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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흑역사]‘마일드세븐’ 브랜드 파워 옛 말···존재감 흐려지는 JT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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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마일드세븐→메비우스 이름 바꾸자 실적 꺾여
전자담배 ‘플룸테크’ 뒤늦은 출시 日 불매운동 겹쳐 실패
담뱃갑 경고 문구 누락·자격 미달 제품 군납 입찰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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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연택 기자

‘메비우스·카멜·세븐스타’ 흡연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담배 브랜드다. 특히 메비우스는 아직도 리뉴얼 전 이름인 ‘마일드세븐’으로 더 유명하다. 이들 브랜드의 제조·판매사는 JTI(제이티인터내셔널)로 한국 지사로는 JTI코리아를 두고 있다.

JTI코리아는 마일드세븐을 내세워 성장해왔다. 마일드세븐이 메비우스로 이름을 바꾸기 전인 2012년에는 매출액이 2575억원에 달했다. 그해 실적이 정점을 찍은 후 JTI코리아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매출액 규모는 11년 전인 2009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특히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된 이후부터는 시장에서의 입지가 완전히 좁아졌고 뒤늦게 전자담배 제품을 내놓았으나 그마저도 흥행에 참패했다.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가운데 바깥으로는 크고 작은 구설에 시달렸다. 군납 제품으로 선정된 지 1년 만에 퇴출당하고 불과 2년 전에는 ‘청소년 구입 불가’ 경고 문구를 누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러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마일드세븐→메비우스 이름바꾸자 실적 급락 = 2012년까지 마일드세븐 브랜드를 앞세워 잘나가던 JTI코리아는 2013년 브랜드명을 메비우스로 바꾸면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마일드세븐이 ‘개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당시 복지부가 내놓은 개정안에는 담배 제품명에 ‘가벼운(Light)’, ‘순한(Mild)’ 등 흡연을 부추길 수 있는 담배 광고문구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유상표에 대한 지식재산권보다 건강권을 우선시한다는 근거를 앞세워 비록 고유상표더라도 ‘마일드’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WHO 협약 가맹국들은 모두 이 조항을 근거로 마일드세븐 브랜드명을 금지했다. 브랜드명 자체에 ‘마일드’가 들어간 탓에 JTI는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된 것이다. 결국 JTI는 1977년부터 사용해오던 마일드세븐을 36년 만에 메비우스로 바꾸게 됐다.

마일드세븐이 메비우스로 바뀐 2013년 JTI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2427억원을, 영업손실은 72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브랜드명 변경에 앞서 담뱃값을 인상한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줬다. JTI코리아가 2011년 마일드세븐의 가격을 기습적으로 200원 인상한 이후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특히 가격인상 직전 연간 판매량이 4289만갑에 달하던 메비우스 소프트팩의 판매량은 2013년 3684만갑에 그쳐 14%나 넘게 줄었다.

메비우스 소프트팩의 판매량이 줄어들자 JTI코리아는 2014년 해당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원가 압박을 앞세워 가격을 올렸지만, 판매 부진 제품에 한해서는 슬그머니 가격을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명분 없는 가격 인상으로 과도한 수익을 챙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전자담배 ‘플룸테크’ 日 불매운동에 실패 = 일반 담배인 메비우스가 시장에서 수난을 겪고 난 뒤인 2017년 JTI코리아는 사업에서 또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한국필립모리스가 국내 시장에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선보이면서 더욱 맥을 추리지 못하게 된 것.

일반 담배와 비슷한 맛과 타격감을 구현한 궐련형 전자담배에 소비자들은 매료됐다. 필립모리스에 이어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하면서 전자담배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JTI코리아는 일반 담배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면서 트렌드에 뒤처져 실적이 한번 더 주저앉았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출시된 이듬해인 2018년 JTI코리아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8.7% 줄고 영업이익도 5.4% 감소한 57억원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JTI코리아는 2019년 뒤늦게 한국 시장에 ‘메비우스 포 플룸테크’라는 연초 고형물 전자담배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힘을 쓰지 못했다. 대세로 자리잡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맛과 타격감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탓이다. 게다가 플룸테크는 이미 일본 시장에서 2017년에 선보였던 ‘구형’ 제품이었다.

