 1조 투자금 유치하며 몸집 키워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국내 시총 3위 우뚝


“과거 신생 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쿠팡은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납품업체에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받았다.

쿠팡은 공정위의 결정 중 신생 유통업체인 자사가 ‘갑(甲)’의 위치로 판단 받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2017~2018년 쿠팡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로,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약 2% 정도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매일유업, 남양유업, 쿠첸 등 8개 납품업체에 대해서 업계 1위를 앞다투는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라 쿠팡이 ‘갑질’ 할 수 없는 위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쿠팡의 궁색한 변명으로 느껴진다. 쿠팡이 자신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지목한 ‘LG생활건강’은 이번에 문제 된 400여 개 기업 중 한 곳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공정위의 조사 기간은 2020년 9월까지로, 이미 LG생활건강이 쿠팡과 계약을 하지 않고 있던 시점이 포함된다. LG생활건강만을 콕 집어서 펼치고 있는 쿠팡의 주장은 ‘수백 곳의 납품업체 불공정행위’라는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다.

통상적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업체가 ‘갑(甲)’, 납품업체가 ‘을(乙)’의 위치에 서게 된다. 특히 쿠팡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가 단절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상 대기업 납품업체들이 쿠팡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쿠팡이 힘없는 ‘신생 유통업체’로 비치기엔 덩치가 너무 커졌다. 쿠팡의 매출액은 2017년 2조6846억원, 2018년 4조4227억원에 육박했다. 앞서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고, 2018년 11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한화 약 2조2500억원)를 추가로 유치했다.

2014년부터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해 온 쿠팡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이미 국내 1위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올해 3월에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시가총액 80조원으로 지난 5월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국내기업 시총 순위 3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현재 쿠팡은 이커머스 외에도 배달, 물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다. 현재 하루 800만명에 육박하는 소비자가 매일 쿠팡 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미 쿠팡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를 위하는 쿠팡의 서비스가 소비자를 향한 칼날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쿠팡의 최저가 보장 제도 역시, 쿠팡이 경쟁사가 할인하지 못하도록 막은 탓에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또한, 쿠팡의 준법 리스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앞서 수차례 공정위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본격적인 제재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에 대한 제재가 급물살을 타면서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 아이템 위너 제도는 물론 최혜국 대우 조항까지 제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쿠팡이 주는 눈앞의 달콤함에 많은 소비자들이 쿠팡을 이용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언제까지 쿠팡의 궁색한 변명에 속아줄 만큼 어리석지 않다. 쿠팡은 본질을 흐리며 처벌을 피해 나갈 궁리 대신 정당하게 제재에 맞서길 바란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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