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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호 CJ ENM 대표, 전 직원에 ‘실패’ 언급하며 쓴소리 뱉은 이유는

허민호 CJ ENM 대표, 전 직원에 ‘실패’ 언급하며 쓴소리 뱉은 이유는

등록 2021.07.06 16:10

김민지

  기자

창립 3주년 메시지 전 임직원에 “실패했다” 자극 발언합병 시너지 뚜렷한 성과 안보이자 답답한 마음 표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허민호 CJ ENM 커머스 부문(CJ온스타일) 대표가 창립 3주년 메시지에서 ‘실패’를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CJ온스타일을 론칭하면서 ‘업태 완전 전환’을 선언한 허 대표가 두 달이 지나서도 눈에띄는 시너지 성과가 보이지 않자, 전 직원에 답답한 마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허 대표는 지난 1일 CJ ENM 창립 3주년 메시지에서 “몇 차례 회의 석상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상반기를 거치며 현재 ‘실패’라는 오물통에 빠졌다”면서 “이젠 우리가 ‘실패’를 묻히지 않고 ‘성공’을 건질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전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직접적으로 실패를 거론하며 쓴소리를 내뱉는 사례는 드물다. 허 대표는 3년 전 CJ ENM 합병 당시부터 커머스 부문을 직접 진두지휘한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세운 전략에 더욱 냉혹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직원들에게는 쇄신에 박차를 가하자는 의도로 ‘충격요법’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CJ ENM은 지난 2018년 7월 홈쇼핑업체 CJ오쇼핑(현 CJ온스타일)과 미디어기업 CJ E&M이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TV홈쇼핑은 성장세는 갈수록 둔화하고 모바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사의 전체 취급고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2016년 8.4%에서 2019년 4.6%로 둔화하고 있다. 특히 방송 취급고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2016년 5.1%이었으나, 2018년 –0.3%로 전년 대비 역성장했고 2019년 3%대를 회복했다.

TV홈쇼핑 매출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매출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 CJ ENM 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별도 기준 인터넷과 모바일 판매 등이 포함된 기타 매출(7219억원) 비중이 53%로 방송 판매(6401억원) 비중인 47%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CJ ENM은 합병 진행과 동시에 허민호 대표를 커머스 부문 수장 자리에 앉혔다. 허 대표는 예능, 드라마 등과 협업한 다양한 ‘콘텐츠 커머스’ 모델을 선보였다.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주연 배우에 오쇼핑의 자체 브랜드 의상을 입히고 드라마와 같은 이름의 통합기획전을 연 것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CJ ENM이 합병 당시 내세운 시너지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심지어 올해 3월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는 “시너지를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굳이 합병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협업만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드라마에서 브랜드 제품을 노출하는 것은 충분히 다른 업체들도 PPL을 통해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합병 이후 보여준 부분은 콘텐츠 교류 정도인데, 이 이상의 협업 내지는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투자 재원을 ‘선택과 집중’해 회사를 키울 필요가 있는데 3년 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이런 것들이 이뤄졌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가 나오자 허 대표는 지난 5월 통합 브랜드 CJ온스타일을 출범해 시너지를 증명하고 커머스 부문 쇄신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TV홈쇼핑(CJ오쇼핑)·인터넷쇼핑몰(Cjmall)·T커머스(CJ오쇼핑플러스)를 하나로 묶어 ‘라이브커머스’로 업태를 재정립했다. TV와 모바일 채널 경계를 없애 미디어 커머스 시장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차원이었다.

허 대표가 라이브커머스로의 업태 전환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커머스 부문의 사업 성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디어 부문 매출액을 올해 1조7460억원, 202년 1조938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같은 기간 커머스 부문 매출액은 1조4269억원, 1조4760억원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또한 미디어 부문은 증가세를 예상했지만, 커머스 부문은 정체 수준이다.

업계는 이런 대외적인 평가가 허 대표의 창립 기념사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허 대표의 발언은 자극적이긴 하지만 구성원들에게 충격을 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면서도 “구성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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