JTI코리아는 한국에서 플롬테크를 론칭하기 전 일본에서는 ‘플룸S’라는 이름의 궐련형 전자담배를 전격 출시했다. 플룸S는 플룸테크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JTI 최초의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이다. JTI코리아는 한국 시장에 야심 차게 신제품을 선보이는 듯했지만, 실상은 최신 트렌드에 맞는 제품이 아닌 이미 수년 전 일본에서 출시한 모델을 뒤늦게 가져온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 담배 시장을 너무 얕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업계에서도 ‘진짜 담배’와 유사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선호도가 주가 되는 시장에서 연초 고형물 전자담배인 플룸테크를 출시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JTI코리아가 일본 시장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구형 모델인 플품테크는 한국 시장에 재고 떨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설상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겹쳤다.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배제해 전국민적으로 불매운동이 번졌는데, 일본 기업에 뿌리를 둔 TI코리아 또한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JTI는 1999년 미국 담배회사 R.J 레이놀즈의 해외 담배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설립된 JT의 글로벌 담배 사업 부문이다. JTI코리아는 네덜란드 법인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 법인이 다시 JTI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 JTI가 JT의 자회사라는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기업’이라는 태생적 배경을 부인하기 어려워진다.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일반 담배는 기존 8%대던 점유율이 7%대까지 내려앉았다. 풀룸테크를 한국 시장에 최초로 선보이는 행사는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JTI코리아는 행사를 취소하며 “실내 흡연이 불가해 실외 행사로 예정됐는데, 비가 예보돼 부득이하게 미루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업계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여론 악화와 한일관계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결국 JTI코리아는 한국 전자담배 시장 진출 2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됐다. 앞서 JTI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플룸테크 전량 회수 조처를 했는데, 이때부터 사실상 플룸테크 철수는 기정사실로 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해 12월 최대 15개월인 판매보증 기간이 끝나자 제품을 더 팔지 않기로 했다. JTI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전자담배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 없는 만큼 앞으로 JTI코리아는 일반 담배만 놓고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경고 문구 누락하고 ‘자격 미달’ 제품 군납 입찰 강행 = JTI코리아가 사업에서 실패를 거듭하게 된 것은 비단 전략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JTI코리아는 담뱃갑 경고 문구를 누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비난의 불씨를 키웠다. 세븐스타 한정판 2종을 제외한 담뱃갑에 반드시 표기돼야 하는 ‘19세 미만 청소년 판매금지’ 문구가 빠졌던 것. 누구보다 관련 볍령을 잘 알고 있는 담배회사가 이를 누락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 메비우스, 카멜 등 일부 제품의 국내 판매는 임시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보다 앞선 2018년에는 의도적으로 조건에 맞지 않는 제품을 내세워 군납 입찰에 참여하며 뭇매를 맞았다. 당시 JTI코리아는 ‘국내 제조 판매해야 한다’는 군납 자격에 미달하는 필리핀산 담배로 입찰에 나섰다. 국군복지단이 이를 요건 불충족으로 반려할 것을 당연히 예상하고도 강행한 일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JTI코리아가 군납 조건을 알고서도 국내법을 무시하고 억지 응찰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나아가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 정부를 조롱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JTI코리아는 ‘메비우스LSS윈드블루’는 2016년 4월 군납제품으로 선정됐지만, 규정에 맞지 않는 제품을 납품해오다 덜미가 잡혀 ‘퇴출’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국군복지단은 국방마트(PX) 공급 제품 선정 시 군수물자 특성상 납품 신청 자격 사업자를 ‘국내에서 직접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로 한정한다. JTI코리아는 국내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KT&G 신탄진 공장과 위탁 생산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을 내세워 입찰했다.

문제는 JTI코리아가 PX 납품권을 따내자마자 국내 위탁 생산 중단을 검토했고 이듬해 5월 말 신탄진 KT&G 공장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위탁 생산을 내세워서 군납 시장을 뚫고 나니 발을 빼버린 것. JTI코리아는 군납 물량을 5월 이전 KT&G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으로 채우다가 같은 해 9월 러시아에서 생산된 담배를 불법 유통한 사실이 적발됐다. 러시아 생산 제품까지 발견되자 군납 자격 자체에 대한 의혹도 다시 불거졌다. 국내에서 생산한 남은 재고가 없으니 러시아산 담배를 끼워 넣어 불법을 자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JTI코리아 측은 “단순 배송 상의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달 후 JTI코리아에는 4개월간 납품 및 판매금지 행정처분을 내려졌다. JTI코리아의 납품 기간도 4개월 남은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퇴출’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JTI코리아 제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필리핀에서 생산된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완제품 담배 수입에 부과되는 관세는 약 40%다. JTI코리아가 관세를 내더라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필리핀 생산품을 들여오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만큼 국내 공장 증설이나 위탁 생산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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