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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8·15 가석방과 반도체 올림픽

오피니언 기자수첩

[장기영의 인스토리]8·15 가석방과 반도체 올림픽

등록 2021.07.27 17:01

장기영

  기자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미뤄졌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이달 23일 개막했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는 총 33개 종목에 걸린 324개의 금메달을 놓고 세계 각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열전을 벌인다. 우리나라도 7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 종합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29개 종목에 232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대회 초반 한국 대표팀의 전통적 효자종목인 양궁에서 남녀 막내 궁사들이 첫 금메달을 거머쥐자,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렇게 전 국민의 이목이 도쿄 올림픽에 쏠린 지금, 재계의 관심은 또 하나의 올림픽 ‘반도체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의 국가대표 삼성전자를 이끌 총감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사면과 가석방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최근 서울구치소가 법무부에 제출한 8·15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위기론’과 대규모 투자 위축을 이유로 특별사면을 요구해왔으나, 기대와 달리 사실상 가석방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모양새다.

사면의 경우 남은 형 집행이 면제돼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가능한 반면, 형을 면제 받지 않고 풀려나는 가석방은 취업과 해외 출국 등이 제한돼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 복귀가 어렵다.

이 부회장에게 사돈어른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줄곧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촉구해 온 것은 이러한 차이 때문이다.

손 회장은 지난달 3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5대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세계 반도체시장의 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면권을 손에 쥔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사면’ 결단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 사면을 통해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때마침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여론조작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청와대와 정치권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재벌 특혜에 대한 반발을 키울 수 있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가석방을 통해 출소한다면 반도체 올림픽의 성적을 좌우할 대규모 투자도 정상적인 실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20조원(약 170억달러)을 투입해 건설할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부지 선정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이어 일본과 유럽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인텔은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간 간담회에서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8일이면 막을 내리고 4년도 아닌 3년 뒤를 기약할 도쿄 올림픽과 달리 반도체 올림픽은 30년, 40년 뒤 기업과 국가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무대다.

이 부회장의 석방을 저울질 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의 목적이 김 부회장이 말한 ‘신속한 대형 투자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 차선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 필요하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올림픽이 언제 막을 내릴지는 불분명하지만, 한국 기업이 성대한 폐막식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재계의 목소리는 뚜렷하다.

한국 주도의 반도체 올림픽 폐막식이 ‘픽토그램(pictogram)’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그치지 않길 기대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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